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고무신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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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6 오전 9:15:39

(2) PVC 젤리 슈즈가 인기다. 작년에 히트쳤던 젤리 백의 뒤를 이은 이 말랑말랑한 슈즈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신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금세 유행됐다. 아마 19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이 슈즈에서 아무런 세련됨도 발견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슈즈는 1970년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장사하는 아주머니들이 몸빼바지와 함께 착용하던 고무신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이 신발에 집착하고 있다. 명품이니 매스티지니 하는 것이 사회 트렌드로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 이들은 되레 코믹한 싸구려 제품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여름을 평정한 젤리 슈즈. 도대체 젤리 슈즈는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일부 쇼핑몰에서는 다소 황당한 제품 설명이 실리기도 한다. ▷품명:젤리 슈즈 ▷원산지:중국 ▷소재:젤리 등 웃지 못할 설명이 종종 발견되는데, 이거야말로 붕어빵을 붕어로 만든다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젤리 슈즈의 소재는 정확히 PVC(Polyvinyl Chloride), 즉 염화비닐 수지다. PVC는 6대 범용 플라스틱 중 하나로, 현재 우리 생활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PVC는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최초라 할 만큼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수지이다. 집안에서만 둘러보아도 바닥재, 벽지는 물론 욕실의 물바가지나 샤워 커튼, 각종 비닐봉지 등은 대부분이 PVC로 만들어졌다. PVC의 특징은 딱딱한 바가지용 경질 플라스틱에서부터 말랑말랑한 젤리 슈즈나 아기 젖꼭지 같은 연질제품까지 다양하게 가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소제를 이용해 연화시키는 정도에 따라 질감의 차이가 형성된다. 즉, 젤리 슈즈는 PVC에 가소제를 첨가해 말랑거리는 질감으로 만든 제품이다. 패션에서도 PVC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PVC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원단에 PVC 코팅을 입혀서 이용하는데, 「루이비통」의 모노그랩 백 시리즈도 캔버스 원단에 PVC 코팅을 입혀 제작되고 있다. 이 모노그램 시리즈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제품으로서, 당시 침몰한 배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붙들고 살아났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스포츠 재킷의 말랑거리는 투명한 라벨, 스키 점퍼의 광택 테이프와 라벨 등 모두 PVC, 혹은 PVC 코팅으로 만들어진다. 운동화의 합성피혁과 미끄럼방지용 밑창에도 PVC가 사용되고 있으니 스포츠 곳곳에 PVC가 파고들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범용성에도 최근 PVC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것은 PVC를 말랑거리게 만드는 가소제의 유해성 때문인데, 특히 가소제의 프탈레이트(Phthalate)라는 성분이 발암물질로 알려지면서 PVC 사용 논의는 크게 불거졌다. 또 PVC를 구성하는 클로라이드(Chloride) 성분 역시 환경호르몬 의심 물질로 분류되어 심판대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나이키」나 「리복」 등은 신발에서의 사용억제를 추진 중이며,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모든 PVC 재질의 완구 및 어린이용 제품에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 팔리고 있는 아동용 젤리 슈즈는 내년부터는 팔리지 못한다. 나아가 아동복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액세서리 제품 중 말랑거리도록 가소제가 첨가된 PVC 제품들은 대체물질을 확보하지 않는 한 출고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직은 이 같은 환경적 논의는 뒤로한 채 알록달록한 젤리 슈즈들이 신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분명 패션에서 PVC가 보여준 실용성이나 질감의 새로움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독성의 대체물질을 확보하는 일이다. 앞으로도 PVC 사용은 점차 입지가 좁아질 것인 만큼,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될 재미있는 질감들을 과연 미래에는 어떤 소재로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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