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남았습니다. 서두르세요! 절호의 찬스! 오늘 하루만 이 가격에 판매합니다.' TV 앞에 앉아있는 당신에게 끊임없이 서두를 것을 요구하는 외침과 현란한 말솜씨. 어느새 당신은 홀린 듯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기 시작한다. TV 홈쇼핑이 당신에게 내미는 유혹의 손길에 대해.
“홈쇼핑이 백화점을 눌렀다(?)!” 한 일간지에 백화점 일일 매출보다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매출이 더 높다는 기사가 나왔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고개를 떨구며 항복을 해야했다. 짧은 시간 내에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홈쇼핑은 도대체 어떤 마력을 가지고 있길래 이토록 지칠 줄 모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일까?
홈쇼핑의 전성기
다리품을 팔아 오감을 느끼며 상품을 구매하던 것은 이제 촌스러운 쇼핑 방법이 되어버린 것일까? 입어 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는 오감만족 쇼핑이 아닌 버튼 하나만으로 원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원터치 쇼핑이 현대인에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주부들뿐 아니라 신세대 여성들까지 TV를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홈쇼핑 시장의 규모는 연간 2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그 규모는 더욱 방대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 홈쇼핑에 대한 의구심-직접 만져보거나 입어보지 않는 물건은 살 수 없다-을 강하게 표출하던 필자였지만, 옷장이며 화장대 위에 발로 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물건들이 제법 많은 걸 보면 홈쇼핑의 시대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었음은 자명한 일인 듯 하다.
올빼미족들의 천국
홈쇼핑이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신종족(?)은 바로 홈쇼핑을 사랑하는 올빼미족들. 홈쇼핑 이용자의 대부분은 직장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고 쇼핑을 시작하는 올빼미형 직장인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홈쇼핑 채널의 끈질긴 호소(?)에 피곤에 지친 직장인들은 전화 한 통화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이러한 올빼미족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홈쇼핑을 통해 구매한다. 얼마전, TV 홈쇼핑의 판매률에 대한 기사에서는 LG이숍의 경우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의 매출 비율이 작년 2월 18%에서 올 2월 22%로 늘었다고 밝혔고, CJ몰도 밤 10시에서 새벽2시 사이의 매출이 지난해 9월 36,5%에서 올 2월 41.6%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처음 홈쇼핑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텔레비전을 통해 판매하는 제품에 얼마만큼의 신뢰도와 구매 의욕이 생길지 의구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현재 홈쇼핑의 구매는 과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방대한 것을 보면 홈쇼핑의 위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뿌리칠 수 없는 유혹
쇼핑 호스트에게 KO패 당한 경험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TV 홈쇼핑의 유혹을 뿌리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약을 먹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코올 때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도 아닌데, 어김없이 수화기를 들게 되는 것은 지금 사지 않으면 영원히 놓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그 불안감을 조장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그 중 하나는 유쾌하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반복 청취와 그에 걸맞는 비주얼적인 기획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공중파 텔레비전의 기획력을 능가하는 이들은 점점 그 완성도를 높여간다. 기획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어설픈(?) 연기를 하는가 하면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의 설명은 쇼핑 호스트보다 더 자극적인 유혹임에 틀림없다. '그거 정말 괜찮아요. 저의 매끄러운 피부의 비결은 바로 이 화장품 때문이에요.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여러분도 한 번 써보세요.’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잘 보이지 않던 연예인들도 홈쇼핑 채널에서 자주 등장한다. 직접 나와서 제품을 홍보하는 적극적인 판매 사원(?)이 되기도 하고 때론 바쁜 스케줄을 빼내서 전화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예인들의 멘트가 몇 십 분간 반복되면 화면 하단의 판매량은 높이뛰기를 한다.
가정주부의 취미 생활로…
올빼미족 다음으로 홈쇼핑의 열렬한 팬은 가정 주부다. 가까운 예로 필자의 어머니는 평소 쇼핑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왔었다. 하지만 TV 홈쇼핑이 생긴 95년 이후,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 구입이 부쩍 늘었다. ‘해 봤다! 생활이 환해진다’. 요즘 한창 눈길을 끄는 모 TV 홈쇼핑 광고 카피는 홈쇼핑의 편리성을 잘 표현해준 문구. 배달물의 도착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는 외출이 적은 주부들에게 무료한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주는 반가운 손님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업주부인 어머니 왈, 물건을 주문한 다음날부터 도착하기 직전까지 설렘으로 충만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간혹 ‘3인 이상 주문시 무료 배송’이라는 조건이 달리기라도 하면 동네 아주머니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갖은 설득에 들어가
이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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