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의 인공위성이라고 불리는 뉴욕 패션. 흔히 뉴욕 패션을 이야기할 때 ‘상업성은 뛰어나지만 지루하고 변화가 없다'고 평가한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90년대 말부터 시작된 뉴욕 패션의 열기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98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본거지를 옮겨 뉴욕 컬렉션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하도록 일정을 앞당긴 일등 공신 헬무트 랑도 지난 시즌에는 ‘뉴욕 컬렉션의 지루함'을 비난하면서 다시 파리 컬렉션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 뉴욕 컬렉션에 우리나라 디자이너 강진영이 출사표를 던진다. 오는 8월에 열릴 예정인 뉴욕 컬렉션에서 그는 상업성과 크리에이티비티가 믹스된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이룩한 ‘오브제 신화' 역시 대중들의 요구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반영시킨 상업적인 마인드 덕분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 컬렉션은 그와 아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영이 참가하는 뉴욕 컬렉션은 매번 큰 변화 없이 심플하고 조용하다. 패션 쇼 자체에 장식적인 요소나 흥행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이다. 뉴욕 컬렉션에서 런던이나 파리 컬렉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프레스들의 눈을 의식한 드라마틱한 액세서리나 화려한 메이크업, 과장된 모델들의 캣워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뉴욕 디자이너들의 마인드에는 ‘상업성 우선' 혹은 ‘현실적인 디자인'이라는 변하지 않는 ‘화두'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들은 창의력만으로 인정 받기보다는 신선한 감각으로 현재 살아 숨쉬는 여성 고객들의 마인드를 읽을 줄 아는 현실적이고 상업적인 디자인력을 인정 받고자 하기 때문이다. 반면 파리 컬렉션과 밀라노 컬렉션은 아주 대조적이다. 유럽의 명품 하우스들은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 위해 매 시즌 젊은 디자이너들을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최근에도 알렉산더 맥퀸이 지방시를 떠나고 그 자리를 줄리앙 맥도날드가 새로 임명되는가 하면 끌로에의 스텔라 매카트니도 구찌 그룹으로 맥퀸과 함께 옮겼다고 한다. 이외에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하우스들은 다양한 소식과 파티를 준비한다.
그래서 파리 컬렉션은 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파티와 소문, 시끌벅쩍함으로 일관된다.
뉴욕 패션과 디자이너를 움직이는 마이다스의 손, 배커
디자이너가 혼자 자기 이름을 걸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운 좋게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어 남의 입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려도 그 명성을 이어 가는 것 또한 하늘의 별을 따다 구름 위에 얹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따라서 아무리 세계적인 디자이너라고 해도 디자이너 혼자(혹은 그들의 일가 친척들)만으로 디자인과 경영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무척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중심 경영'으로 그 대표적인 브랜드가 「페라가모」 「미쏘니」 「구찌」 「펜디」 등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 시스템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바로 「루이 비통」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를 소유한 프랑스의 LVMH그룹이 구찌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LVMH 그룹이 탐을 낸 브랜드 「구찌」는 90년대 중반 집안 문제로 망할 뻔 했던 회사를 톰 포드라는 미국 디자이너와 도미니크 데 졸레라는 탁월한 경영인이 다시 일으켜 세운 브랜드로 「구찌」는 작년에 유럽 최고의 유통그룹 피노(Pinault) 그룹을 물주(?)로 받아들여 LVMH 그룹의 인수합병을 저지했고, 오히려 지난 9월에 펜디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새로운 구찌 그룹을 만들어 LVMH 그룹과 세계 패션의 인수합병 시장의 양대 거두로 성장했다.
현재 LVMH 그룹과 구찌 그룹의 인수합병 경쟁은 거의 ‘세계 패션 대전'이라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구찌 그룹의 톰 포드가 LVMH그룹에 있던 맥퀸과 매카트니를 스카우트하면서 지방시와 끌로에를 한방 먹인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외에 프라다가 영국의 대표적인 가족 경영회사인 제화업체 처치를 인수합병하고 에르메스 그룹이 장 폴 고티에의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세계 패션계의 인수합병을 통한 디자인과 경영의 분리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형태는 다르지만 뉴욕도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캘빈 클라인, 도나 카란,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어스, 존 바틀렛 등 뉴욕 디자이너들의 배후에는 소리 없이 이들을 움직이는 마이다스의 손이 있기 때문이다.
일명 ‘배커(Backer, 디자이너의 뒤를 대준다는 의미)'라 불리는 이 전문 경영인들은 스타급 디자이너들 뒤에서 패션 비즈니스 사업가로서 노하우와 막대한 자본력을 행사한다. 이들 경
글/ 유재부(패션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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