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파리 컬렉션이 끝났다. 뉴욕-런던-밀란-파리를 있는 또 한번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 셈이다. 과연 내년 춘하시즌에는 어떤 옷들을 입게 될까?
이번 런웨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실크’의 영역이었다. 당연히 실크는 이번 시즌에도 유행의 한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몇 시즌간 실크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새틴과 샤무즈의 유행에서, 조금 두께감 있는 므와레나 타페타, 여기서 한층 더 두꺼운 헤비 새틴까지 실크는 끝도 없이 두꺼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모직처럼 보이는 재킷도 어딘가 실크가 혼방되고, 실크의 마틀라세나 자카드는 수트 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 보였다.
그러나 내년 시즌엔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듯 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지난 시즌부터 이 같은 변화는 감지되어왔다. 07년 춘하에 나타난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오간자’를 데이웨어로 입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크레이프드신의 팬츠가 등장했다는 것 정도로 표현할 수 있으리라.
오간자로 만든 셔츠가 어느 도시에서나 보여졌다. 파이웨어였냐면 그렇지 않다. 심플한 셔츠, 아니면 터틀 니트처럼 보이는 풍성한 풀오버를 오간자로 제작하여 마치 풍성한 구름처럼 보이는 모델들이 무대를 활보했다. 오간자의 트렌치코트, 심지어는 팬츠까지도 등장했으니 이 소재에 대한 관심이란 그야말로 절정에 달한 셈이다.
오간자가 어떤 소재인가. 탄력감이 있고, 실루엣을 붕붕 살게 만들며, 광택이 없으므로 더더욱 구름 같은 느낌을 주는 소재다. 이번 시즌 실크의 동향은 과연 무광의 탄력감이 있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많은 크레이프드신이 있었다. 이 소재 또한 매 해 등장하는 단골 소재지만, 이번 시즌에는 잔잔한 도트 무늬나 기모감 있는 모티프로 짜여진 크레이프드신의 재킷과 팬츠가 등장했다. 몇 년 전에 이런 옷을 보았다면 ‘어, 저 여자 속바지만 입고 나왔어’라고 말하기 딱 좋은 그러한 스타일, 즉,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하늘한 스타일’로 치장하는 트렌드가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타페타나 파유, 므와레도 꾸준히 선보였다. 타페타는 파카 붐을 타고 스포츠웨어 풍으로 다양한 아이템에서 선보였으며, 그 빈도는 오간자나 드신에 못지 않다.
굳이 오간자와 드신을 비교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두 소재가 겨냥하는 감성이 의외로 동일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페미닌한 블라우스, 원피스, 그리고 바텀의 영역까지.
두 소재는 서로 상반된 물성을 지니고 있지만, ‘지극히 가벼워보이는 실크’라는 점에서는 같은 효과를 발휘했다. 디자이너의 성향으로 보자면 「셀린느」 같이 딱 떨어지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들은 당연히 오간자나 가자를 택했다. 그러나 「막스 아즈리아」와 같이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디자이너들은 드신과 샤무즈, 쉬폰을 풍성하게 섞어 썼다.
언던 쉬크(undone chic)를 강조하고자 한다면 드신의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움직일 때마다 파닥이는 (flittering) 소재 자체의 움직임은 여성의 가녀림을 극대화시켜 주며, 은은한 광택은 어찌보면 새틴보다 우아하다.
그러나 정형적인 실루엣에서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가벼움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오간자나 가자는 매우 좋은 소재다. 작년 같았으면 디자이너들은 오간자의 퍼프 소매 블라우스를 생각했겠지만 이번 시즌엔 달랐다. 심플한 튜닉, 단순한 셔츠, 단순한 코우트를 그저 가자와 오간자로 제작하여 데이웨어의 느낌을 강조했고, 바로 그 같은 점이 더 쉬크하게 다가왔다.
과연 이 같은 차림을 내년 봄 국내에서 볼 수 있을까? 드신의 짧고 풍성한 팬츠는 잘 모르겠지만 드신 코트나 오간자 셔츠는 분명히 여성들이 탐낼만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그 같은 소재를 입고 파티장이 아닌 곳으로 출근하거나 외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유혹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김소희 말콤브릿지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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