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다양한 ‘구슬’이 액세서리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보라색의 유광 구슬로 만든 목걸이나, 금색, 은색의 메탈 구슬, 혹은 진주 구슬을 이용한 액세서리들이 급증한 것이다.
그렇다. 이같은 액세서리들이 없었다면, 심플한 니트는 얼마나 밋밋하고 지루하였을 것이며, 깊이 파인 티셔츠는 또 얼마나 민망하고 초라해 보였을 것인가?
여러 겹의 구슬 장식은 기타의 보석류와는 달리, 캐주얼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유발한다. 다이아몬드나 지루콘을 몇 겹으로 주렁주렁 걸고다닌다면, 우리는 그 여성이 좀 지나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슬이라면 얘기는 달라지는데,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럭셔리한 부의 레벨이 아니라, ‘컬러’에 관한 이야기이자,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서의 ‘보편’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2007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바야흐로 이 구슬에 관한 더욱 복잡다단한 아이디어들이 절정의 빛을 발했다. 구슬은 이제 액세서리를 넘어 ‘의류’에 대한 소재가 되어가고 있는 참이다. 구슬을 입는다니, 도대체 디자이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우선 우리는 과거의 ‘미래파’ 디자이너들을 떠올려봐야 한다. 그렇다. 지금으로부터 20~30년 전, 파코라반은 분명히 메탈 구슬로 옷을 해입은 모델을 선보였다. 납작한 메탈의 비즈로 전체를 꿴 소재나 둥근 메탈 구슬로 전체를 꿴 소재들은 사실 복식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슬을 보여준 디자이너들은 의외로 버버리 프로섬과 같은 지극히 상식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브랜드에 있었다. 이들은 메탈 자카드의 확대된 개념에서, 혹은 스팽글을 보다 장중하게 해석하는 연장선에서 마치 갑옷과 같은 메탈 구슬을 사용했다.
이런 아이템들이 너무 무거워 보여서 였을까. 구슬에 대한 보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스텔라매카트니와 질스디컨 같은 디자이너들이 보여주었다. 메탈 구슬을 하나의 모티프로 삼아 전체를 도트처럼 나염해 버린 것이 그것이다. 매카트니가 동그란 공 모양의 메탈 구슬을 선택했다면, 디컨은 납작한 큐빅 형태의 메탈 구슬을 선택했다. 이들은 화이트 실크 위에 잔잔한 도트 패턴처럼 나염되었고, 디자이너들은 실제 메탈을 사용한 목걸이나 팔찌를 코디하여 분위기를 더하였다.
2D와 3D를 오가는 이 신선한 발상의 패션들은 너무도 흥미로왔다. 마치 매카트니와 디컨이 모여앉아, ‘난 동그란 구슬을 가질테니, 넌 납작한 걸 가지렴’ 하고 의논이나 한 듯이 제시된 이 일련의 흐름들은 특히 그랬다.
구슬에 대한 또하나의 아이디어는 ‘소재’에 관한 것이었다.
그동안의 구슬은 플라스틱이나 돌 위에 컬러를 채색한 공 모양의 것이 가장 유력했지만, 이번 봄에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구슬을 보게될 것이다.
루이비통은 구슬을 나염한 원단으로 다시 한번 싸고, 이를 엮어 네크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스카 드라렌타 외의 셀 수 없는 디자이너는 ‘투명한 아크릴’로 만든 구슬을 슈즈와 가방, 목걸이 등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사용하였다. 뿐만 아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주사위를 구슬처럼 엮어 목걸이나 벨트로 사용하기도 했다.
구슬에 대한 집착이 는다는 것은 무언가 패션이 점차 80년대적 정서로 회귀한다는 뚜렷한 증거이다. 커다란 액세서리를 선호하고, 인공적인 질감에서 모던함을 발견했던 시대, 이 시대에도 다양한 구슬들이 보석을 대신하여 패션의 영역을 차지했었다.
이런 시대에는 보석이나 자수 같은 것은 왠지 지나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한편, 캐주얼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러나 어딘가 클래식한 장식들이 선호되어 왔다.
과연 이번 봄의 액세서리들은 어떻게 펼쳐질까?
단언하건대, 투명한 재질을 사용한 아이템들과 메탈 구슬을 사용한 아이템들은 결코 빠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이야말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즌을 장식할 키(Key)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는 의류 소재가 단순히 패브릭을 넘어 부자재의 영역을 넘보고 있음을 실감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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