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레이어드 미학, ‘중천’의 승천
가+
가-

2007-01-29 오전 10:20:38

‘중천’에서는 동양적으로 해석한 레이어드 룩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겹겹이 몸을 감싼 비단의 실루엣과 하늘을 접어넣은 듯 풍성한 소매 자락은 지금껏 가지고 있던 레이어드 룩의 모던한 이미지를 무색케 한다. 게다가 은근하지만 섹시하고 고전적이지만 시대를 초월한 느낌의 의상들은 선명한 색감과 더불어 상상의 공간에 어울리는 환상적인 영상미를 만들어낸다. 서양 패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비롭고 독특한 감각을 드러내는 실루엣과 색감은 단순히 동양적인 것을 벗어나 화려한 기교 없이도 섬세하고 우아한 패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간절한 그리움을 간직한 갈색 퇴마사 이곽(정우성)이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중천의 어느 거리. 웅장하고 화려한 마천루가 끝을 알 수 없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중천의 첫 관문으로 죽은 영혼이 중천으로 들어와 환생 준비를 한다는 곳이다. 여기서 살아있는 이곽과 죽은 영혼을 구별하는 것은 그들의 옷이다. 온통 흰색인 영혼들의 옷에 비해 갈색과 회색의 마와 비단으로 된 이곽의 옷은 그 이질적인 소재만큼이나 살아있는 사람으로서의 이곽의 모습을 더욱 강하게 드러내준다. 한편으로 겹겹이 닳고 해어진 듯한 옷자락의 디테일은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는 무사의 이미지와 함께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린 슬픔이 동시에 배어나고 있다. 순수한 마음의 빛, 흰색 중천의 영혼들은 처음에는 옅은 녹색의 옷을 입다가 점점 흰색에 가까운 옷들을 입는다.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천인이 된 소화(김태희) 역시 흰색 옷이다. 이승에서 이곽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그 기억이 너무 고통스러워 모든 기억을 지우고 천인이 된 소화, 그녀의 순수함을 표현하기 위해 흰색이 쓰인 것이다. 사실 흰색은 얼핏 생각하면 단조로워 보인다. 하지만 짙은 수풀과 산림에 걸쳐지면 그 어느 색보다도 풍부하고 아름다워진다. 천인의 순수함과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간직한 소화를 표현하는 이 흰 옷은 고유하고 청아한 소화의 성품을 잘 말해주고 있다. 천해의 절경으로 다시 물든 흰색 끝없이 펼쳐진 천해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 이곳은 이곽과 소화가 중천을 파괴하려는 반추의 음모를 막기 위해 자명경으로 향하던 중 들르는 곳이다. 꿈결처럼 펼쳐진 수려한 산과 광활한 들판 저 너머를 바라보는 소화, 그리고 그 곁을 묵묵히 지키는 이곽의 뒷모습은 아스라지게 아름답다. 흔히 한국의 색은 가을하늘과 같은 파란색을 꼽는다. 이 색은 청초하고도 맑고 빛나는 신비로운 색으로 하늘 빛 중에서도 드높은 빛깔이 아니라 지평선 가까이 보이는 연두빛 하늘을 말한다. 천혜의 절경에 선 소화의 옷이 바로 그러하다. 발 밑으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절벽 끝 지평선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소화의 흰색 옷은 하늘빛과 산수빛에 물들어 오묘하고 신비로운 하늘색이 된다. 소화의 허리는 꽃문양이 수놓아진 천으로 감싸져 있다. 섬세하고 유려한 선의 자수와 갈빛의 배색은 그윽하고 잔잔하게 소화의 몸에 단아함을 더한다. 기품 있으면서도 율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실루엣은 가녀린 소화의 몸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어 더할 나위 없이 청초하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피어난 도화색 중천에는 죽은 영혼들이 자신들이 떠나온 이승을 잊지 못해 결계를 치고 인간 세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 있다. 인간 세상의 온갖 희로애락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오가는 영혼들의 옷은 더 이상 흰색이 아니다. 형형색색의 등불과 아름다운 도화 꽃잎이 거리에 가득 뿌려져 있고, 영혼들이 모시는 거대한 나무 신, 위령수가 있다. 이 곳에서만큼은 이승에서와 마찬가지로 색감이 들어간 옷들을 입을 수 있다. 주로 풀색과 연분홍색이 배색되어 다양하지만 통일감 있는 옷들이 선보인다. 여기서 등장하는 도화색, 즉 복숭아 색의 의미는 각별하다. 소화가 죽기 전 이승에서 이곽과의 혼례에서 입은 옷 색깔이기 때문이다. 소화가 누명을 쓰고 불 속에서 죽을 때 복숭아 색 비단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투명감이 있는 핑크색 비단 실로 만들어진 이 옷은 곡선적이고 둥근 소매와 옆으로 나부끼는 유연한 옷자락이 못다 이룬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절절이 담아내고 있다. 도화색은 후에 천인인 소화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이곽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더욱 짙어진다. 이승의 기억이 돌아온 소화는 이곽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이 옷을 영원히 입겠어요.” 강렬한 증오의 상징, 검정색과 붉은색 이승에서는 왕실 퇴마부대 ‘처용대’의 수장이었으나, 중천에서 악귀로 변해버린 반추(허준호)가 머무는 신전은 온통 붉은 빛이다. 분노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소화를 해치려는 반추는 자신의 파괴욕과 악한 심정을 검정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백발에 대비되는 이 검은 옷은 나일론을 일일이 꼬아

오민정 기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