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by LIMHYUNHEE:임현희의 이번 컬렉션 테마는 ‘얼음꽃(Fleur de Glace)’. 그녀가 파리 쁘레따뽀르떼 전시회에 자주 참가하는 디자이너라고 해서 그녀의 컬렉션에 선보이는 의상도 일상적인 웨어러블 의상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서울컬렉션위크에 두 번째로 참가하는 임현희는 지난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모든 옷을 수작업으로 만들었을 만큼 정성을 다하는 디자이너다. 그리고 그 정성만큼이나 그녀의 옷에서는 아트적 감성이 충분히 느껴진다.
‘얼음꽃과 태양의 러브 스토리’를 상상하면서 디자인에 몰입했다는 그녀. 이 상상은 이번 컬렉션 의상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얼음꽃이 녹아내리는 듯한 형상으로 늘어뜨리게 짠 니트 아이템을 많이 선보인 임현희는 옷을 만들면서 얼음꽃이 태양을 사랑하여 결국 태양을 만나 녹아버리게 된 안타까운 상상을 했으리라. 얼음꽃을 형상화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실크, 샤와 같은 투명하면서 약간 빛나는 소재의 잦은 사용으로 나타난다.
얼음꽃 모양의 조명이 깔리고 신비로운 음악이 흐르면서 시작된 오프닝 무대. 블랙 앤 화이트의 다양한 니트 아이템의 등장으로 시작된 무대는 피날레 무대에 이르기까지 온통 니트 아이템으로 채워졌다. 모델의 헤어스타일은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을 펌하여 헝클어뜨린 스타일로 얼음꽃을 표현한 의상과 잘 매치되었다. 그러나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인 느낌의 의상과 어울리지 않는 딱딱해 보이는 인공적인 블랙 스트링 부츠의 코디네이션이 아쉬웠다.
태양의 형상처럼 스커트의 중심으로 모아 입체감을 준 차가운 느낌의 폴리에스테르 스커트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니트 상의와 매치되어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첫 번째 스테이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얼음꽃이 녹아내리는 듯한 형상의 니트는, 가슴 아래부터 한층 한층 흘러내리는 느낌의 블랙 티어드 원피스 스커트나, 뒷판을 여러 갈래로 늘어뜨려 아트적인 느낌을 낸 상의 아이템으로 선보여졌다. 웨어러블한 의상이 등장할 것만 같은, 통통 튀는 발랄한 음악이 흘러나왔던 두 번째 스테이지에서는 데님과 니트 소재가 다양하게 소개되었다. 특히 블랙 톤과 블루 톤을 층별로 컬러 매치시켜 놓은 데님 티어드 미니스커트는 가장 발랄해 보일 정도로 눈에 띄는 아이템이었으며, 이 티어드 스커트 위에 니트를 살짝 걸쳐놓아 임현희의 의상임을 각인시켰다. 일부러 구겨놓은 데님 팬츠도 성글게 짜여진 니트 상의와 매치되어 돋보이는 아이템이었다.
첼로 선율이 흘러나왔던 세 번째 스테이지에는 온통 파스텔 톤의 의상으로 가득 찼다. 핑크와 베이지 컬러가 투톤으로 엮인 원피스 니트 스커트, 블루, 그린, 브라운이 서로 얽혀 짜여진 니트와, 바이올렛, 그린 컬러로 짜여진 여성스러운 의상이 선보여졌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스테이지로 갈수록 자주 등장했던 요소는, 드레스나 스커트 등에, 실크나 샤 테이프를 여러 겹 붙여 얼음꽃의 투명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었다. 주로 화이트 컬러인 이 실크와 샤 테이프는 때로는 니트 실과 엉켜 드레스에 입체감을 주었다.
니트 원피스 스커트의 중앙에 ‘얼음꽃의 사랑인 태양’의 모양을 입체적으로 둥글게 짜넣고 그 아래로 층층이 단을 준 것은, 마치 태양을 만나 녹아버리는 얼음꽃을 상징한 듯했다. 니트, 실크와 샤 테이프, 니트 실로 짜여진 레이스를 이용해 입체적이고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를 선보인 여섯 번째 스테이지를 마지막으로 임현희의 눈부신 ‘얼음꽃 컬렉션’이 막을 내렸다.
우븐보다 니트를 좋아하는 디자이너 임현희. ‘니트’라는 한정된 소재로 아트웨어적인 쇼를 풀어낸 디자이너 임현희의 다음 컬렉션이 기대된다.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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