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UN·G·U:일찍 리허설을 마친 후 전남도청 관계자, 뮤지엄 컨설턴트, 정보공학연구소 관계자 등 쇼를 찾은 다방면의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인다.
무대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어디론가 발빠르게 다녀온 그녀는 양손에 초를 하나씩 들고 나타나 무대 정면에 만들어놓은 화장대 앞에 촛불을 밝혔다. 두 개의 초가 나란히 빛나고 있는 화장대의 거울. 그 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무대 위로 4명의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나타난다. 타악기의 음악으로 시작된 무대는 곧 재즈 풍 음악으로 바뀌면서 무대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Inside Out Sound’. 변지유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어 보이지 않던 모습을 밖으로 끌어내고자 했다. 그녀의 이번 무대는 손으로 곱게 박음질한 자수와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거의 모든 의상에서 보여준 아웃포켓 디테일은 내면의 숨겨진 모습을 겉으로 드러내고자 한 그녀의 의도처럼 보였다. 그레이 컬러의 새틴 소재를 이용한 수트로 채워진 첫 번째 무대 역시 살이 다 비치는 시스루 새틴 소재의 사용으로 속에 감추어져만 있던 내면의 모습을 그대로 내비치는 듯. 뒤를 돌아 들어가는 모델들의 등에는 여러 형태의 아웃포켓이 달려 있었고, 그 포켓에는 변지유 고유의 마크가 새겨 있었다. 단순히 선과 도형으로 연결된 것 같은 심볼 안에는 그녀의 이름 ‘변지유’가 숨겨져 있다고.
그리고 이어지는 블랙과 카키, 브라운 컬러의 무대는 손으로 직접 박음질한 자수와 누빔이 옛스러우면서도 귀족적인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몸에 자연스럽게 피트되면서 러플이 지는 블랙 수트는 소매 끝과 스커트 트임 부분에 리본을 장식해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연출했다. 또 손으로 직접 수를 놓은 사선과 직선의 스티치는 단조로울 수 있는 다크 컬러의 수트에 새로운 느낌을 부여했다. 클래식과 팝을 크로스오버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바다의 푸른 빛을 실크에 담은 듯한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라이트 그린, 핑크, 옐로 컬러 등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실크 소재의 드레스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그녀가 직접 천연염색을 해 얻은 고운 빛깔의 드레스는 앞 무대에서의 다소 무거웠던 분위기를 한결 가볍게 해주는 듯했다. 또 드레스의 밑단에 가는 구리철사를 집어넣어 모델이 발을 옮길 때마다 드레스는 자연스럽게 물결쳤다. 라이트 오렌지 컬러의 홀터넥 원피스는 허리에 셔링을 잡아 등을 가는 줄 하나로만 묶어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파스텔 톤의 원피스가 모두 무대 뒤로 들어가 이제 쇼가 끝났구나 판단할 즈음 순백색의 실크 원피스를 입은 모델 오미란이 나타났다. 손 끝의 가는 실로 연결된 천을 날갯짓 하듯 흔들며 나오는 그녀는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변지유 쇼의 마지막 옷을 잘 소화해 냈다. 뒤돌아 손을 양옆으로 펼치고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나비 한 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는 듯.
변지유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이번 쇼를 통해 관객들이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느낌, 나의 소리를 듣고, 잊혀졌던 여유로움 속의 기억을 찾기 바란다고 한다.
평소 블랙 컬러의 옷과 블랙 컬러의 가방, 신발 심지어 안경까지 블랙 컬러를 즐기는 그녀는 이번 무대의 피날레에서도 블랙 컬러의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화이트 컬러의 드레스를 입은 오미란과 나란히 선 모습은 그녀가 이번 컬렉션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Inside Out Sound’의 내면의 모습과 겉으로 보여지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변지유는 쇼가 끝나고 앞다투어 질문하는 취재진 앞에서 대답하는 모습이 유난히 프로다워 보였다. 아웃포켓 디테일이 돋보였다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그녀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포켓은 가방을 대신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며 인포켓이 아닌 아웃포켓을 선택한 데에는 ‘Inside Out Sound’란 테마처럼 내면의 모습을 겉으로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권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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