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뉴욕 컬렉션을 취재 갈 때 마다 뉴욕시티에 왔음을 실감케 해준 상징물인 ‘자유의 여신상'과 ‘세계 무역 센터 쌍둥이 빌딩'. 그 중 세계 무역 센터 빌딩에 비행기를 이용한 사장 초유의 가미가제식 테러가 발생했다. 덕분에 뉴욕 도심에서 기세 좋게 시작된 2002 봄/여름 뉴욕 컬렉션도 동반 붕괴(?)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뉴욕 테러 참사 이전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최대 역사적 비극은 아마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일본의 진주만 습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아침, 107층 건물 두개로 이루어진 세계 무역 센터 빌딩은 한 순간에 5층 높이의 쓰레기더미로 주저앉아 이만 명을 웃도는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이번 참사는 미국을 비롯한 온 세계가 이 믿기 힘든 역사적인 비극이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에서 참사 현장인 뉴욕시티에서 뉴욕 패션 위크가 계속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하물며 모 여성 포털사이트의 ‘테러도 빗겨간 김선자·홍미화의 뉴욕 컬렉션'기사에 국내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친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 것이다.
참사 전날 밤 수많은 인파가 몰려든 미국 패션의 자랑, 마크 제이콥스의 쇼가 벌어질 때만 해도 많은 프레스와 바이어를 비롯한 패션 관계자들은 뉴욕 컬렉션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컬렉션행사는 메르세데 벤츠라는 거대 메인 스폰서 외에 IMG라는 세계적인 PR기업이 뉴욕 패션 위크를 인수해 세계적인 패션 컨벤션으로 발돋움하려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뉴욕 컬렉션의 승승장구는 테러 참사로 잠시 그 행진을 멈추고 언제일지 모르는 뉴욕 패션의 부흥을 꿈꾸게 되었다.
뉴욕 테러 참사가 일어나자 뉴욕 컬렉션의 주최측인 7th on sixth 사무국장 펀 멜레스여사는 뉴욕 패션 위크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쇼 일정을 취소하고 취소된 쇼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다시 연다고 발표했다. 이 때까지 쇼를 마친 디자이너들은 BCBG 막스 아즈리아, 벳시 존슨, 빌 블라스, 케롤리나 헤레라,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 이미테이션 오브 크라이스트, 루엘라 바틀리, 마크 제이콥스, 미구엘 엔드로버 등 20여에 불과했다.
뉴욕 컬렉션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바로 몇 년 전 허리케인 태풍 때문에 쇼를 연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는 단 하루만 연기했기 때문에 그리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제가 좀 다르다. 관광과 패션의 도시로 급부상중인 세계 패션의 인공위성이라는 뉴욕시티의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뉴욕 패션 위크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조차 비행기 테러 이후 화상회의를 통해서 임원회의를 하는 추세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비행기로 뉴욕과 파리, 밀라노를 다녀야 하는 바이어나 프레스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비즈니스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뉴욕 이후에 열린 런던 컬렉션을 비롯한 해외 컬렉션에 참가하는 바이어들과 패션 에디터들의 참석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쇼를 하지 못한 마이클 코어스와 캘빈 클라인을 비롯한 몇몇 디자이너들은 22일로 연기된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하는 대신 본사 쇼룸에서 작고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사실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컬렉션 일정이 모두 끝나기 기다리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외에 도나 카란, 랄프 로렌, 신시아 롤리,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벤자민 조 등 많은 뉴욕 디자이너들도 작은 규모지만 프레스와 바이어를 초청해 쇼를 열었다. 특히 10월 6일 파리 쇼 일정이 잡혀 있던 헬무트 랭도 파리 쇼를 연기하고 인터넷과 CD-롬을 이용해 뉴욕 컬렉션을 진행했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번 허리케인 돌풍 때문에 모든 패션 쇼 일정이 연기되었지만 알렉산더 맥퀸만은 쇼를 강행해서 주목을 받았다. 바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즉 자신의 쇼를 보기 위해 일정을 맞춘 세계에서 날아온 바이어와 프레스, 특히 메인 스폰서인 드비어스사가 초청한 각국 VIP들의 일정상 연기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약속된 시간과 스폰서쉽이라는 부분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맥퀸은 밤늦게 진행된 방파제에서의 첫 뉴욕쇼를 성공적으로 열었고 다음날 경쟁자(?) 없이 신문의 톱을 차지했다. 티이틀은 ‘맥퀸, 뉴욕 한복판에 유니온 잭 깃발 날리다'였다.
컬렉션이 있어 일정은 왜 중요한가? 뉴욕이 컬렉션 일정을 가장 끝에서 가장 처음으로 앞당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이어들의 주머니 사정 때문이었다. 즉 런던, 밀라노, 파리를 거쳐 뉴욕에 오는 바이어들은 대부분 이전 쇼에서 상당 부분의 바잉하기 때문에 뉴욕에서의 바잉 확률은 낮았다고 한다. 특히 뉴욕 컬렉션이 마지막에 열리기 때문에 이전의 컬렉션을 카피한다는 오명도 함
글/ 유재부(패션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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