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서 ‘코리아’ 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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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8 오후 4:13:04

필자 또한 ‘밀라노 프로젝트’의 그늘 아래 잠시 있었지만, 밀라노 사람들은 한국에 전혀 무관심하고 특히 대구라는 도시는 존재조차도 알지 못하는데, 대구에서는 ‘그들만의’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때로 우습다. 패션을 공부하는 이탈리아 학생들은 이야기한다. “일본에도, 중국에도, 심지어 인도에도 무척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별로 알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서점에 가면 일본의 디자인, 중국의 디자인, 인도의 패션이라는 책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이라는 글자는 찾아볼 수도 없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뛰어난 기술로 좋은 물건만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오래 전에 지나간 것처럼, 글로벌 시대의 국가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자체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한들, 프로모션 없이는 결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밀라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예산의 일부라도 오히려 밀라노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지원하거나 밀라노 현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쓰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가끔 식사를 하러 가는, 작지만 고급스런 레스토랑에서 한 한국인을 만났다. 그 레스토랑 주방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틀째. 필자가 한국인임을 아는 레스토랑 주인이 일부러 그 청년에게 음식을 날라다 주라고 시킨 모양이다. 한때는 자기 이름을 단 브랜드를 가진 스틸리스타였지만, 이탈리아 경기가 나빠지면서 스폰서 회사가 손을 떼는 바람에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되었다. 이탈리아 요리를 배워 가면 한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이라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일이라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를 이탈리아에서는 스틸리스타(stilista)라고 부른다. 패션 외의 다른 상품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디자이너로 구분한다. 한때 파리를 능가할 정도로 세계 패션의 선두를 달리던 이탈리아 패션계는 요즘 허리가 휘청거린다. 바로 경기 탓이다. 한때 잘 나가던 한국인 스틸리스타들도 곤궁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패션계도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이라, 자본의 뒷받침이 튼튼하지 못한 인재들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설 땅이 없는 것이다. 아직 해외 패션센터 현지에서 인정받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틸리스타들이 남아 있을 때 한국 대기업이나 자본 투자가들 혹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가 한 친구와 계산해 본 최소 지원금은 씨드머니(seed money) 10억 원이다. 생산 라인과 바이어들을 확보하고 있는 기성 스틸리스타에게 투자하는 경우로, 상품 대금이 유통되기 전 1년 동안 비즈니스를 유지할만한 정도의 예산이다. 10억 원 정도라면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큰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한국의 디자인력을 앞서기 전에 빨리 서둘러야 할 일이다. 한국의 이미지 부재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삼성과 쌍용은 알지만 한국은 모른다는 그곳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밀라노에도 삼성과 LG는 있지만 한국은 없다. 한 두 기업이나 몇 명의 뛰어난 인재로 한국이 유럽에 알려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책임 있는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 정부가 나서서 한국 알리기에 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일단은 알아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한국의 겨룸 상대가 아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이되 EU 국가보다 이탈리아에 더 가깝다. 한 조사 통계에 의하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소망 중 1위가 사랑을 이루는 것이나 떠나간 사람을 잊는 것 등 사랑에 관한 것이고, 2위가 일본에 가보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를 보았다는 이탈리아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일본을 좋아해서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에 왔다갔다 하다보니까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까지 알게 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그리고 중국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국을 동경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정말이지 배용준과 원빈, 이병헌과 안재욱에게 감사하고 싶을 뿐이다. 식당을 한 번 살펴보자. 일본 음식점은 부지기수로 많다. 일본인이 주인인 경우도 있지만 중국인이 주인인 경우도 많다. 일본 붐이 일면서 발 빠른 중국인들은 중국 음식점을 일본 음식점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일본 음식 메뉴와 중국 음식 메뉴를 겸해 영업하고 있다. 이들 음식점의 메뉴는 현지 토착화되어, 모든 사이드디시(side dish)까지 다 가격이 붙어 있다. 예컨대 다꾸앙(노란무) 한 접시도 메뉴판에 올라 있다. 이들 음식점은 늘 이탈리아인들로 붐빈다. 반면 몇 안 되는 한국 음식점은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고, 한국적

정인희 금오공대 교수
ihnhee@kumo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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