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 : 컬렉션이 시작된 지 3일째인 일요일 1시. 따뜻한 봄날 모처럼의 설레는 연휴기간인데도 1년 반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김수현의 쇼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밝았던 조명이 차츰 어두워지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자 무대 위로 10여 명의 모델들이 차례로 걸어나왔다. ‘피날레 무대도 아닌데 웬일이지?’라는 의문은 그들이 무대 앞쪽에 삼삼오오 모여 자유로운 포즈를 잡자 풀리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Re-For Fun’이라는 테마로 자유로운 웰빙 스타일을 선보일 디자이너의 의도에 걸맞게 모델들은 따사로운 햇빛 아래서 한가로이 늦가을을 즐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신선한 오프닝 무대처럼 화사한 메이크업을 한 모델들이 무대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04~05 F/W 시즌 김수현 컬렉션의 시작을 알렸다.
‘진정한 웰빙이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즐거운 일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린 그녀는 이번 쇼에서 스타일의 믹스매치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자연스러운 혼재를 표현했다. 셔츠와 팬츠, 팬츠 수트와 저지 셔츠 등 아이템은 전체적으로 베이직했지만 모헤어, 캐시미어, 가죽, 실크, 코튼, 벨벳 등 조직과 재질감이 다른 소재를 하나의 실루엣으로 창조했다.
컬러와 프린팅, 패턴 또한 다양하게 제안했다. 핸드 프린팅처럼 보이는 화려한 플라워 프린팅과 여러 가지 체크패턴, 페이즐리, 애니멀 프린트 등은 그녀의 디자인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고, 여자친구가 손수 떠준 듯한 사랑스런 핸드 메이드 니트와 머플러는 ‘올 겨울 다이어리에 기록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작품에 한껏 빠져들고 있을 때쯤 화사한 아이섀도를 한 탤런트 박준석의 모습이 보였다. 귀여운 미소를 머금은 그가 무대 위로 수줍게 등장하자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패션피플들은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환호성을 질렀다.
예쁜 남자인 그의 모습은 이번 시즌 김수현이 선보이는 메트로섹슈얼리즘을 충분히 표현했다. 디자이너 김수현의 손길에서 태어난 섹슈얼의 모습은 근육을 드러내거나 살이 훤히 비치는 원초적인 것과 사뭇 달랐다. 피팅감을 디자이너의 우선 덕목으로 꼽는다는 그녀의 소신을 드러내듯 은은한 광택감으로 가공된 울 팬츠는 남성의 바디라인을 휘감는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
또한 하운드투스체크 패턴 코트의 칼라와 커프스 부분을 퍼로 트리밍하거나 엄숙해 보이는 중절모에 비드 장식을 하고, 블랙 컬러 재킷의 칼라를 세일러드 칼라로 변형한 디테일을 선보였다. 여성복에서나 사용되는 장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었다. 모델들의 가벼운 워킹과 더불어 살짝 드러난 강렬한 레드 컬러의 안감에서는 그녀의 디자인에 대한 정렬과 함께 감추어진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까지 느껴졌다.
드디어 피날레 무대. 그녀는 턱시도와 함께 화이트 컬러 후드 셔츠와 페미닌한 레드 컬러 프릴 셔츠를 코디해 믹스 매치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아이템은 겉돌지 않았고 위트 있는 깔끔한 신사의 모습을 제안했다.
부드러운 실루엣의 김수현의 의상은 어딘지 모르게 부티가 난다고 칭찬했던 박준석의 말처럼, 그녀의 작품은 런던의 격식과 파리의 창조로움과 뉴욕의 이지한 감각이 혼재되어 있는 듯하다.
DESIGNER INDUSTRY:쇼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밀라노와 해외무대에서 활약중인 「디자이너인더스트리」의 데뷔 무대를 궁금해 하는 패션 관계자와 바이어들로 객석은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현대사회에서 보여지는 정숙함과 내면의 욕망이 지닌 상반된 ‘이중성(double face)’을 보여주고 싶었던 「디자이너인더스트리」는 남성성과 여성성,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클래식과 크리에이티브가 상충되는 이미지들을 선보였다. 울과 가죽이 남성적인 것, 클래식한 것을 의미한다면, 인조 퍼와 실크 등의 부드러운 소재들로 여성적인 의미를 부여해 ‘이중성’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는 이미지로 무대를 채워갔다.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답게 원색적이고 도발적인 컬러들을 블랙과 잘 버무려 클래식한 이미지에 여성스럽고 도발적인 느낌들을 더했다. 주요 컬러는 블랙에다 화이트, 옐로, 퍼플을 매치했다.
첫 무대는 블랙과 화이트로만 꾸며진 클래식한 이미지. 블랙에 화이트 라인이 선명한 코트의 남성복, 심플한 블랙 브래지어와 핫 쇼츠 위에 부드럽게 늘어지는 화이트 코트와 화려한 실버 액세서리로 오프닝을 열었다.
뒤이어 지퍼와 단추로만 장식한 블랙 코트, 스모킹 칼라의 블랙 코트, 가슴선을 깊게 판 원피스 등이 등장했다. 같은 블랙이라도 부드러운 텍스추어와 상반된 이미지의 거친 질감을 믹스한 재킷을 선보였으며, 인조 모피와 가죽을 이어 날개처럼 붙인 탑을 심플한 팬츠와 코디하기도 했
김세나, 최남희, 김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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