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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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8 오후 4:27:36

1903년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작자인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이 두 사람의 이름을 따서 처음으로 제작하기 시작한 할리 데이비슨은 전 세계의 대형 고급 모터사이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싸고, 가볍고, 작고, 소음이 적은 최신 오토바이가 넘쳐나는 시대에 비싸고, 무겁고, 크고, 시끄러운 할리 데이비슨은 어찌 보면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은 그 시끄러운 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1400만 달러를 투자하여 소리연구소를 세우고, 엔진소리에 특허까지 출원했습니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할리 데이비슨은 ‘생명이 있는 기계’로 불립니다. 할리 데이비슨만의 독특한 엔진 소리는 일반 오토바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시동을 걸면 묵직하고 우렁찬 배기음이 ‘두둥 퉁퉁 두두둥’하고 불규칙적으로 울립니다.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긍심은 대단해서 ‘엔진소리’를 ‘심장소리’라 부르고, 서부 개척 시대의 말발굽 소리를 연상시키는 미국의 자존심이라고도 합니다. 할리 데이비슨은 바로 청각의 활용을 극대화한 훌륭한 브랜드의 본보기입니다. 이것은 귀로 그리는 브랜딩인 것입니다. 소리는 우리의 정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최근 라디오 광고로 자주 접할 수 있는 ‘샘표 간장’의 ‘CM송’은 창립 60주년을 맞는 샘표가 45년전인 1961년 가수 김상희씨가 불렀던 것을 다시 재연한 것입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으로 이어지는 CM송은 서민들의 유일한 방송매체였던 라디오를 통해 당시 유행가보다도 더 히트했었기에 그때의 기억을 간직한 고객들에겐 정겨움으로 다가옵니다. 브랜드에 있어 음악의 활용은 고객의 기억 창고 속에 브랜드를 쉽고 오래도록 간직하게 도와주는 통로의 역할을 합니다. 새우깡, 맛동산, 부라보콘 등 장수 브랜드들 뒤에는 하나같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CM송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등 최신 트렌드에 맞게 만들어진 리듬과 가사도 신세대 고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열어줍니다. 광고에 있어 청각적 소구는 시각에 비해 소비자가 가진 경계의 벽을 자연스레 허물 수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새 따라서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날씨나 타깃의 나이에 따라 다른 음악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은 컴퓨터를 움직이는 두뇌인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것은 컴퓨터를 분해하기 전에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소비자의 60% 정도가 인텔인사이드의 멜로디를 구별한다고 합니다. ‘띵동 딩동’하면서 경쾌하게 울리는 짧은 멜로디가 브랜드로 기억된 것입니다. 펩시콜라의 광고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펩시!’라는 병 따는 효과음은 한국인 김벌레 씨가 만들어 백지수표를 제안받기도 했다는 일화로 유명합니다. 음악, 사운드, 씨즐링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각인시키는 기술, 이른바 ‘청각 브랜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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