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맛보다’
가+
가-

2007-01-05 오후 2:58:30

‘도시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곧 40대를 바라보는 필자에겐 어김없이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난로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당번이 돌아오면 조개탄을 배급받아 넣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고, 탑처럼 높게 쌓인 양은 도시락들은 쉬는 시간마다 맛있는 누룽지를 만들어내는 적절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자리다툼을 벌이곤 했습니다. 작년 겨울 우연찮게 추억 속에서만 기억되던 그 맛을 직접 느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남이섬에 워크숍을 갔다가 들렀던 한 식당에서, 옛날식 양은 도시락에 김치와 계란 하나 달랑 들어있는 메뉴를 팔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뚜껑을 닫고 내용물을 잘 흔들면 비빔밥이 된다는 주인아저씨의 친절한 조언은 제 입맛을 되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밥을 먹었다기보다는 ‘어머니가 싸주셨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맛본 것입니다. 미각과 체험을 접목시켜 추억이나 즐거움, 재미를 선사하는 마케팅 툴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05년부터 미각 마케팅의 대표 격인 식품 매장의 시식행사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오전 11시~오후 1시, 오후 4시~폐점시간 등 고객들이 배고픈 시간에 시식 및 시음을 집중 배치하여, 후각과 미각을 함께 자극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도넛과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계 '크리스피 크림도넛(Krispy Kreme Doughnuts)'은 최근 한국 도넛 시장에서 급부상하며, 선발 브랜드인 ‘던킨도너츠’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수많은 마니아를 확보한 이 브랜드는 도넛을 사러 가면 갓 구워진 따끈한 도넛 한 개씩을 무료로 주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매운 맛’이 훌륭한 미각 브랜딩의 재료가 됩니다. 경제난과 취업난 등으로 인한 각종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음식을 통해 해소하려 하기에 불황기에 매운 메뉴가 잘 팔릴 수 있다는 추론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선 매운 라면, 매운 자장, 매운 피자, 매운 닭발, 매운 떡볶이 등의 식지 않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각은 시각과 상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인터넷 음악 사이트 ‘멜론’이나 ‘도시락’, 폭발적 반응을 얻었던 핸드폰 ‘초콜릿’ 등은 모두 미각적 상상을 브랜드 네임에 차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4분기 삼성전자를 세계 LCD TV 시장에서 1위로 오르게 만든 주역은 와인 컬러를 제품 하단에 적용해 붉은 포도주가 담긴 와인 잔의 모습을 형상화한 '보르도 TV' 였습니다. 품질과 디자인의 우수성과 더불어 프랑스 최고급 포도주의 미각 이미지가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한 것입니다. 인간의 오감 중엔 미각이 가장 오래도록 유지된다고 합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귀가 어두워지고, 눈과 코가 나빠지고, 감각이 무뎌지는 것은 그만큼 세상의 나쁘고 고약한 것들을 덜 듣고, 덜 보고, 덜 맡고, 덜 신경 쓰라는 것인 반면, 유독 혀의 감각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데, 이는 먹는 것을 잘 챙겨서 건강을 지키라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각을 통한 브랜딩은 오감 중 그 효과가 가장 느리게 나타날지 몰라도 가장 오래도록 유지되리란 생각입니다.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