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중심은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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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얼굴 제니퍼 크레이크 지음 / 정인희 옮김

2007-01-25 오후 2:17:57

‘프라다’가방 사줘! 지난 추석에 처갓집에서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내 아내와 그녀의 언니 그리고 그녀의 동서들이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고등학교 1학년짜리 남자 조카의 유명 상표 추종이었다. 조카 녀석은 옷은 「폴로」가 아니면 입지 않고 「프라다」나 「루이비통」 상표의 가방을 사달라고 강짜를 부린다 한다. 요즘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어린 남성(?)들은 ‘예쁜 남자’로 변신하기 위해 귀를 뚫고 최신 스타일의 옷과 장신구를 찾아 백화점을 찾는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은 「아르마니」 수트에 「까르띠에」의 시계 그리고 「프라다」 가방, 「샤넬」 향수에 대한 욕망을 위해 몸을 팔기까지 한다. 최근 파리와 밀라노에서는 「샤넬」 「루이비통」 「프라다」 「구찌」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통해 내년 봄에 판매할 상품을 미리 보여줬다. 지난 9월의 미국의 쌍둥이빌딩 테러사건으로 미국인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고 패션쇼장의 보안검색이 한층 강화되었지만 이들의 패션쇼에는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벌였고, 패션유통업자들은 이들의 상품을 주문했다. 왜 사람들은 이처럼 패션에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일까? 패션시장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손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일까? 이같은 물음에 대해 <패션의 얼굴>은 현대의 패션은 유명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한 ‘하이패션’보다는 대중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거리 패션’이 오히려 큰 힘을 가진다고 대답한다. 패션의 역사는 민주주의의 역사라는 것이 이 책의 저자 제니퍼 크레이크의 견해다. 그녀의 이같은 견해를 증명하는 사건들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봄 미국의 언론들은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의 상륙을 놓고 ‘패션 데모크라시(Fashion Democracy)’라고 대서특필했다. 미국의 패션 중심 맨하튼에 진출한 「H&M」의 매장에서는 최신 유행의 드레스 셔츠가 19달러, 린넨 팬츠는 29달러, 그리고 실크 타이가 13달러에 판매됐고 미국인들은 이 옷들을 사려고 매장 앞에 긴 행렬을 이뤘다. 「H&M」 덕분에 미국인들은 6개월 또는 1년이면 진부화 되는 패션을 위해 1벌에 몇 백 달러를 투자 하지 않아도 됐고,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도 20~30달러로 새로운 유행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기에 미국의 언론들은 연일 「H&M」의 이야기를 앞 다퉈 다뤘던 것이다. 소비자는 젊고 아름다운 몸을 원한다. 요즘 서울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다. 노블레스, 오뜨 등 상류층들을 타겟으로 하는 잡지나 여성 잡지에 성형외과 의사들은 단골 필자이고 때로는 돈을 내고 글을 쓰기도 한다. 최근 압구정동에는 미국의 대형 스포츠 체인인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가 문을 열었다. 4층짜리 한 건물을 통째로 스포츠센터로 쓰는 명동점에 이은 2호점이다.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5개국, 아시아 5개국에 진출해있고 직원 수만 2만5천여명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서울은 물론 세상의 모든 이들은 ‘아름다운 몸’ 만들기에 열광하고 있다. 부와 권력의 상징이 아름다운 육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옷과 화장은 이제 아름다운 몸을 강조하는 부분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뚱뚱하거나 빈약한·몸매는 가난의 상징이 된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대중들은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기 위해 열중한다. 이 책의 저자 제니퍼 크레이크는 패션은 신체나 인물의 본성을 위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옷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자기형성의 테크닉이라고 설명한다. 즉 패션은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입는다’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저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스러움의 이미지(몸)가 어떤 모습인가에 따라 여성들의 옷차림이 바뀌었다고 분석한다. 20세기 초반에는 S자의 몸매를 위해, 20세기 후반에는 작고 납작한 가슴과 막대기 같은 다리를 가진 여윈 얼굴의 소년처럼 보이기 위해 몸을 치장하는 도구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렸다. 이 같은 패션행위를 저자는 ‘바디 테크닉의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패션은 바디 테크닉의 과정 다른 이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이다. 패션의 본질은 욕망이다. 패션마케터는 소비자의 욕망이 무엇인가를 파악해내고 소비자의 잠재된 욕망을 자극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화장과 옷으로 신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고 결점은 감추려 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화장이나 옷과 같은 2차적인 도구로 신체를 치장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몸’ 그 자체를 고쳐 젊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제니퍼 크레이크식 어법대로 이야기 한다면 바디테크닉의 방법이나 도구가 옷에서 더욱

황상윤
hsy@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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