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108분이라는 상영 시간 내내 여성들이 꿈꾸는 ‘패션 판타지’, 그것도 ‘명품 브랜드들의 화려한 리그’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영화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러브&팝>에서 6개월 간 아르바이트 한 돈을 고스란히 모아야 가방 하나를 살 수 있는 대표적인 명품으로 언급했던 「프라다」를 포함해 「샤넬」, 「발렌티노」 등의 명품 옷들로 가득하기 때문. 실제 모델인 안나 윈투어가 <보그> 직원들에게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는, 정작 자신은 「프라다」 옷을 차려 입고 시사회장에 나타났다는 가십들과 영화 속 에디터들의 이상과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는 현실론에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관객들은 영화에 나오는 ‘옷’들에 넋을 잃게 된다.
노스웨스트 대학을 갓 졸업한 앤드리아(앤 헤서웨이 분)는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다. 출근을 준비하는 뉴욕시의 워킹 우먼들과 앤드리아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영화의 오프닝. 여자들이 속옷부터 블라우스, 스커트, 액세서리, 하이힐과 핸드백을 고르고 마스카라와 립스틱으로 메이크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앤드리아는 검정색 바지에 흰 남방, 브이넥 회색 니트티를 겹쳐 입고, 거울도 보지 않은 채 슥슥 립스틱을 바른다. 베이지 코트에 도트 프린트 머플러를 두르고 어니언 베이글을 사먹으면서 전철을 타는 그의 푸시시한 머리와 옷은 패션도 하나의 경쟁 요소임을 잘 알고 있는 뉴욕의 워킹 우먼들과 대비돼 앤드리아의 털털한 성격과 앞으로 그가 겪을 사회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을 암시한다.
미운 오리 새끼, 백조로 거듭나기
앤드리아의 촌스러움과 뉴욕 여성들의 대비는 <런웨이>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극에 달한다. 최고의 패션 잡지인 <런웨이>와 편집장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립 분)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앤드리아에게 계절을 알 수 없는 민소매 셔츠, 타이트한 스커트, 길게 늘어뜨린 목걸이와 스틸레토힐 차림의 잡지사 직원들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다.
이러한 앤드리아가 운좋게(?) 악마로 유명한 편집장 미란다의 차석 비서로 취직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폴라티, 두툼한 검정 스타킹에 단화, 어느 옷에나 매치하는 베이지 코트와 도트 프린트 머플러의 패션 감각을 뽐내는 6 사이즈의 앤드리아는 4 사이즈의 여자들만 모여있는 <런웨이> 사무실에서 튀어도 너무 튄다.
회색 체크 스커트, 남방에 푸른색(cerulean) 꽈배기 스웨터를 겹쳐 입고 단화를 신은 체 가바나의 스펠링을 물어보는 앤드리아의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의 변신은 패션 산업에 대한 미란다의 설명 때문이다. 단순히 ‘일’을 할 뿐인 앤드리아의 푸른색 스웨터를 지적하며 오스카 드렌타의 가운에서 처음 사용된 푸른색(cerulean)이 캐주얼에서까지 사용되면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에 관한 설명은, 실제로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일에 대한 자부심을 주기에 충분하다. 앤드리아는 <런웨이> 쇼룸에 가득 쌓인 옷을 활용해 변신을 시작한다.
샤넬 걸(?) 고군분투하다
본격적인 영화는 이제부터다.
단번에 할머니 스커트와 두툼한 스웨터를 집어 던지고, 검정 트위드 「샤넬」 재킷에 크리스티나 티의 미니스커트를 입고 「샤넬」 부시뜨나 롱부츠를 신은 앤드리아의 모습은, 직장 동료들은 물론 관객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어서 영화는 출근하는 앤드리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툼한 스타킹과 단화를 벗은 그는 크림색 벨티드 「샤넬」 코트와 뉴스보이 스타일의 「샤넬」 모자의 매치에 골드뱀피의 「캘빈클라인」 사첼 백을 들고 회색 트위드 「마르니」 펌프스를 신은 모습, 보라색 톤의 「구찌」 벨벳 스커트에 「레베카테일러」의 스윙 코트를 입고 「샤넬」 블랙 퀼트 가죽백에 「루부뎅」 롱부츠로 마무리한 모습 등 다양한 럭셔리 패션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향에서 함께 뉴욕으로 올라온 남자 친구 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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