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중 마지막 일정은 디자이너 미나카와 아끼라를 취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날은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지는 날이었고, 길눈이 어두운 기자에게는 험난한 취재길이 아닐 수 없었다. 부유층만이 산다는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은 작고 아담했다.
ㅁ일본을 닮은 브랜드, 「미나」를 만나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루즈한 라인의 고운 색상들의 원피스를 입은 직원들이 기자와 통역관을 반겨주었다. 알려진 것에 비해(런칭한 지 5년만에 미국에서 전시회를 몇 차례 열고, 일본에서도 그의 옷은 꾸준히 팔리고 있다) 매우 소박한 사무실이었다. 곳곳에 작고 귀여운 소품들이 눈에 띄었고, 의자나 테이블도 여느 리빙 제품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었다.
일본을 떠올리면 ‘아기자기한’이라는 수식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디자이너 미나카와 아끼라가 만드는 브랜드 「미나(mina)」는 이 수식어를 달기에 제격인 브랜드다. 그가 만든 옷과 소품에는 그야말로 소꿉장난을 하는 어린아이의 동심이 느껴진다. 새와 나비가 날아다니고, 꽃들이 춤을 추는 「미나」는 무더운 여름 소나기와 같은 청량감을 준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자리한 테이블 위에는 나뭇잎 모양의 그릇과 그 안에는 버섯 모양의 초콜렛이 예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릇과 초콜렛을 싼 은박종이 모두 그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섬세함과 정교함에 감탄하고 있을 때쯤, 익숙한 스커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옷을 처음 본 것은 동경의 이세탄 백화점. 동경의 백화점을 둘러보던 중 눈에 확 띄는 스커트가 있었는데, 그 스커트가 「미나」의 옷이었던 것이다. 손으로 직접 그린 듯 정교한 펜 놀림의 프린트, 그리고 옷에 놓인 색상들은 빛깔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듯 감칠맛 나는 빛깔을 뽐냈다.
완성의 100%보다 습작의 50%를 사랑하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빗속을 뚫고 찾아간 그의 사무실에서 가장 내 눈에 들어왔던 옷이 바로 전날 본 빛깔 좋은 스커트. 그 프린트는 인터뷰하던 날의 폭우처럼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했다. 그가 요즘 몰두해 있는 작업은 바로 그 스커트의 느낌과 같은 완성되지 않은 습작이라고. 옷에 들어가는 모든 프린트를 직접 손으로 그리는 그는 완성된 모습보다 노력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바로 전 단계의 습작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한다. 그 스커트 또한 완성된 프린트의 바로 전 단계인 습작인 셈이다.
그가 디자인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 수작업이다. 디자이너인 그의 작업실에는 특이하게도 미싱이 없다. 옷을 만드는 첫 단계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이 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고집스러움은 6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아시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까지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아직 컬렉션 참가 경력이 없는 그는 전시회를 통한 바잉으로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한다. 유명해진 것에 비해 실질적인 매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옷을 계속 만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의 세계는 어쩌면 조금 엉뚱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엉뚱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너무나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과도 상통한다. 왜냐하면 현재 일본은 전통적인 장인정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크게 자리잡고 있는 해외 브랜드들 때문에 그와 같은 수공업자들이 힘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일본의 고집스러움을 「미나」를 통해 보여주고자 일본에서 만든 소재만을 사용하고 생산 또한 일본에서만 한다.
장인정신만이 일본이 살 길!
그를 통해 일본의 패션을 느끼고 싶었던 기자는 일본 패션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라는 다소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일본은 패브릭에 있어서 높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일본 전통의 장인정신이 부족해요. 「미나」는 그것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미나」는 세일이 없다. 이것은 디자이너 미나카와 아끼라가 옷을 만듬에 있어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 들이는 공이나 정성이 세일이라는 단맛으로 고객을 현혹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의 이러한 고집은 백화점 입점에도 영향을 준다. 브랜드로서의 가치보다는 옷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단독 매장이 아니더라도 「미나」의 컨셉에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되면 「미나」를 배치한다. 컬렉션을 한 번도 하지 않는 「미나」가 전시회만으로 이만큼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미나」의 옷에서만 볼 수 있는 수공예적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단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100년이고 200년이고 「미나」의 이러한 장인정
글 / 이정금 기자
fashi@hanmail.net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