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빵의 차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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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2 오후 4:26:08

십 수 년 전 처음 유럽 땅을 밟았을 때, 물은 사 먹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뒤 한국에서도 사 먹는 물이 보편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한국 식당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그냥 물을 갖다 준다. 카페에서도 물은 디폴트이고 음료를 주문할 때는 항상 물 이외의 것을 주문한다. 호프집에서도 맥주를 마시다가 물이 마시고 싶으면, “물 한 잔 주세요” 라고 부담 없이 물을 부탁한다. 물론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데서 젊은 학생들은, “그냥 물 마실게요” 하며, 음료 주문을 안 하기도 한다. 물은 그냥 주는 거고, 음료는 돈을 내야 하는 거니까. 밀라노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도 식사를 주문한 후 “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받으면 “물 주세요”라고 선뜻 대답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그래서 항상 “메짜 아쿠아 나투랄레 에 운 콰르토 디 비노 로쏘(mezza acqua naturale e un quarto di vino rossso)” 하는 식으로 주문을 한다. “물 0.5 리터와 레드 와인 0.25 리터 주세요.” 물은 아쿠아(acuqa), 영어에서는 ‘aqua’인데 이탈리아어로는 ‘c’가 하나 더 들어가서 ‘acuqa’가 된다. 발음할 때도 ‘아’를 ‘악’처럼 발음해야 한다. 널리 알려져 있듯 물은 가스가 있는 물과 없는 물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마시는 물은 가스 없는 아쿠아 나투랄레다. 나투랄레(naturale)는 자연의, 천연의, 라는 뜻이다. 영어와 비슷하니까 쉬운 단어다. 그냥 아쿠아를 달라고 하면 가스 있는 물, 없는 물을 꼭 물어보므로 주문할 때부터 아쿠아 나투랄레를 달라고 하면 간편하다. 포도주, 즉 와인은 비노(vino)다. 와인(wine)과는 글자 모양이 닮았다. '로쏘(rosso)'는 붉은 이라는 형용사로, 레드 와인이 비노 로쏘이고, 화이트 와인은 비노 비안코(bianco)다. 메짜(mezza)는 반이라는 뜻이니까, 보통 음료에서는 1리터의 반을 일컫는다. 콰르토(quarto)는 영어의 ‘quarter’에 해당하는 말로 4분의 1이다. 물론 메뉴에는 값비싼 브랜드 와인도 많이 있지만 보통 식당들에서는 자신들만의 하우스 와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마주앙 주세요, 하지 않아도 그냥 비노 로쏘 주세요, 하면 충분하다. 하우스 와인은 맛도 웬만큼 괜찮은데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1/4 리터에 1.5유로 정도 할까? 콜라 한 잔에 3.5 유로씩 하는 것과 비교하다보면, 피자를 먹을 때도 콜라 대신 와인을 한 잔 마시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사 주문이 끝나면, 요리를 하는 동안 음료와 더불어 빵 바구니를 갖다 준다. 빵은 서비스다. 이탈리아의 식당에서는 물 대신 빵을 주는 것이다. 이 빵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간단하게 허기를 면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식사를 하다가 음식이 느끼하면 한 입 떼어 먹어 중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식사 후에 배가 덜 차면 접시에 남은 소스를 묻혀 먹기도 한다. 마지막 입가심거리가 되는 것도 물론이다. 콜라 값이 비싼 반면 밀가루와 빵 값은 매우 싸기 때문에 빵에 대한 인심은 후하다. 한국의 물 인심과 이탈리아의 빵 인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목마름에 대한 갈증을 참지 못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배고픔에 대한 허기를 참지 못하는 걸까? 다만 흔하기 때문에 너그럽게 인심을 쓸 수 있게 된 걸까? 그 답에 대해서는 아직도 생각 중이다. 하지만, 물과 빵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곳곳에서 만나는 디자인 감각에서도 한국적인 발상과 이탈리아적인 발상은 차이를 보인다. 버스 좌석을 한 번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모든 좌석이 앞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툭 튀어올라온 바닥 위에도 의자를 걸쳐 놓고, 다리야 어떤 모양이 되건 무조건 앞을 바라보게 한다. 반면 이탈리아의 버스는 사람의 앉은 자세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사람이 이렇게 앉아야 하니까, 이 모양의 바닥에는 의자를 이 방향으로 놓고 저 모양의 바닥에는 의자를 저 방향으로 놓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의자 두 개는 차례로 앞을 보며 앉았고, 어떤 의자 두 개는 등을 마주대고 앉았고, 어떤 의자 두 개는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다. 즉 사물의 본질이 어떠한가, 목적은 무엇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아야 하는가를 먼저 이해하고, 거기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간다. 이탈리아의 집들은 어둡다. 옛날 집들은 창이 좁다. 새로 지은 현대식 집들은 창이 넓게 나 있기도 한데, 그나마 있는 창도 빛이 안 들어오게 덧문을 닫아 놓는다. 덧문을 닫으면 대낮에도 완벽하게 빛이 차단된다. “덧문을 열면 햇빛이 들어 집을 상하게 하니, 덧문은 항상 닫은 채로 두세요.” 외국 친구들을 자주 재워준다는 한 베네치아 청년의 아파트에 붙은 메모다. 집안의 조명은 외부의 햇빛에 의해서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집 자체를 위한 집 안의 조명으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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