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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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오후 2:29:18

ENZUVAN :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감성적인 아름다움을 숭배하며,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간직한 파리지엔의 감각을 홍은주의 옷에서 볼 수 있다. 또 그녀의 옷에는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선과 정서도 담겨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홍은주의 디자인은, 생소하지 않지만 새로운, ‘Something New’로 국내 패션 디자인계의 자극이 되며, 해외 마켓에서는 이국적인 감성의 웨어러블한 디자인으로 신선함을 주고 있다. 패션인상 수상과 ‘월드디자이너 육성사업’의 우선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파리의 에스모드를 졸업하고 크리스찬디오르에서 근무’라는 화려한 경력보다도 그녀를 더욱 힘있게 받쳐주고 있었던 것은, 수년 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와 국내 대중적인 의류 브랜드의 디자인컨설팅을 병행하며 시도했던 ‘고급정서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현재 패션마켓에서 ‘디자인 차별화’라는 경쟁력으로 성장하여 그 동안 메신저 역할을 해왔던 디자이너 홍은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선두주자로서 트렌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컬렉션을 통하여 자신의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는 것은 패션 디자이너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때문에 홍은주는 항상 열정적으로 컬렉션 개최를 강행해 왔고, 서울컬렉션이나 파리컬렉션과 같은 행사를 통하여 매시즌 그녀의 의상이 소개되었다. 이번 홍은주의 쇼에서는 옷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확고한 신념이 ‘Evolution’이라는 타이틀 아래, 자신감 있는 여성으로 표현되었으며, 미래와 현재, 현실과 가상세계, 동양과 서양문화 같은 개념들을 믹스한 새로운 손맛이 느껴지는 의상들을 볼 수 있었다. 블랙을 주요 색상으로 한, 감각적인 레드 악센트가 컬렉션 내내 블랙과 함께 등장하였고, 그레이가 컴비네이션되어 컬러의 흐름을 조절하였으며 거친 표면감의 울 소재와 혼색조의 패블위브, 캐시미어가 재킷과 코트를 위한 주요 소재로 제안되었다. 성글게 짜여진 울과 자연스럽게 구김처리된 얇은 저지, 스트레치드 코튼이 레이어링을 위한 탑이나 랩핑 스커트로 사용되고 툰트라 터치의 모헤어 롱코트가 날렵한 실루엣으로 발목까지 내려와 모던한 실루엣과 내추럴한 소재감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육각형의 그래픽 라인으로 패치워크된 하프 코트엔 자유스럽게 연출된 정교함이 엿보였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같은 소재, 또는 질감이 다른 소재로 피스 패치한 디테일이 돋보였으며, 이 작업은 자유스러운 비대칭 라인을 이루어 입체적인 실루엣으로 연결되었다. 또 자유스러운 직선 또는 라인의 강조는 선명한 레드 스티치의 핀턱이나, 해체주의의 영향이 보여지는 아방가르드한 봉제선으로 전개되었으며 천연가죽의 자연스러운 헴라인과 대비를 이루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슬림하게 연출된 쉐입에 크레프트한 디테일을 담아낸 이번 쇼에서는 매듭으로 묶어 과감하게 처리된 차이나 풍 여밈방식의 베스트와 털끝을 바짝 세워 숄더 부분을 살짝 덮은 스톨, 퍼의 안쪽과 끝부분을 블랙과 레드로 염색한 팍스 퍼가 액세서리로 등장하였으며 태번사의 소프트한 니트, 거즈와 같이 성글게 짜여진 크링클 저지 소재의 머플러가 블랙의상과 코디되었다. 화투의 모티프를 소재로 한 디자인이 프린팅 저지 탑과, 레더 팬츠, 엘보우 패치 장식으로 사용되었으며, 피날레에서는 같은 패턴의 모티프가 블랙 라인으로 간결하게 표현되어 원 포인트 프린트된 화이트 코튼 티셔츠를 입은 모델들이 줄지어 나와 무대를 돌았다. 쇼가 시작되기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취재기자들은 비좁은 프레스석의 통로를 모두 메웠으며, 현장 인터뷰를 위한 조명기구는 오프닝 룩이 무대에 등장하기 직전에야 겨우 잠잠해질 정도로 쇼는 성황을 이루었으며, 디자이너의 혼과 힘을 다하여야만 성공적인 막을 내릴 수 있는 컬렉션에 인터렉티브를 위한 ‘場’으로 의미를 더해 가는 홍은주의 열정은 이미 다음 시즌을 향해 가는 듯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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