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마셔봤던 우유 중 가장 맛 있었던 기억은 어릴 적 유리병에 넣어서 배달되던 우유입니다. 요즘엔 고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우유들이 등장했지만, 그때의 그 맛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맑은 아침기운이 느껴지던 투명한 유리병과 종이 캡을 따내고 마시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는 듯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코카콜라 병은 개발 당시 어둠 속에서도 촉감으로 구별될 수 있는 특별한 디자인을 목표로 했고, 1915년에 특허등록이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병 콜라가 팔리고 있는 청량음료 시장에서는 코카콜라가 월등한 촉감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닿거나 대거나 만질 때 느껴지는 촉감은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 줍니다. <러브 액츄얼리>란 영화를 보면 ‘세상 사는 것이 울적해 질 때면, 나는 공항에서 재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는 나레이션과 함께 아버지와 아들, 엄마와 딸, 아내와 남편, 남자와 여자 친구, 오랜 벗들의 포옹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 이야기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포옹의 장면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박지성 선수가 골을 넣고는 히딩크 감독에게로 달려가 안기는 모습입니다. 당시는 마치 제가 박지성 선수가 된 듯 온몸이 찌릿했습니다. 요사이 동영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프리허그(free-hugs)’는 말 그대로 공짜로 껴안아 준다는 말입니다. 물론 포옹을 돈 받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돈 한푼 들지 않는 포옹이 심리적 치료는 물론 몸까지 치유되고 가족과 사회를 더 따뜻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캠페인입니다.
지난해 말, 영국 현대 미술의 상징으로 유명한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는 이색적인 전시가 있었습니다. 보통의 미술품들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을 뿐 작품에 손을 대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는데, 독일 예술작가 ‘카르스텐 흘러’가 제작한 <테스트 사이트>라는 작품은 그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이 작품은 5층 정도 높이에서 마치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오게 설치되어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들었고,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브랜드에 있어 제품이 가진 재질감이나 접촉 경험은 구매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모 문구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프리미엄 노트는 이탈리아산 고급 가죽을 원단으로 사용해 아기 피부를 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촉감이 들고, 색상도 화려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일반 노트보다 3~6배나 비싸지만 우리 기억 속에 있는 가장 황홀한 촉감의 기억으로 소비자에게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특별히 패션과 관련된 브랜드에 있어서는 촉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또한 가장 창의적으로 촉감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남다른 매력을 지닌 브랜드들의 이면에는 소비자의 오감을 생각하는 5차원적인 브랜딩의 전략이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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