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광고계의 거짓, 혹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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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7 오전 9:12:53

한 편의 광고는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수많은 산고를 겪고 나온다. 한 편의 패션광고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의 땀과 애환이 배어들어 가는지 여느 사람들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십여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인원이 참여해야 하는 광고제작 과정.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촬영 과정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직접 뛰는 광고 제작자들로부터 들어봤다. 작스런 사고로 인해 긴박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하고, 때로는 모험을 감수하면서 프로의 정신을 보여준 모델들이 있는가 하면, 고객사의 과다 요구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해야 하는 속타는 제작자들의 속사정까지 패션광고계의 X파일에는 베스트 광고를 만들기 위한 그들만의 애환과 땀이 남모르게 배어 있다. 기획사와 모델은 공생관계? 광고제작을 진행하는 제작사들에게는 ‘모델 섭외가 광고제작의 절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광고기획사 실장은, “모델과 계약을 마쳐도 촬영 당일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촬영 당일 약속한 모델이 도착해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쉰다”고 말했다. A기획사는 모 여성복 브랜드의 올해 춘하 시즌 화보 촬영을 진행하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기획사 직원들과 브랜드의 실무자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이미 촬영 현지에 도착을 했는데, 약속한 해외 모델과 포토그래퍼로부터 사정상 광고를 찍을 수 없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것이다. 여자 모델은 건강상의 변명을 늘어놓았고, 포토그래퍼는 모델이 바뀌면 본인도 불참하겠다는 이유를 댔다. A사는 급히 수소문해 또 다른 유명 모델과 포토그래퍼를 섭외했고,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광고주인 패션업체가 문제였다. 애초에 약속했던 모델이 아니니 인정할 수 없다는 거였다. 결국 A사는 광고주와 조율해 재촬영을 해야 했다. 물론 A사는 억대의 비용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델들의 돌발사고는 업계에서는 종종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유명 모델이라고 해도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경우가 있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시간뿐 아니라 금전적인 손해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보력이 무기 해외 유명 모델의 경우는 섭외 자체가 쉽지 않다. 때문에 모델 섭외에는 종종 인맥을 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업체가 가진 정보력은 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광고기획사인 모스는 최근 「캐쉬」의 모델인 케이트 모스를 섭외하는 데 발빠른 정보력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체로 유명 모델을 섭외하기 위해서는 포토그래퍼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당시 케이트 모스가 포토그래퍼와 불편한 관계임을 전해들은 모스는 재빨리 다른 라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고, 결국 계약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프로는 아름답다. 그녀의 이름은 ‘모델’ B기획사는 지난해 국내 유명 남녀 배우가 모델인 모 브랜드의 화보 촬영을 국내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B기획사의 관계자는, “웨딩 컨셉의 화보 촬영이었는데, 남녀 모델 모두 촬영 전에는 서로 한 마디도 하지 않더니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신혼부부처럼 다정한 포즈를 취하더라. 하지만 촬영이 끝나자 다시 그 상태더라”며 “두 배우 모두 정말 프로는 프로”라고 말했다. 촬영 때마다 애를 먹이는 모델들도 간혹 있다. 전날 술을 진탕(?) 먹고 촬영 당일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타나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어떤 모델들은 촬영 도중에도 틈만 나면 잠을 자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고. 주위를 편하게 해주는 모델 덕에 순탄하게 촬영을 마친 경우도 물론 많다. 얼마 전 일본에서 화보 촬영을 했던 모 배우는 처음에는 기획사나 스태프들 모두 긴장했던 모델이었다. 한 제작관계자는, “TV나 영화 등에서 비춰진 이미지가 워낙 차가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먹는 것이나 생활하는 면이 워낙 털털해 촬영기간 내내 편안하게 작업했고, 덕분에 작품도 잘 나왔다”고 말했다. 날씨, 최대의 변수 광고기획자들에게 ‘날씨’는 최대의 적이 될 때가 많다. 촬영 전 기상센터의 예보를 확인하고 스케줄을 잡지만, 촬영 현지의 날씨라는 게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D기획사는 지난해 해외촬영을 나갔다가 낭패를 보았다. 촬영 당일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며칠이 지나도 그치질 않았던 것. 결국 D사는 현장에서 컨셉과 시나리오를 바꿔 진흙탕에서 광고 촬영을 끝마쳤다고 한다. 또 패션업체들의 화보 촬영은 시기상 계절과 정반대의 촬영을 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매번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김용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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