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뜨거운 햇볕도 이젠 마지막을 준비하듯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뒤늦은 휴가를 즐기는 사람도 그 수가 적지 않다. 텔레비전에서는 휴가에서 돌아오는 귀경길 교통 대란과 해변가에 넘쳐나는 인파들을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휴가를 가족과 연인과 함께 바다로 산으로 떠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렇듯 마음 놓고 휴가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일더미에 쌓여 회사에서 밤샘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휴가를 정말 휴가답게 보내겠다고 방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번 창의력을 발휘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매시즌 트렌드를 제시해야 하는, 뼈를 깎는 고통을 안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황금 같은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혹시 아이디어 수집을 하느라 아프리카나 인도 또는 오지를 찾아 탐험의 길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휴가는 휴가, 일은 일' 휴가와 일의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하고 있을까? 쉼 없는 창조력을 가져야만 하는 디자이너들의 여름 휴가를 엿보았다.
디자이너의 휴가는 일과의 어쩔 수 없는 동행길
디자이너 박지원은 얼마전부터 구두 디자인에 심취해있다. 최근 그녀의 구두를 해외에 프로모션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것. 또한, 뉴욕 진출을 위한 샘플 작업으로 역시나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휴가를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다. 그녀의 아들와 함께 8월 1일부터 4박 5일 동안 태국에서 달콤한 휴가를 보냈다. 가장 인상에 남는 휴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라파델리에서 보낸 휴가라고 말한다. 매년 휴가는 빠뜨리지 않고 다녀오는 그녀는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여유는 의무사항이라고 말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기분전환의 기회는 일년에 한 번으로는 모자랄지도 모른다.
디자이너 박춘무 또한 올 여름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장소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단지 ‘편안한 휴가'였다고 말한다. 우직하고 말수가 적은 그녀에게는 왠지 제주도 같은 조용한 섬나라가 어울릴 것 같은데...
중국과 활발한 패션 교류를 이루어내고 있는 디자이너 박윤정, 그녀는 영화 <패왕별희>를 만든 중국의 첸카이거 감독의 새 영화에도 의상을 맡게 되어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인생을 조여가며 사는 것을 싫어하는 그녀는 올 여름에도 여유로운 휴가를 보냈다. 그녀가 휴가를 보낸 곳은 중국 ‘송도'. 일주일의 여정으로 떠난 그녀는 일 때문이 아닌 진정 쉬기 위해 중국을 또다시 방문했다. 친구와 단둘이 떠난 휴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닷가에서 발 담그고, 노래하고 그야말로 유유자적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들러 미식가가 되어 보기도 하고, 발마사지도 받았다.
그녀는 중국에서의 발마사지 산업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세계며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척 바빠진 그녀의 일정 속에서도 휴가를 뺄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이다. 어려운 시기를 뒤로 하고 성공적인 재기로 쉴 틈이 없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휴가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더 바빠질 그녀에게 에너지 충전소로 중국은 손색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8월 2일, 2001 가을/겨울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끝낸 앤디&뎁의 윤원정 실장. 봄/여름 컬렉션은 2회 있었지만, 가을/ 겨울 컬렉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의 첫 가을 나들이는 6월부터 시작되어 행사 전날까지 쉴틈 없이 준비되었다. 그러니 당연히 휴가를 못 갔다. 오히려 ‘휴가 갔다 오셨어요?' 라는 질문에 문제가 있겠지. 행사 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빠른 성장을 보여온 그들은 압구정에 위치한 자그마한 매장으로 시작했었지만 올 7월 27일 신세계 백화점 오픈, 8월 2일 현대백화점 오픈 등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뜨거운 관심 속에 무럭무럭 성장하는 그녀에게 올해는 가장 바쁘고 행복한 한 해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번 컬렉션 준비에 앞서 뉴욕을 다녀왔단다. 뉴욕엔 윤원정 실장의 부모님이 사신다. 두 돐이 지난 아기를 아직 친정 부모님께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짬을 낸 것이다. 오랫동안 뉴욕에서 공부를 한 탓에 뉴욕이 오히려 모국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하는 그녀의 뉴욕 방문은 휴가라기 보다 친정 나들이에 가깝다. 모처럼 아기와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언젠가는 뉴욕의 거리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가장 눈에 띄는 샵이 되어 있을 날을 그리면서 소호 거리를 거닐었단다. 그리고 패셔너블하면서도 아늑한 레스토랑과 커피숍을 골라 남편 김석원과의뉴욕시절을 떠올리며 식사를 하기도 했다. 옆에는 그들의 분신인 아기를 두고… 그들은 지금처럼 바쁘지 않던 시절에 갔었던 런던 여행을 가장 기
글 / 이정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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