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 FEM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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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오후 2:29:02

Ji Haye : 다른 시즌에 비해 해외에서 활동중인 디자이너의 무대를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이번 컬렉션은 패션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 특히 파리에서 오뜨 꾸뛰르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김지해가 고국에서 첫 쁘레따뽀르떼 컬렉션을 갖는다는 소식은 더욱 반가웠다. 코오롱과 프랑스 명품기업 65개가 모인 연합체 Comite Colbert의 후원으로 열린 04~05 F/W 컬렉션은 “화려하게 등장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그녀의 소박한 마음과 달리 많은 프레스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시작됐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김지해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쇼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프랑스 현지 관계자와 코오롱 관계자들을 포함해 해외 대사, 동료 디자이너, 대학교수, 탤런트 신애라와 김민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리허설 무대에서부터 열띤 취재 경쟁을 불러일으킨 김남주는 김지해의 오프닝 무대를 여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파리에 방문했다가 김지해를 만나게 된 계기로 친분을 맺었다는 그들은 디자이너와 모델로 다시 만났다. 사실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은 한국인이 만든 디자인일 것이다. 무조건 해외 브랜드의 명성 때문에 몸에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걸치고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들의 모습은 남의 옷을 입은 듯 어색하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주와 김지해의 만남은 더욱 뜻깊었다. 모델이 아닌 배우를 첫 무대에 세우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는 김지해의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간혹 스타들의 유명세 때문에 혹은 단순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의 무대에 서는 연예인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김지해가 추구하는 ‘당당한 여성상’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김남주는 슬릿과 핀턱 디테일로 섹시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화이트 컬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이어 등장한 모델 노선미와 김은심은 섹시하고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표현했으며, 아름다운 바디라인과 귀여운 미소가 매력적인 장윤주와 김원경의 등장도 자유롭고 행복한 김지해의 작품을 돋보이게 했다. 전체적으로 페미닌하고 상당한 피트감으로 웨이스트 라인을 강조하는 실루엣을 제안했으며, 롱 앤 슬림 라인의 팬츠와 스커트로 긴 다리를 강조했다. 특히 온 몸을 휘감은 듯한 바이어스 커팅이 바디라인을 따라서 물결치듯 일렁거렸다. “늘 독특한 소재 개발에 힘쓴다”는 그녀는 해외에서 열리는 소재 박람회나 연구소에서 개발한 원단을 독점해 김지해만의 디자인을 창조한다. 이번 시즌에는 특히 영국에서 가져온 네이비 컬러의 우아하고 모던한 원단을 비롯해 아이리시 울 트위드, 실크 샤무즈, 물결무늬 실크, 새틴, 벨벳, 몰티드, 실크 레이스, 캐시미어, 천연가죽 등 여러 가지 소재로 다양한 실루엣을 창조했다. 주요 컬러로는 블랙과 화이트를 제안했다. 여성적이지만 화려하지 않게 은근한 멋을 추구하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샤이니 블랙, 웨트 블랙, 다크 블랙, 딥 블랙 등 다양한 블랙 컬러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맡은 이경민 원장에게 그녀가 강조한 것 또한 과장되지 않은 내추럴한 이미지였다. “쁘레따뽀르떼 컬렉션은 웨어러블한 기성복 라인을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의상만 눈에 띄는 디자인은 적합하지 않다”라고 말한 그녀는, “어떤 브랜드,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여성의 장점과 매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고 한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김지해는 매시즌 쉬지 않고 컬렉션에 참가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지만 중도하차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과가 모두 곁에서 지지해 준 매니저와 프랑스 현지팀 덕분이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녀는 국내 패션 관계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결혼은 물론이고 사적인 계획을 포기하고 오로지 ‘옷을 만든다’라는 디자인에 대한 열정으로 타국에서의 서러움과 외로움을 잊은 채 밤낮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엘레강스한 우아함보다 자신감 넘치는 여성의 모습을 닮은 김지해. 그녀의 바람대로 우리나라가 학연과 혈연보다는 경험과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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