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ADENT OPU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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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오후 2:22:41

HAUTE CHO MYUNG RYE:옷이 돋보이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의도로 무대는 완벽하게 블랙 컬러로만 꾸며졌고, 정면에 보이는 오뜨조명례(Jo Myung Rye Haute)만이 눈에 들어왔다. 쇼가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디자이너 문영자와 김연주 등 쇼를 먼저 마친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찾아왔으며, 그녀의 오래된 고객은 부산에서부터 일찍 올라와 자리를 빛내주고 있었다. 올해로 디자이너 경력 28년차에 접어든 디지이너 조명례. 그녀는 이번 무대에서도 어김없이 오뜨꾸뛰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예전의 패션쇼에서 조금은 과장된 듯한 디테일과, 상상할 수도 없는 주름 등을 선보여 너무 오뜨꾸띄르적이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던 그녀의 이번 무대는 디테일은 조금 줄이되, 핸드 메이드의 섬세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그녀는 단 한 명의 관객이 오더라도 내 옷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내 옷을 아껴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을 위해 쇼를 하고 싶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겸손함 때문이었을까. 쇼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쇼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던 관객들은 입장과 동시에 자리를 꽉 채워주었다. 1980년대 유행했던 팝을 배경으로 밝고 경쾌한 워킹이 시작됐다. 이번 패션쇼의 음악은 그레이스 존스와 보이즈 투맨 등 듣기 편하고 대중적인 팝 가수들의 음악을 그녀가 직접 선곡했다. 그녀의 고객이 대부분 그녀와 20여 년을 함께해 온 중년층임을 고려한 그녀의 배려이다. 그녀의 이번 컬렉션 테마는 ‘to allure’. 그녀는 이번 쇼를 통해 진정한 소유와 쾌락을 느낄 줄 알며, 무언가에 매료되어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연출하는 정렬적인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녀는 화려한 오리엔탈 문화와 사치스런 탐미주의의 영향을 받은 듯한 데카당트 오플런스(decadent opulence)적인 요소를 페미닌 룩에 접목해 과감한 섹시라인과 타이업(tie up) 스타일로 풀어냈다. 블랙 컬러의 2단 프릴 스커트를 입고 경쾌하게 걸어나오는 모델에 이어 블랙과 블루 컬러가 조화된 슬림한 스커트, 부드러운 모 소재의 핑크 컬러 재킷, 블루·핑크·그린을 배색한 프릴 스커트를 입은 모델들이 뒤를 이었다. 그녀는, “존재하는 모든 컬러는 서로 조화될 수 있다”며 첫 번째 무대에서는 다양한 컬러의 믹스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컬러들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끌어냈다. 두 번째 무대에서는 단정하게 묶은 머리와 짙은 블루 아이메이크업이 그녀의 블랙 수트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모던한 스타일의 수트에 화려한 디테일을 접목시킨 두 번째 무대는 화려한 비즈 장식과 다양한 프릴을 이용해 핸드메이드와 고급스러운 원단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의상이 이번 무대에서 가장 애착이 가냐고 묻는다면 단연 피날레를 장식할 마지막 스테이지의 의상들을 꼽을 것이다. 그녀 역시 1년 전부터 서울컬렉션을 위해 준비했던 마지막 스테이지의 의상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비비드한 핑크, 블루, 그린, 오렌지 컬러와 둥근 플라스틱 단추, 부드러운 모 소재를 사용한 마지막 무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고 싶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또 입체재단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드레이프가 돋보이는 드레스는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었다. 그녀는, “아름다움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며 옷이 돋보이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스물하나의 어린 나이에 발을 들여 28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그녀는 매번 서는 무대지만 패션쇼가 끝나고 나면 아쉬움과 부족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무대의 피날레에서도 그녀는 어색한 듯한 워킹으로 나와 꽃다발을 들고 다가오는 팬들에게 작은 미소로만 답할 뿐 꽃다발은 건네 받지 않았다. 항상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말하는 디자이너 조명례. 그녀의 고집만큼이나 고집스러운 그녀의 마니아들이 있기에 그녀는 또다시 다음 컬렉션을 준비한다고.

권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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