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도 영과 혼 그리고 몸을 가진 사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는 매장이라는 몸과 브랜드 아이덴터티라는 영혼과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드 편익을 통해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도 할 줄 안다. 비약적인 비유겠지만, 어떤 브랜드는 혼자서 사냥하는 정글의 맹금류처럼 다른 브랜드를 잡아먹기도 하고, 어떤 브랜드는 푸른 초원의 긴 목 사슴처럼 여러 동물들과 같이 어울려 살기도 한다. 어떤 브랜드는 인간처럼 고등동물로서 상대방을 열광시키거나 중독시키며,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기쁨을 주기도 한다.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의 작품은 인간을 닮았다. 마치 사람이 사람을 낳고 소가 소를 낳듯이 사람이 만든 것들은 사람의 필요에 따라서 만들었기에 사람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에도 인격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브랜드의 죽음도 지구상의 생명체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브랜드도 사람과 비슷해서 나이가 들면 성장을 멈추고 퇴화한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특수한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을 자연적인 기업 라이프 사이클에 집어넣어서 생명주기를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보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준 것들이 있다.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자신의 저서 《Good to Great》에서, 1965년부터 1995년까지 30년 동안 1천43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오직 126개, 9%에 해당하는 회사가 경쟁우위를 유지했다고 한다. 《핵심에 집중하라(Profit from the Core)》를 쓴 크리스 주크(Chris Zook), 제임스 앨런(James Allen)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1천854개 기업 중 13%만이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을 했다고 한다.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 사라 캐플런(Sarah Kaplan)의 저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따르면 1962년부터 1998년까지 1천8개 기업 중 16%인 160개 기업이 생존했다고 한다.
반면에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브랜드들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1886년생인 「코카콜라」, 1913년생 「구찌」, 1908년생 「컨버스」, 1974년생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1985년생 「소나타」, 1961생 「박카스」 등은 나이가 들지 않는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브랜드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서 우리는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을 마케팅 상식 내지는 법칙으로 알고 있다. 또 결코 브랜드의 라이프 사이클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원인이 시간과 경쟁 구도의 비례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고요한 새벽 암살
암세포는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원래 있는 세포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자극에 따라서 그것이 암세포로 변화되어서 본체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된다. 브랜드를 죽이고 더욱 노화시키는 것은 외부의 경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내부 요인이 더 큰 작용을 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너무나 작아서 보이지는 않지만 고통의 증상으로 알 수 있다. 우리 브랜드도 어쩌면 브랜드 암세포가 전이되고 있는 과정일 수 있다. 그것은 노화를 촉진하는 암세포이거나 심장과 간을 썩게 하는 치명적인 암세포일 수 있다.
브랜드 최악의 암은 ‘1등 암’이다. 쉽게 말해서 1등이 되면 무조건 걸리는 브랜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도 혹은 원조 브랜드들은 항상 경쟁 브랜드를 무시한다. 자신을 모방하는 브랜드는 더욱 경멸한다. 그러나 그 1등은 자신이 무시하고 경멸했던 브랜드에 의해 사라진다.
술을 못하는 나는 우리나라의 소주는 「진로」만 있는 것으로 알았다. 「경월」 「무학」이라는 소주들은 군대 가서 처음 보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소주 시장도 하이트 맥주처럼 바뀌었다. 갑자기 나온 「김삿갓」이 시장을 개편하기 시작했다. 6개월 이후에 「참나무통맑은 소주」가 나왔고 「곰바우」가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소주 시장은 치열한 술판을 벌이고 있다. 다시 진로가 평정한 것은 이름을 「참眞이슬露」로 바꾸고 알코올 도수를 25도에서 23도로 내리면서 지금은 소주 시장의 50% 이상의 마켓 쉐어를 차지하고 있다.
「코카콜라」에 도전장을 냈던 「펩시콜라」, 아마 이 마케팅 사례는 지구종말까지 두고두고 울궈먹을 것이다. 「펩시」는 눈을 감고 마시게 한 다음에 선택하는 마케팅을 구사했는데, 이것은 마치 대법원에서 결정적 증인이 하는 증언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1등 코카콜라는 두려웠던 나머지 「뉴코크」를 만들고 「펩시」에 대항하려 했지만 알다시피 「코카콜라」의 충성 고객으로 인해서 저지되었다. 여하튼 「펩시」는 「코카콜라」의 순간 기울임을 통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했고 콜라 역사상 「코카콜라」를 이긴 사건을 만들었다. 「코카콜라」의 약점은 「코카콜라」에 있지 않고 대응 마케팅의 부족에 있었다.
권민 / 모라비안바젤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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