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제 1원칙....’강력한 네이밍’
아주 예전에 나는 H.O.T라는 그룹 때문에 심한 모멸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의 나이는 33살이었고 나름대로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2003년 기준에서는 말도 안되지만 그때는 얼핏 보면 20대 후반 같거나 신세대 아저씨 같은 용모를 가졌다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신세대 특정 브랜드 파워조사를 위해서 여러 10대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좁은 인터뷰 방안에서 그들에게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누가 이 브랜드와 어울리는가를 묻는 상황이었다.
권 민 : “이 친구들은 어때… HOT(에이취오티)
아이들 : 짱이죠..에쵸티
권 민 : (의아해하면서) 그렇지! 에이취오티가 낫지?
아이들 : 존나 죽여주죠. 에쵸티
권 민 : 에쵸티?
아이들 : 에이 아저씨 구린내 나게. 에이취오티가 뭐예요. 에쵸티죠
우리나라 가정교육뿐만 아니라 학교의 인격교육의 부재를 개탄하면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소비자 조사 과정에서 아이들을 세워놓고 말버릇과 국어 교육을 시킬 수는 없었고 그저 달아오르는 두 뺨의 열기를 속으로 삭히고 있었다. 그들은 에쵸티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그들의 성적, 좋아하는 컬러…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하는 사생활까지 모두 좔좔 늘어 놓았다. HOT와 이런 악연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HOT가 방송과 뉴스에서 나오면 그 당돌했던 6명의 고등학생과 나에게 구린내가 난다고 했던 깻잎 소녀가 기억이 난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 위세 당당했던 HOT가 해체가 되는 사건이 생겼고 팀들은 강타, 문희준 그리고 JTL로 분리가 되었다. 말하고자 하는 충격은 이제부터다. 강타라는 HOT 멤버가 모 방송국에 나와서 게임을 하는데 뒤에서 강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안칠현 파이팅” 그 마스크와 너무나 적절했던 ‘강타’의 본명이 ‘안칠현’이라는 것을 5년 뒤에 알게 되었다. 강타의 이름이 안칠현이다. 웃기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포지셔닝의 각인 효과에 대해서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이름을 선택할 때, 그것은 가치 포지셔닝과 일치해야 한다<필립 코틀러/미래형 마케팅>” 코틀러는 아름다운 여성 2명의 사진을 가지고 아주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1차 실험에서 사람들은 두 여성에 대해 비슷한 선호도를 보였다. 그러나 사진 밑에 이름을 붙인 2차 실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쪽에는 엘리자베스 또 다른 쪽에는 거트루드라는 이름을 붙였더니 80%가 엘리자베스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이 실험은 브랜드가 런칭할 때 시도하는 첫번째 각인적 브랜딩 포지셔닝과 네이밍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브랜드 런칭 성공에는 포지셔닝 규칙이 있다. 그래서 신규 브랜드를 런칭할 때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않는 것과 기본적인 마케팅 프로세스(네이밍 개발)의 진행만으로도 성공의 90%를 보장 받을 수 있다. 강타의 본명이 안칠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도 그를 보면 에쵸티의 강타로 각인되어 있다.
나의 이름은 원래 ‘조태현’이다. 패션계에서는 ‘권민’으로 알려져 있다. 지면을 통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자니 비하인드 스토리가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아 그냥 넘어가겠다. 여하튼 ‘권민’이라는 이름은 처음에는 아무런 목적을 가지지 않고 ‘그냥’ 사용했던 이름이다. 그러나 이 이름 때문에 나의 진짜 이름인 ‘조태현’은 사라졌고 ‘권민’이라는 이름으로 포지셔닝 되어버렸다. 지면을 통해서 ‘권민’을 알게 된 사람들이 실제로 나의 모습을 보면 크게 3가지의 반응을 보인다. 1)아저씨잖아! (나는 아저씨가 아니라고 속이지 않았다) 2)뚱뚱하잖아! (나는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3)남자잖아! (나의 말투가 여자 같지는 않은데) 여하튼 처음 만난 대부분의 사람이 ‘다르다’고 나에게 농담처럼 말한다. ‘크게 다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큰 차이점’을 만들어 낸다.
추측이지만 ‘권민’이라는 이름은 탤런트 ‘김민’의 영향과 외자 이름이 주는 샤프한 느낌 그리고 ‘민’이라는 이름이 왠지 순정만화에 나오는 큰 눈을 가진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에 나를 보면 ‘크게 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결론은 이름과 외모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려운 말로 ‘인지 부조화 현상’이라고 한다. 패션 마케터의 경우 인지 부조화가 생긴 상태에서의 브랜드 런칭은 마치 100미터 달리기에서 혼자만 뒤로 50미터를 더 후퇴한 후에 달리는 격과 같다. 왜냐하면 마케팅의 연금술이라고 하는 각인적 이미지 포지셔닝인 ‘시너즈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브랜딩 제 2원칙 - 네이밍 존엄성의 원칙
성경에 주기도문이라는 것이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