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 of Curve & Volu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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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4 오후 2:23:57

MOON YOUNG HEE:한국보다 파리에서 더욱 유명한 디자이너 문영희는, 파리 패션협회에서 인정하는 ‘국제적인 디자이너’다. 데뷔 초부터 ‘한국의 디자이너’ 또는 ‘아시아의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에 얽매이기를 거부했던 그녀의 패션 세계엔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모더나이즈된, 고유의 단아한 선이 있었으며, 실루엣과 어우러지는 컬러의 조합들이 내면에서 우러나는 독특한 그녀의 색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해외무대에 진출했던 우리나라의 여러 디자이너들이 그러하듯 한국적인 모티프나 디테일이, 여과 없이 무대 위에 올려져 문화적 차별성만으로 클로즈업되기를 희망했던 것과는 분명 다르게, 시작부터 큰 차이를 보였던 문영희는 프랑스 패션협회 회장인 ‘디디에르 그랑박’이 극찬하는 유일한 디자이너이자, 파리 패션위크의 황금스케줄 안에 들어가는 유일한 한국 디자이너다. 프라다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음악연출을 맡은 ‘프레드릭 산셰즈(Frederic Sancheze)’가 이번 문영희의 컬렉션 음악을 담당하였으며, 빠른 템포로 시작된 짧은 전주 끝에, 볼륨 재킷과 어시메트릭한 헴라인의 스커트로 모던하게 연출된 블랙 캐시미어 수트가 그녀의 오프닝 룩으로 등장하였다. 이번 컬렉션에서 문영희는 곡선의 조화로움, 아름다운 밸런스의 볼륨을 그녀만의 독특함이 느껴지는 쉬크한 감성으로 풀어내었다. 소프트한 캐시미어에서 실크 타프타, 부드러운 플루이드 저지와 모헤어 니트, 크링클 시폰으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스토리는, 소프트하고 풍부하게 연출되어 볼륨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라인으로 그려지고, 부드러운 소재의 레이어링은 라이트웨이트 터치로 바람에 날리는 듯했으며, 마치 얇은 거즈나 레이스와 같이 짜여진 모헤어 니트가 베어 백 스타일의 러프한 실루엣을 표현한 탑과 장식적인 머플러로 제안되었다. 아이보리 또는 블랙과 악센트 레드, 모던한 토프(taupe) 톤과 브라운을 위한 번트 오렌지 악센트가 사용되었으며, 특히 브라운은 골드빛의 실크 새틴 소재와 매치되었고 겹쳐진 블랙과 화이트가 빛을 받아 깊은 색감의 그레이로 재현되었다. 여러 겹으로 레이어링되고, 꼬아올리거나 과감하게 묶어낸 스커트는 불규칙하거나 어시메트릭하게 연출된 매우 섬세한 작업이었으며,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클링클 시폰으로 레이어링된 이브닝드레스의 피날레가 인상적인 이번 쇼에서는, 니트립의 머리에 꼭 맞는 모자와 팔목까지 오는 검은 장갑, 블랙 캔버스 슈즈와 타이즈가 소프트하고 페미닌한 감성의 아이템들과 함께 등장하였으며, 이러한 감각적인 매치가 이번 컬렉션의 소프트하고 라이트하게 표현된 여성적인 정서에 신선함을 주고 있다. 불과 한 달 정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파리 쇼를 마친 후 서울에서 컬렉션을 개최한다는 것은 완벽한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문영희에게 있어서 빠듯한 준비 기간이었으나, 그럼에도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물었을 때 그녀는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말하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한국인은 자랑스러워하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한 번도 그런 디자이너들의 저력이 되진 못했으며, 늘 남의 안목을 빌어 성공의 여부를 평가하거나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지원에 인색한 우리 패션업계의 현실을 생각해 보았을 때, 태생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힘이 되어줄 수 없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사명감’이라는 의무를 스스로 감수해 내는 그녀의 큰 안목과 선 굵은 행동에는 진정한 거장의 모습이 있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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