줄리엣의 도시 베로나의 매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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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오전 10:37:32

오랫동안, 베로나(Verona)는 가보고 싶은 도시 중의 하나였다.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화이팅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What is a youth>라는 영화 주제가를 배우며, 또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의 <로미오+줄리엣>을 보는 동안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인 베로나에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베네치아에서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돌아오면서 그 기차가 베로나에도 정차한다는 사실과 밀라노와 베로나는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베로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베로나는 여름밤의 야외 오페라로 유명한 도시라 많은 관광객들이 주로 여름에 베로나를 찾지만, 겨울의 베로나에 가지 못할 이유 또한 없지 않을까? 유로스타를 타고 1시간 20분 남짓이면 베로나에 도착한다.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완료한 후 영수증을 이메일로 받아 이걸 출력해서 제 시간에 기차를 타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편리하기 이를 데 없는 인터넷 구매 방식을 즐겨 이용하고 있다. 유로스타에서는 꼬박꼬박 기차표를 확인한다. 이탈리아가 관광하기 좋은 이유는 모든 도시가 별도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걸어서 관광지를 대충 다 둘러볼 수 있다는 것. 큰 도시인 밀라노까지도 만약 관광으로 왔다면, 그리고 걷는 데 자신이 있다면, 조금 무리하는 수준에서 충분히 걸으며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비행기를 타고 온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베로나 역시 기차역에서 시내 중심까지 가방을 끌고도 30분이면 걸어서 도착할 수 있다. 가방 없이 걷는다면 15분 정도 걸릴 것 같다. 물론 버스도 다닌다. 천연가스로 다니는 버스가 유난히 많은 베로나 시내다. 택시 대수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밀라노에서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주차할 생각을 하면 도무지 자동차를 가질 엄두가 나지 않는 반면, 베로나라면 자동차가 있어도 주차하는 데 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로나 지도를 보면 이 도시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비록 바다에 접해 있지는 않지만, 도시 중심을 아디제강(Fiume Adige)이 역U자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내에서는 동쪽으로 가도 강이 나오고 서쪽으로 가도 강이 나오고 북쪽으로 가도 강이 나온다. 강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장 넓은 곳을 잡더라도 30분 정도면 천천히 걸어서 갈 수 있다. 강폭도 보통의 유럽 도시와 마찬가지로 좁으니 다리를 건너서 강 저편으로 갔다가 다시 강변을 잠시 걷다 다른 다리로 건너온다. 다리도 적당한 간격을 두고 놓여있다. 시내를 둘러싸고 7개의 다리가 있는데, 이 중 폰테 피에트라(ponte Pietra, 피에트라 교)나 폰테 디카스텔베키오(ponte di Castelvecchio, 옛성다리, 舊城橋)는 차는 못 다니고 사람만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다. 이미 짐작이 가겠지만 다리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는 ‘폰테(ponte)’로 프랑스어 ‘퐁(pont)’과 매우 흡사한 단어다.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아마 퐁네프(pont-neuf)가 ‘아홉 번째 다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아홉을 뜻하는 프랑스어 ‘네프(neuf, 실제 발음은 네프와 약간 다르지만)’가 이탈리아에서는 ‘노베(nove)’가 된다. 이처럼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는 유사한 단어들이 많다. 포르투갈어나 스페인어는 이탈리아어와 더욱 닮았다.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과 각자 자국어로 대화를 해도 통할 정도다. 마치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를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같다. 그러니 라틴어 계열의 언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에게는 외국어를 세 개 한다, 네 개 한다, 하는 것이 극히 평범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베로나의 중심은 피아짜 브라(Piazza Bra, 브라 광장). 여기에 고대 로마의 유적인 원형 경기장이 있다. 이름은 아레나(Arena). 바로 여름 밤 야외오페라가 공연되는 장소다. 그러고 보니 수영용품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곳인데, 1세기 건축물이라고 하기에는 원형이 너무 잘 보존되어 있다. 야외 경기장 VIP 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며 이런 조망으로 경기를 보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결코 고대 로마로 돌아가 검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시대가 언제이건 사람과 사람을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오페라라면 이곳에서 한 번쯤 보고 싶다. 이처럼, 베로나에는 의외로 고대 로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솔직히 밀라노에서 볼만한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죄다 돌아다닌 덕분에 이제는 ‘종교화’라면 신물이 날 정도다.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다. 밀라노 사람이 가진 직업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박물관 전시실 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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