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법 밀라노 생활에 적응이 되고 나니, 밀라노를 통해서 본 ‘이상한 나라 이탈리아’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나라에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어느 사람에게나 장점과 더불어 단점이 있듯이. 지금부터의 내용은 어떤 가치 평가를 떠나서 한 사람의 외국인이 본 이탈리아에 관한 사실적 묘사와 개인적 경험담이다.
첫 번째는 담배에 관한 것. 유럽 국가에 오면서 담배 연기를 맡을 각오는 충분히 하고 왔으나, 이렇게까지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길에서는 담배를 피우며 다닌다. 마치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걸어 다니는 것 같다.
좁은 보도를 걷다 갑자기 앞서 가던 사람이 멈추면 담배 불을 붙이는 것. 그리고는 얼굴로 확 날아오는 담배 연기. 담배 꽁초는 물론 길에 버린다. 담배 불을 끄거나 하는 일도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피우던 담배를 길바닥에 떨어트리고 간다. 길바닥은 담배꽁초 범벅이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정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보면 많이 버리는 만큼 청소도 열심히 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식당에서는 흡연이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는 것. 한 번은 한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한국 남자 두 사람이 들어와서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국인 주인이 얼른 와서는 담배 피우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벌금을 물어야 하니 당장 꺼야 한다고 이른다. 담배를 피우던 한국 남자는 ‘전에는 피웠었는데...’라며 투덜거리면서도 담배를 끈다.
담배 연기 자욱한 식당에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한국에서도 담배 연기 없는 쾌적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다.
사실 이탈리아에 관한 여러 책들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법을 잘 안 지키는 사람들로 묘사되고 있는데, 지금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무엇이든 ‘법’이라면 철저히 지킨다. 그리고 이탈리아에는 이상한 법도 많다. 식당에서의 금연은 매우 좋은 법에 속하지만.
이상한 법을 하나 살펴보자. 우리나라 PC방은 어떻게 생겼는지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처음 밀라노에 왔을 때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 ‘인터넷 포인트’ 밖에는 없어서 한 달쯤은 늘 인터넷 포인트에 들락거렸다. 인터넷 포인트는 보통 전화 센터를 겸하고 있는데, 한쪽 편에는 전화 부스 몇 대를 설치해 놓고, 한쪽 편에는 구닥다리 컴퓨터 두 세대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 전부인 조그만 점포다.
이용객은 대부분 원래 이탈리아 사람이 아닌 사람들, 즉 집에 인터넷도 없고 고정된 전화번호도 없는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필자의 경우만 해도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전화번호가 생긴 다음부터는 더 이상 그곳에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과 마찬가지로 손님도 대부분이 흑인이거나 아랍계, 필리핀계, 이런 사람들이다.
솔직히 그 좁은 공간에서 이 사람들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속도 느린 컴퓨터로 인터넷을 쓰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이용 요금은 보통 30분에 1유로, 1300 원쯤이라고 보면 되겠다. 31분만 되어도 2유로를 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인터넷 포인트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하게 되어 있다. 신분증을 주면 인적 사항을 모두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거나, 아니면 복사를 해 둔다. 어느 컴퓨터에서도 한국어로 메일을 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어를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컴퓨터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런 컴퓨터가 있는 인터넷 포인트를 발견하면 할 수 없이 단골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에게도 단골이 한 집 있었는데, 처음 간 날 신분증을 보여 준 이후 매일 같이 ‘챠오(Ciao, 가벼운 인사, ‘안녕하십니까’가 아니고 ‘안녕’에 해당하므로 아무에게나 써서는 안 된다.)’ 하고 인사하며 다니는데도, 어느 날은 정색을 하고 신분증을 다시 보여 달란다. 사용할 때마다 기록을 해 놓아야 된다는 것.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 사람들은 단호하다. 법이니까 지켜야 한단다.
시작한 김에 법을 하나 더 보고 가자. 우리가 예전에는 헬스클럽, 요즘은 피트니스센터라고 부르는 곳을 이탈리아어로는 팔레스트라(palestra)라고 한다.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 혹은 ‘피트니스센터에 갈 거다’ 하고 얘기할 때 ‘봐도 인 팔레스트라(vado in palestra)’라고 말한다. 이 팔레스트라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시작한 날부터 일주일 이내에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하고, 이것이 없으면 더 이상 입장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것이 법이다. 법을 어길 경우 벌금은 팔레스트라가 문다는데, 진단료는 개인 부담이고 금액은 약 6만원 정도. 그리고 1년간만 유효하다.
이제 주제를 바꾸어서, 코 푸는 얘기를
정인희 금오공대 교수
ihnhee@kumo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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