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戰後)의 새 세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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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인 희 / 금오공대 교수 (ihnhee@kumoh.ac.kr)

2006-07-19 오전 11:51:29

1950년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전후의 황폐해진 거리, 그리고 거기서 조금씩 다시 피어나는 희망의 싹. 그래서 침울하지만 어디선가 한 줄기 빛이 스며들고 있는 듯한 느낌. 두 번의 큰 전쟁을 치르면서 '세계'라는 인식이 명확히 생기기 시작하여, 전세계가 하나처럼 움직이기 시작한 첫 시기가 바로 이즈음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패션에 있어서도 서구의 것과 한국의 것이 같은 흐름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미국> 수소폭탄 개발. 1951년, 미·일 평화조약 체결. <영국> 보수당의 처칠이 집권. 1952년, <미국> 공화당의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에 당선. 1953년, <소련> 스탈린의 죽음.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여왕 즉위. 한국전쟁 휴전. 1954년, <미국> 흑인도 백인과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대법원 판결. 상원의원 맥카시의 정계 은퇴. 1955년, 소련·오스트리아 강화조약 체결. <영국> 처칠 은퇴. <소련> 후르시초프가 지도자로 부상. 1956년, <소련> 헝가리 혁명 진압. <미국> 아이젠하워 재선. 1957년, <소련> 인공위성 발사 성공. 1958년, <프랑스> 새 헌법 채택, 드골의 강력한 영도 아래 제5공화국 출범. <미국> 일시적 경기후퇴로 500∼600만명의 실업자 발생. 1959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프랑스·영국·서독 방문. 후르시초프의 미국 방문. <미국> 경기 회복, 알래스카와 하와이 합방. 이것이 1950년대의 주요 국제 사건들이다. 1950년대의 패션은 이 시대적 요소들을 어떻게 반영했을까? 먼저 여성들의 스커트 길이가 점점 짧아졌다. 경제와 스커트 길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짧은 스커트는 경제 호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냉전체제 하에서는 온갖 무기가 생산되어야 했고, 사회적으로는 업무가 세분화되고 새로운 산업 분야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 발전과 더불어 자본 축적 속도가 빨라지는 경제적 호황기를 맞게 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스커트가 점점 짧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해석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증대되면서 보다 간편한 복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편한 복식에 대한 요구는 스커트를 짧게 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바지 착용을 일상화시켰다. 전쟁 중에 이미 여성들은 남성인력을 대체하여 바깥일을 하게 되었고, 전후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민주주의 정착 노력이 증대됨에 따라, 남녀간의 동등한 지위를 인정하려는 움직임에 힘입어 여성들의 바지 착용이 확대된 것이다. 겨울에는 타탄 울과 트윌 소재, 여름에는 면 개버딘이나 린넨으로 만든 몸의 곡선을 따라 끝이 좁아지는 바지는 여성들의 기본 의상으로서, 아직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입혀지지 않았지만, 캐주얼한 주말복이나 집에서의 비공식적 저녁식사모임에서는 착용되었다. 인종 차별의 철폐, 남녀 평등과 같은 맥락에서, 어린이와 청년들도 지금까지 어른들에게 종속되었던 지위를 탈피하여 나름대로 고유한 역할을 인정받게 되었다. 물론 의복에서도 어른들의 옷을 모방한 것이 아닌 그들만의 스타일을 원하기 시작한다. 특히 반핵운동 등 반체제운동의 일환으로 젊은이들의 의사를 표방한 의복 형태가 대거 유행하였는데, "Ban the Bomb" 행진은 1950년대 후반의 특징으로, 젊은 남녀들은 커다란 스웨터, 더플코트와 진을 입고 거리를 행진하곤 하였다. 이렇게 탄생하기 시작한 청년 하위문화는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 펑크 스타일에서 절정을 이루게 된다. 기성세대의 생각에서 탈피하여 청년세대가 스스로 패션의 중심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과 유사하게, 이전에 패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예술사조보다 이제는 대중문화가 더 직접적인 패션의 자극 요인이 되었다. 이미 영화가 보편화되어 있었고, 영화배우는 패션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1950년대의 주요한 패션리더로는 말론 브란도, 제임스 딘, 마릴린 몬로, 엘리자베스 테일러, 애바 가드너, 그레이스 캘리,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브리지트 바르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1955년 사고로 사망한 제임스 딘은 1950년대의 고유한 상징이다. 광기를 띤 혼란한 성격의 역할 연기로 반체제적인 이미지를 굳힌 그는 젊은 세대와 젊은이들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주어, 모터바이크 스타일, 티셔츠, 블루진과 부츠를 오늘날의 젊은이에게까지 파급시켰다. 1950년대 중반, 록 가수는 새로운 대중 우상이 되어 영화배우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추종되기도 했다. 끈덕진 비트 사운드를 기초로 형성된 록큰롤(Rock and Roll)은 모든 세대에게 지치지 않고 춤을 출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가장 위대한 록 스타였다. 그는 가장자리를 브레이드나 프린지로 강조한 선명한 패턴 혹은 짙은 단색의 셔츠, 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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