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시대 글로벌 패션기업(4)
미국의 패션·유통업계는 원하는 기간 안에 최대한 빨리 생산해 낼 수 있는 ‘속도’가 시장 경쟁의 제1요소로 부각되면서 거리가 가까운 중남미가 주요 소싱처가 되고 있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반드시 근접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중국에서 선적된 제품이 미국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페루에서 생산한 제품이 미국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같다. 그만큼 빠른 선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생산 능력만큼이나 소싱처의 중요한 문제다.
국제 무역 장벽과 쿼터제가 무너지고 있어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보다 경쟁적인 소싱 전략이 필요하다. CAFTA(중앙아메리카 자유무역협정)가 체결 직전이지만 자체적인 중남미 국가가 효과적인 소싱국의 역할을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경쟁에 뒤지게 된다.
이제 최적의 소싱처는 원료에서 제품까지 한 지역에서 모두 이뤄지는 수직적 집중력을 갖고, 소싱 발주처와 오가는 서류량은 최소화시키며, 관세 면제, 쿼터 면제를 보장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싱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멕시코와 미국, 아시아(중국 등) 지역에 일관생산체제를 갖춘 업체가 살아남을 것이다. 아시아 지역은 생산 능력과 가격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디자인과 공학적 측면에서는 낙후된 면이 강하다. 때문에 미국과 중남미 지역의 소싱처들은 미국 패션·유통업계에 여전히 매력적이다.
리테일러에게 미치는 영향
소싱 과정의 효율화와 투명화는 각 공급체인을 추가로 관리하는 일을 없애므로 마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즉, 주문과 가격결정을 보다 빠르게 하는 만큼 각 브랜드의 경쟁은 보다 실시간에 이뤄지는 시간차 공격전을 펼치게 된다. 따라서 결정은 하루 단위로 진행되고 장기보다는 단기적 트렌드 흐름이 의사결정에 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이제 공급체인을 보다 효율화시키기 위한 정보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향상된 정보기술은 보다 적절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생산과 유통 전반의 효율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디스카운트 매장과 웨어하우스 클럽은 낮은 원가구조를 가져야만 고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스페셜티 어패럴 리테일러들은 스타일과 품질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소싱만큼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소비자의 욕구’다. 특히 지금처럼 불안정한 어패럴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보다 잘 이해하는 것이 소싱 과정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는 중요한 안건이다.
많은 리테일러들이 소비자의 동향을 파악, 이를 반영한 역동적인 가격 정책 및 서비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자라(ZARA)」 「망고(MANGO)」 「H&M」 소싱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춰 매출과 수익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전략적인 소싱을 통해 소매가 대비 원가율 및 마진을 높여야 한다.
「자라」 「망고」 「H&M」의 소싱 사례를 알아보자. 「자라」는 스페인 섬유산업의 근간을 이루던 봉제조합들이, 이태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만든 브랜드이다. 즉, 유럽의 소규모 상점이나 브랜드들이 연합한 방식으로, 이들은 기획과 생산에 강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연합을 통해 단가를 낮추고 경쟁력을 획득했다.
「자라」는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이 발표한 최신의 트렌드를 최대한 빨리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15일 내에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SPA 방식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전세계 매장으로 새로운 상품을 투입하는 생산체제를 갖췄다.
기획 생산자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OEM생산보다는 200여 명 이상의 자체 디자이너들을 통해 전체 물량의 60~65%를 자체 생산하는 원칙을 고수한다. 또한 정확한 트렌드를 읽기 위해 현지에 인프라를 구축해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반응 및 소비자 취향을 알아낸다. 이러한 방식이 바로 「자라」가 자랑하는 기획 프로세스 ‘패션온디맨드(Fashion on Demand)’이다.
「자라」는 매 시즌별 컬렉션을 선보이는 대신 며칠 단위로 신제품을 선보이는 ‘빠른 공급’ 시스템을 구축, 각 매장에 가장 빨리 트렌디한 제품을 반입하는 데 주력한다. 따라서 연간 수백여 종의 아이템을 생산하는 여타 브랜드와 달리 매년 1만1천여 제품을 생산하지만 제품별로 소량을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율은 낮다.
이같은 ‘속도’가 가능한 이유는 「자라」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창고에 시간당 4만여 아이템을 분류할 수 있는 맞춤형 분류기계를 비치해 원하는 제품을 신속하게 분류하고, 가까운 곳은 트럭을 이용한 당일 배송을, 먼 곳은 비행기를 이용한 주간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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