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지 광고를 보면 우리 나라 경제가 지금 어렵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패션지의 책 두께는 여성지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제 패션지도 여성지처럼 ‘광고반 기사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IMF 이후 의류 업체마다 광고비가 삭감되었고 이에 따라 광고주들은 비싼 TV나 신문매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잡지광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는 패션 광고 시장이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하는 간접 광고에서 메인 타겟에게 직접 소구하는 직접 광고형태로 바뀌었음을 반증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패션 TV 광고가 많은 나라는 없었다. 소위 잘나가는 브랜드는 너나없이 TV를 이용했다. ‘베스티벨리’, ‘씨’, ‘예츠’, ‘갤럭시’, ‘로가디스’, ‘마에스트로’ 등등 일일이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TV 황금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패션 광고들이 TV에서 거의 사라졌다. 국내에서 잘 나가는 의류 브랜드인 ‘타임’ ‘마인’ ‘시스템’ 등의 브랜드를 전개하는 한섬의 경우 80년대 말부터 TV 광고를 전혀 하지 않고 잡지 광고에만 주력했다. 소위 ‘나산’ ‘신원’으로 대표되는 빅 내셔널 브랜드가 빅 모델을 앞세운 TV 광고에 주력하는 사이에 한섬은 잡지 매체를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고 이러한 한섬의 광고 성공전략도 패션 광고가 TV에서 잡지로 넘어가는 데 한 몫 했다.
왜 패션 광고는 TV를 포기하고 잡지로 몰리는가?
그럼 잡지광고의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잡지광고는 타겟을 가려내는 장점이 있다. 타겟에 대한 전달력이 그 어떤 매체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수입 명품 브랜드인 ‘샤넬’, ‘피에르 가르뎅’, ‘티파니’, ‘구찌’, ‘프라다’ ‘베르사체’ ‘아르마니’ 등은 자기네 타겟들이 가장 많이 본다고 생각되는 잡지 이외에는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 타겟이 아닌 일반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봉쇄, 그 브랜드들을 일반인의 선망을 받는 브랜드로 키워가는 ‘디마케팅(Demarketing)’이 광고 전략이다. 아무리 자기네 타겟들이 많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매스 미디어인 TV를 통해 광고를 쏘아댄다면 일반인들의 그 브랜드에 대한 신비감이나 경외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소득, 일정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선호하는 노블리안 잡지나 패션지에만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선택적 매체운영은 그 브랜드의 타겟에 대한 전달력을 한층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매력적인 잡지 매체의 장점은 바로 광고 크리에이티브 표현의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규제가 심한 공중파나 남녀노소에게 노출되는 신문광고와는 달리 특정 타겟을 독자집단으로 삼는 잡지광고에 있어 보다 직설적인 표현이나 성적인 표현 등 그 어느 매체에서도 하기 힘든 크리에이티브의 날개를 활짝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나오는 패션지 광고를 그대로 TV나 신문에 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패션 광고의 섹스 어필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범람하는 에로티시즘, 즉 섹스 어필 이미지는 우리로 하여금 엿보기를 부추긴다. `인간의 끝없는 성에 대한 욕망` 때문인지 섹스 어필은 패션 광고의 중요한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많은 광고들이 에로티시즘을 다루지만 섣부른 접근은 오히려 광고 효과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무조건 여성의 나체를 부각시킨다고 해서 에로티시즘은 아닌 것이다. 적어도 포르노 잡지와 에로티시즘 광고는 단지 종이 한 장 차이다. 성적인 소재를 다루는 광고는 대중의 변덕스럽고도 아슬아슬한 선호의 경계에서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 벗겨놓은 여성을 값싸게 이용하려 든다면 성적 상품화의 비난을 피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제품에 대한 주목도를 반감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실로 위태로운 줄타기와도 같은 에로티시즘 광고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에로티시즘의 속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은밀하면서도 자극적이고, 금기를 위반하면서 반사회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하며 성실, 안정과는 거리가 먼 도박성, 유희성, 우발성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에로티시즘을 다루는 광고는 이 같은 반사회적 접근이 사회 제도권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기도 한다.
자신의 성적 매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톰 포드의 광고전략
패션 광고에서 ‘섹스 어필’로 성공한 브랜드는 아마 구찌일 것이다. 5,6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구찌는 이후 경영권의 불안정과 이미지 쇄신에 실패하면서 대중들로부터 멀어져 갔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은 구찌 제품의 판매를 거부하고 회사를 물려받은 창업주의 아들도 비명횡사(?)를 한다. 엉망이 된 구찌는 미국인 경영자와 디자이너를 새롭게 임명함으로써 아사 상태에 빠진 브랜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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