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메 얀&루렉스 얀
얼마 전 전지현의 화장품 브랜드 CF가 선정성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뇌쇄적’이란 평가를 얻은 이 광고는 몸에 바르는 ‘반짝이’ 파우더 광고였다. 얼굴에 바르는 펄 파우더(pearl powder)의 발전된 형태라고나 할까. 다리와 가슴, 어깨에 바르면 육감적으로 번쩍이는 바디가 연출되는 이 상품은 최근 ‘반짝임’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해 준다.
‘빤짝이’가 유행이다. 반짝이 니트는 물론 반짝이가 들어간 스트라이프나 자카드 원단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얼마 전까지 옷에 반짝이는 소품인 스팽글이나 브로치, 핫피스 등을 달아 표현하던 방법에 비하면 옷 자체가 반짝여야 한다는 발상은 한 차원 높은 글리터(glitter)의 세계를 보여준다.
보통 원단에 혼방되는 반짝이 원사를 ‘메탈사(絲)’ 혹은 ‘반짝사(絲)’나 ‘무지개사(絲)’라고 부른다. 대부분 메탈사라 불리는 것은 ‘라메’를, 무지개사라 불리는 것은 ‘루렉스’를 의미한다. 라메(Lame) 얀과 루렉스(Lurex) 얀은 메탈릭한 원단을 제직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원사로 라메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반면, 루렉스는 비닐에 알미늄을 입혀 만들었다는 차이가 있다.
라메는 역사가 매우 깊다. 라메란 금속사의 총칭으로, 원래는 금속을 가늘게 잡아늘려 실을 뽑아 이것으로 다시 원단을 제직했다. 유럽은 중세부터 ‘귀족들이 금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는 기록이 전해온다. 14세기 후반 잉글랜드 북동부 주의 한 백작은 금으로 된 옷만 60여 벌을 소장했다고 한다.
이 의상들은 금으로 만든 갑옷이 아니라, 금으로 라메사를 뽑아 원단을 짠 뒤 다시 재단하여 봉제한 것이다. 이밖에도 로코코 시대나 바로크 시대의 의상에서도 금사가 혼방된 드레스가 쉽게 발견되는데, 이를 보더라도 라메의 역사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런데 금속을 잡아늘려 실을 뽑는다는 것은 쉬운 발상이 아니었으므로, 라메 제작방법은 시간이 지나면서 간소화됐다. 우선 금속을 종잇장처럼 얇은 판(Foil)으로 만든 뒤 다시 이를 가늘게 채썰어 실로 만드는 방식이 보다 편리하게 사용됐다. 이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을 얇은 것을 썰었다는 의미로 절박사(絶薄絲)라고 불렀는데, 공정이 간소해졌음에도 라메사는 여전히 비쌌다. 잡아늘려 만들었건, 얇게 밀어 썰어서 만들었건 원료가 100% 금속인 다음에야 가격이 저렴해지긴 어려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반짝이는 옷’이란 여전히 상류층을 위한 것이었고 대중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오늘날처럼 반짝이가 보편화된 것은 극히 최근 일이다. 루렉 스얀이 개발돼 상용화된 것이 1947년 경 으로 약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루렉스얀은 얇은 비닐 필름 위에 알미늄 등으로 코팅막을 입힌 뒤, 이를 다시 절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이 같은 절박 방식의 공통성 때문에 루렉스를 라메에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저렴한 수지필름이 몸체가 됨으로써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컬러의 막을 입히느냐에 따라 컬러가 다양해질 수 있으므로 보라색 반짝이 원사나 핑크색 반짝이 원사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 주는 ‘반짝이 효과’는 누군가 자기 자신을 보아주길 원하며, 심지어 이를 즐기는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패션인 셈이다. 특히 상류층만의 전유물인 패션의 대중화처럼 상류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라메’ 역시 루렉스 얀이라는 대체소재 개발로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여자의 욕망은 늘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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