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가 움직이는 세상
최근 ‘e-편한 세상’ 이라는 광고가 TV에서 자주 보인다. 뿐만 아니라 “e”로 시작하는 여러 카피가 여기저기서 성공을 보장하는 광고로서 난무하고 있다. ‘e-코리아’, ‘e-비즈니스’, ‘e-쇼핑’ 등 “e”가 움직이는 세계에 대해서는 모두들 희망적으로 이야기 한다. 과연 “e”가 우리를 정말로 판타지아로 인도할 수 있는가? 어쨌든 “e”의 신드롬은 우리의 생활과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마치 청동기 사회에서 철기 사회로 변한 것처럼 어떤 시기를 기점으로 몽땅 변해 버렸다. 1999년과 2000년 초반만해도 “e”는 슈퍼맨의 “S”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벤처라는 이름아래 모두들 가슴에 “e”를 붙이고 “석유”를 캐기 위하여 모두 서울의 중동인 테헤란으로 모였다. 그때의 “e” 전염 속도는 마치 90년대 초의 노래방이 순식간에 전국에 퍼졌던 때처럼 강력했다. 이렇게 빠른 사회의 변화 속도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견뎌내는 저항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과연 벤처맨들이 백만장자의 아라비아의 왕자로 둔갑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결과는 ‘아니오’였다. 어지간한 닷컴 회사의 미래 몰락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미래 재앙’이 되어버렸다. 물론 인터넷 회사가 모두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인터넷 회사의 주변 산업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산업 이후에 최고의 호황기와 중흥기를 맞이 했다. 바로 ‘학원산업’과 ‘출판산업’이다. 여하튼 우리나라의 e-business는 본질보다는 주변이 성공한 케이스일 것이다.
패션에서도 electronic business(전자상거래)에 관한 거품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거품이고 더욱 비극적인 것은 어디까지 거품인지를 대부분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들은 단지 웹에서 ‘상설할인매장’ 하나 정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패션의 e-business를 단순히 전자상거래로 생각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본질에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전자상거래로 상거래가 일어나지 못하는 다차원세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패션은 전자상품 팔듯이 재원과 기능, 그리고 A/S에 대한 보장에 의해서 버튼하나로 결정할 만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한 패션 상품(속옷, 혹은 웹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명품 등)을 제외하고 패션은 ‘감성영역’에 있기에 느끼지 못하면 결정할 수 없다. 따라서 패션의 e-business를 성공 시키려면 또 다른 e-business가 같이 연동되어서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바로 experience business(경험 사업)과 entertainment business(오락 사업)이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서 다루게 될 experience와 entertainment은 서로 다른 단어지만 상호 보완적인 단어로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굳이 만들어 보자면 Copetition(경쟁과 협력의 신조어)처럼 합성어로 만들 수도 있지만, ‘경험=엔터테인먼트=문화’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혼용해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스타벅스 그리고 코스트 코의 e-business
이미 체험과 오락에 관한 마케팅 기사는 ‘대형매장에 관한 연재기사’에서 다루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대형=문화’라는 등식보다는 ‘대형=매출’이라는 마케팅 등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좀더 세부적으로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이런 마케팅을 마이클 포터는 자신의 저서에서 네안데르탈인 마케팅이라고 혹평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용마진에 근거해서 매장과 브랜드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네안데르탈인이 쓰는 마케팅과 같다고 말한 것 뿐이다. 그렇다면 2001년 10월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적당한 마케팅은 무엇일까? 먼저 이점을 말하기 전에 먼저 들려야 할 두 곳이 있다.
(1)스타벅스
아주 우연히 이곳에 들리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있어서는 적지 않은 문화 충격이 되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를 4번이나 방문한 뉴욕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고 한국에서 먼저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스타벅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커피 전문점’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냉 커피한잔을 먹으려고 들어갔던 스타벅스는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이국적이었다. 인테리어, 조명, 벽지 그리고 활자체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일단 줄을 섰는데 미국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질서 정연한 줄’이었다. 나는 눈을 두리번 거리면서 카운터에 섰고, 점원은 버터를 입에 물고 말하는 것처럼 거의 원어에 가깝게 발음을 구사하면서 서로에게 묻고 답했다. 나는 도저히 입에서 ‘냉커피’라고 말할 수 없었
권 민 기자
km@fashioninsight.com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