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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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찬 <모라비안바젤컨설팅·객원 컨설턴트>

2007-01-24 오전 9:54:56

얼마전 지하철에서 특이한 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어른발과 아이발이 클로즈 업된 사진 옆으로 ‘발가락은 닮았지만...’이라는 카피 문구. 그 옆으로 설명되어 있는 상품의 내용은 DNA를 이용한 친자확인. 친자 확인 사례로 ‘상속 관련된 분쟁을 친자확인으로 해결한 것’과 ‘뱃속에 있는 아기가 현 남편의 아기인 것을 확인해 주었다’는 등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 서비스의 선진성과 탁월함을 느끼기에 앞서 드는 마음은 부모 자식의 관계를 저런 방법으로 확인해야 하는 사연에 대한 비애였다. 하늘이 내린 인연과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끈과도 같은 관계를 과학적인 분석으로 밝혀내야 하는 기구한 사연. CRM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한다’, ‘그 관계를 중심에 놓고 경영한다’... 사실 관계란 것은 지식적인 차원 이상인 것 같다. 서로를 안다고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에 대해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어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관계일 것이다. 브랜드와 고객이 서로 로열티를 느낄 때 진정한 관계를 말 할 수 있다. ‘이 관계를 시스템적으로 관리한다...?’ 마치 DNA 친자확인처럼 비인간적이고, 삐꺽하는 기계음이 들리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어릴적 구멍가게에서 느끼던 그런 인간적인 관계가 아닐까? 두부 한 모, 콩나물 100원 어치 사오라는 심부름으로 가게에 가면, 주인 아줌마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시고, 거스름돈을 깜박 잊고 돌아서면 내 이름을 부르며 거스름돈과 사탕하나를 손에 쥐어 주던... 오늘은 CRM이 고객과 주고 받아야 하는 감정인 로열티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아직도 천동설의 패러다임(브랜드가 이 시장의 중심이고, 고객은 이 브랜드의 주변에 떠도는 행성이라 생각하는 과거 마케팅 패러다임; 2회 연재분 참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이 갖는 로열티에 대해 먼저 말한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건방진 말인가? 로열티란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충성심, 충성도라는 뜻이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에 충성심을 갖고 있다? 과거 어느 홈페이지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사이트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라는 말을 썼다가 네티즌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우리가 너희 사이트에 충성도를 갖는다니... 우리가 너희 시다바리가? 이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라는 것이었다. 이미 고객에게 충성도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브랜드의 절대군주 시대와 봉건주의 시대를 거쳐, 이미 고객이 힘을 갖는 고객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네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은 의외로 쉽다. 고객에게 로열티를 주어야 한다. 즉 고객에게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패션 사이트에 들어가 보고, 드디어 패션 CRM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MCS(Mega culture shop)를 표방하며, 오픈 때부터 CRM을 도입했던 이 브랜드는 최근 ‘로열고객’이란 제도를 도입하였다. 구매 실적과 홈페이지 방문 횟수 등을 기준으로 ‘로열고객’이란 자격을 부여하고, 그 고객들에게는 일반 고객에 비해 더 많은 로열티(충성심)를 주고 있었다. 브랜드가 그 고객들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더라는 말이다. 그 ‘로열고객’의 유래를 설명하는 마케팅 담당자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로열고객’이란 단어는 충성고객이란 뜻의 ‘Loyal 고객’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다. ‘왕과 왕족의 특권, 혹은 특권층’을 의미하는 ‘Royal 고객’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우리 브랜드의 특별한 고객들에게 ‘왕족이 누리는 특권’을 부여하고, 충성심(loyalty)을 바치겠다는 의미이다. 그 브랜드의 모든 직원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이 브랜드는 오래지 않아 1위의 자리에 올라갈 것이라 확신한다. 그 정도의 충성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를 외면할 정도로 고객들이 왕의 대접을 받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뭏튼 연말에 이 브랜드의 로열 고객 중 200명은 공짜 스키를 타러 가고, 50명은 켈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의 무료 사용권을 받게 된다. 시즌마다 로열고객을 위한 특별 사은품이 준비되고, 신규 매장 오픈 파티 등에도 로열고객이 초청된다. 이벤트는 이메일로 개인에게 알려지고, 홈페이지에 로그온을 하면 고객의 마일리지를 비롯한 각 종 정보가 일목 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정도면 고객이 충성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는 앞의 내용과 약간 역설적인 내용을 쓰려 한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고객에게 loyalty를 주면, 고객도 브랜드에게 loyalty를 준다. 차마 ‘충성심’이라고 번역은 못 하겠고, 그냥 ‘고객 로열티’라고 사용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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