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파랑, 그리고 보라빛 연애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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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9 오후 1:26:26

우리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사람들은 늘 변한다. 시간이라는 나이테를 돌다 보면 결국 사랑도 변하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순간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갈망하지만 그 영원함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열정적으로 시작되었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 서로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은수의 패션을 통해 살펴봤다.      



 2001년 가을, 영화 <봄날은 간다>가 개봉했다. 행복한 로맨스나 눈물나는 멜로를 기대한 관객들을 배신(?)하고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과 그 사랑이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영화가 끝난 뒤 극장 로비에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영화 속 은수(이영애 분)를 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상우(유지태 분)가 자신의 모습 같아서 하염없이 울었다고 했다.

사랑은 어이없을 정도로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두근거리고 생각만으로도 미소 지어지고 그의 모든 것이 멋져 보일 정도로 행복했던 은수와 상우의 사랑은 두려움, 이유 모를 짜증과 귀찮음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은수와 상우는 헤어졌다.


빨간 목도리… 상우와의 만남 속 사랑
<봄날은 간다>는 보는 사람에 따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 할 정도로 슬프기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도 한다. 이는 영화가 담담하게 일상에서의 사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장되지 않은 영화처럼 영화 전반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패션도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다. 주인공 은수는 바지, 셔츠와 니트, 굽이 낮은 구두와 커다란 숄더백으로 활동적이면서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미를 보여준다. 연애를 하면서 그녀의 옷차림이 바지에서 스커트로, 무채색에서 파스텔톤으로 조금씩 변한다지만 집에서는 머리를 질끈 묶고 추리닝 바지에 박스 티셔츠를 걸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일에 좇기는 30대의 일상 그대로다. 이러한 은수의 모습에서 가장 관객들의 인상에 남은 패션은 바로 상우와의 첫 만남에서 은수가 하고 있던 빨간 목도리일 것이다.

상우가 은수를 처음 봤을 때, 은수는 버스 터미널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검정 단발 머리, 검정 코트, 검정 바지, 검정 구두, 검정 크로스백에 둘둘 말고 있는 빨간 목도리. 허진호 감독 스스로 “느낌있게 나왔다”고 말하는 은수의 빨간 목도리는 “조금 늦으셨네요”라는 대사와 함께 대나무 숲, 처음으로 함께 한 녹음, 식사, 소리를 선택하고 방송을 하는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은수와 상우의 평범하고 강렬한 사랑의 시작을 알린다.

은수의 상우에 대한 호감은 많은 양의 밥을 말없이 덜어주려는 배려, 일에 대한 고집스러움과 같은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녹음 작업이 계속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회사를 빠지고 술에 취한 모습이 멋져 보일 만큼 함께 하고 싶어한다.

풍경소리를 녹음하러 간 산사에서 은수는 연두색 폴라 티셔츠와 패딩 점퍼의 편안한 캐주얼 차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데이트가 지속되면서 은수는 흰색 스커트에 분홍색 니트 카디건, 굽 높은 구두의 여성스러운 패션을 선보인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두 사람의 연애가 순조롭게 이어지면서 은수는 검정색 일색이었던 겨울 옷을 벗고 파스텔톤의 옷을 입는다. 상우에게 운전을 배우고 호숫가에 소리를 녹음하러 가는 장면에서 은수는 청바지, 흰셔츠와 연두색 니트 티셔츠 차림으로 노래를 읊조리며 행복을 표현한다.


스트라이프… 헤어짐, 또 다른 만남
상우는 은수와의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이혼 경력이 있는 은수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며 방해받고 싶지 않은 생활이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엇갈리기 시작하면서 은수의 구두 굽은 다시 낮아진다. 바닷가, 방송국 로비, 정선 아라리요 녹음 여행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스트라이프와 체크 패턴 상의들은 은수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주는 듯 하다.

두 사람이 바다 소리를 녹음하는 장면. 은수는 청바지에 회색과 노란색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고 있다. 상우는 자신의 사랑을 노래로 고백하지만 은수는 ‘과연 내가 저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 잠긴다.

방송국 로비. 다른 사람에게 상우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은수는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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