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 과자 스토리’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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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오후 1:53:31

천안의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는 강의를 다녀올 때 마다 꼭 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호두과자’입니다. 어찌 보면 호두과자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 지방도로 곳곳에서도 어김없이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간식입니다. 철도가 발달한 이래 기차 안에서 파는 먹거리로는 김밥, 계란, 호두과자만큼 오래된 것도 없는 듯 합니다. 이처럼 역사가 오래되고 우리 일상에 가깝게 느껴지는 호두과자지만 그 내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원조 호두과자는 1934년 천안사람 조귀금(작고)씨 부부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당시 20살이었던 아내 심복순씨는 현재 90세가 넘는 할머니가 되셨으니 그 내력이 무려 70년에 이릅니다. 원조 호두과자는 만드는 과정부터 다릅니다. 바탕이 되는 밀가루를 물이 아닌 묽은 우유에 설탕을 더해 반죽한 뒤 숙성과정을 거칩니다. 속에 넣는 팥도 흰팥을 사용하는 것이 원조입니다. 그리고 구울 때 일일이 수작업으로 호두 한 알을 8쪽으로 나누어 한 조각씩 얹습니다. 때문에 호두과자에는 기분 좋게 씹히는 호두 알맹이가 꼭 들어 있습니다. 호두과자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하루 반나절이나 걸립니다. 인공 감미료나 방부제를 전혀 쓰지 않지만 순도가 높아서 일주일이 지나도 쉬이 상하는 법이 없습니다. 천안에서는 이 ‘원조 호두과자’를 파는 곳이 딱 두 곳 있는데, 요사이는 전국적으로 택배 판매도 한답니다. 저는 호두과자를 살 때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찾아가서 꼭 그 곳에서 구입합니다. 소위 마니아가 된 것입니다. 한번 먹어 보면 그 맛에 반하고, 다른 호두과자와 질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가격으로 ‘원조’를 만나는 기쁨 때문입니다. 너도 나도 원조를 내세우는 세상이지만 이 호두과자는 좀 특별합니다. 한 상자에 서른 다섯 개나 들어있는 충분한 양과 오래 전부터 변함없는 포장박스 말고도 원조만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호두의 유래’와 ‘원조 호두과자의 히스토리’를 한눈에 읽어 볼 수 있게 만든 ‘리플릿’입니다. 사실과 역사를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의 자신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고, 감히 다른 브랜드가 따라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가끔 주변 지인들에게도 선물하는데, 원조 호두과자의 역사 이야기를 해주면 누구나 흥미로워합니다. 그리곤 그 사람들도 이 호두과자에 반하고 맙니다. 단돈 오천원으로 받는 사람도 즐겁고 주는 사람도 부담 없이 10분 이상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브랜드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학화 할머니 호도과자’라고 불리는 이 원조 제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브랜드의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케 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수많은 모방자나 경쟁자들과 차별화시킵니다. 게다가 스토리가 탄탄한 브랜드는 마니아를 모으고 마니아들은 그 브랜드의 최전방에서 스스로 뛰는 전도사가 됩니다. 브랜드가 스스로 성장하는 힘을 갖추는 것입니다. ‘스토리 텔링’이라는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스토리는 빛을 발합니다. 고객들은 제품 자체는 물론이고 제품이 가진 ‘낭만과 매력’에 돈을 지불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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