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벨벳 제품이 윈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들도 벨벳 제품을 입기 시작해 이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매력적인 간절기 아이템 중 하나가 된 듯하다.
우리는 눈으로 쉽게 벨벳을 판별할 수 있다. ‘그래, 이렇게 생긴 것이 벨벳이지’하고 말이다. 그런데 종종 신입 디자이너들로부터 벨벳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땐 순간 설명하기 힘든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특히 벨루어와 벨벳의 차이에 관해 묻는 신입 디자이너들의 질문은 더욱더 곤혹스럽다.
‘벨벳하고 벨루어하고 어떻게 달라요?’
‘벨루어는 다이마루인가요?’
‘벨루어 안에 벨벳이 포함되는 거예요?’
이 같은 질문에 당황하는 이유는 ‘벨루어’의 쓰임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유아복이나 캐주얼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에게 벨루어를 묻는다면, 당연히 고운 보풀감이 있는 편직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가방이나 모자를 다루는 실무진에게 벨루어를 물으면, 이들은 펠트 등을 긁어 벨벳과 유사한 기모감을 낸 다양한 원단들을 전부 벨루어라 설명할 것이다. 또 가죽을 다루는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보면, 벨루어는 스웨이드보다 모장이 길도록 가공된 피혁이라고 말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벨루어의 본래 의미는 곱게 브러싱하는 ‘가공’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운 기모감을 부여’하는 데 그 초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편직물에서 벨루어 처리된 것도 벨루어요, 가죽에서 벨루어 처리된 것도 벨루어라는 것은 모두 맞는 말이다. 밋밋한 천에 고운 기모 가공으로 벨벳 효과를 낸 제품이 벨루어라고 일컬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럼 벨벳과 벨루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벨벳은 직조상에서 파일이 촘촘이 심어진 직물이다. 즉, 벨벳의 기모감이란 벨루어처럼 후가공을 통해 생성된 것이 아니라, 직조시 식모(植毛)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벨루어와 구분된다. 가방이나 모자에서 사용하는 벨루어나 가죽 벨루어는 모두 후가공을 통해 생성된 기모감인데 반해, 벨벳은 직조상에서 기모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편직물의 벨루어다. 우리는 이것을 ‘벨루어편’이라는 직조로 이해한다. 벨루어는 후가공인데, 왜 편직물 벨루어는 직조상에서 기모가 형성되는가? 그러나 실제로 편직물의 벨루어도 직조상에서 파일이 심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파일 조직으로 짜여진 편직물에 새로 벨루어 가공을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일단 테리(terry)조직으로 짜여진 편물을 절모하고 곱게 브러시한 것이 벨루어편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벨벳과 벨루어, 한 번씩은 가져봤을 의문들에 답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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