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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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3 오후 5:53:49

최근 몇 년간 '귀족 마케팅'이 큰 성공을 거둠에 따라 명품 브랜드들도 덩달아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있는 사모님들이나 걸쳤을 법한 루이 비통이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에 젊은 여성들까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 중독증'이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이슈가 되고 있는 명품 선호 현상을 살펴보았다. 도대체 명품이 뭐간디. 나는 패션 잡지 기자다. 조금 어려운(?) 말로 ‘패션 에디터’라고 부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온 나는 부모님이 보내주는 용돈과 간간히 하는 아르바이트비로 4년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패션에 관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브랜드 옷 한 벌 없었다. 그리고 소위 글로벌 브랜드라고 하는 수입 명품은 단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가지지 ‘못했다.’ 지금은 고정적인 수입으로 그럭저럭 살고 있는 형편이지만, 명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관심은 없다. 사리분별이 정확하지 않던 사춘기 때는 명품이라고 하면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려니 생각하고 그저 동경하는 수준이었다. ‘너무 비싸다’ 정도가 명품에서 느낄 수 있는 전부였던 것. 알고 보니 나도 명품 선호가? 패션 에디터가 된 지금은 오히려 명품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한다. 억지로라도 고개를 돌리려고 애쓴다. 이유인즉슨 기자라는 직업은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나름의 철학 때문. 너무 브랜드가 크게 박혀있거나 한 눈에 봐도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아 차릴 수 있는 것은 착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말이다. 디자이너를 만나거나 홍보담당자를 만날 때 그들과 관련없는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것은 어쩐지 ‘실례’라는 생각과 기자의 객관적 태도에 금이 가는 행동이라고 스스로 주입시킨 탓이다. 그래서, 명품에 대한 글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꽤 당당했다(?). 하지만, 얼마 전 대청소를 하면서 내 자만심에 고개를 숙였다. 선물로 받은 것이든 내 돈을 주고 산 것이든 내 방엔 꽤 많은 명품들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틀 전에는 시장조사를 나간 차에 구찌의 가방 세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법에 걸린 듯 선뜻 카드를 들이민 기억도 있다. 이처럼 명품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무엇이 있는 듯 했다. 이성적 판단력이 생긴 지금에 와서도 나도 모르게 명품을 사들이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명품과 비명품의 차이점 그렇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혹의 손길은 무엇일까? 이틀 전 사고(?)를 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날 구입한 구찌 백을 구석구석 탐색했다. 마치 사립탐정처럼...... 가격은 20만원 대였지만(2-3년 전 것이기에 싸게 구입을 했다. 작년에는 100만원 대에 팔렸다고), 내 돈을 주고 산 첫 명품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도대체 왜 명품인거야?’ 연신 투덜대면서. 다른 점은 많았다. 고급 스웨이드 소재의 블랙 핸드백이었는데, 백 안의 소재 또한 부드러운 스웨이드로 되어 있고, 구찌라고 적힌 레이블 또한 정교하고 고급스러웠다.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내셔널 브랜드의 백과는 사뭇 달랐다. 나일론 소재의 주머니를 대충 달아놓은 것과는 한 눈에 봐도 큰 차이가 났다. 물론 모든 브랜드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비교해 봤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어쨌든 명품은 나름대로 명품 값을 하기에 비록 비싸지만 지갑을 털어서라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주 단적인 예지만, 애써 번 돈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 작은 차이가 구매 시점에서는 크게 작용한다. 또한, 명품에는 그 브랜드만의 가치가 있다. 그것을 숫자로 매기고자 하니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제품 본래의 가치보다는 제품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전통과 가치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광고학적으로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놓은 수치를 보면 가히 놀라울 정도다. 근래에 와서는 연예인들의 가치도 숫자로 환산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핵심 광고 전략인 ‘스타 마케팅’이다. 명품의 대중화 명품을 구매하는 층이 30-40대에서 10-20대까지 확대되면서 명품 선호 현상은 더욱 대중화 되고 있다. 대표적인 신세대 거리로 불리는 신촌 대학가나 압구정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프라다 가방이나, 페라가모 신발, 루이비통 핸드백, 에트로 머리띠를 착용한 20대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학생들로 명품에 대한 기대심리로, 하나 둘 명품을 찾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은, 당연히 일본. 무리 안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한 명이 루이비통 백을 사면 무리의 나머지 사람들도 한 명을 따라 루이비통 가방을 사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이름도 무서운 ‘왕따(?)’를 당하게 된다

글/ 이정금
fashi@fashion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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