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HEE SOOK:쇼 시작 약 50분 전, 리허설부터 취재 열기가 뜨거웠던 강희숙 컬렉션. 매시즌 강희숙의 쇼가 그렇듯이, 배우 이영애를 비롯해 김희애, 김혜수, 신애라, 윤석화, 박은혜 등 내로라 하는 셀레브리티들의 행렬이 줄지어, 쇼의 오프닝이 오랫동안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온통 블랙 컬러의 무대 바탕에, 정면으로 커튼처럼 늘어뜨린 레드 벨벳의 색채 대비는 강희숙의 이번 컬렉션의 영감 원천과 테마를 한마디로 나타내는 것이리라. 평소 영화나 예술 작품에서 컬렉션 테마 영감을 얻는 그녀는 이번 ’04~’05 가을/겨울 컬렉션 역시 야수파 화가인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무대에는 야수파(fauvism)의 강렬한 컬러를 베이스로 한 탐미주의적인 컬러와 소재의 의상이 줄을 이었다.
1907년부터 1930년을 풍미했던 아르테코 스타일(야수주의에서 영향을 받은 패션 스타일)의 전형적인 색채인 레드와 블랙을 주된 컬러로 사용해, 기존의 몸을 조여주는 ‘바디 컨셔스’ 스타일에서 H 실루엣 등 통 넓은 실루엣을 기본으로 과감한 의상을 선보였다.
쇼 직전 강희숙과의 미니 인터뷰에서, 그녀는 키스 반 동겐의 그림에 등장한 퇴폐적인 여인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아 ‘자기애 강한 당당한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 당당하고 화려한 무대의 오픈닝은, 전체의 쇼에 비하면 수수하다고 볼 수 있는 브라운 니트와 핑크 컬러의 자카드 스커트의 매치. 그러나 수수함도 잠시, 다음을 잇는 의상부터는 화려한 스팽글 장식으로 이뤄진 상의와 통 넓은 헤링본 팬츠를 입은 모델 허보미가 당당하게 워킹했다. 이 스팽글 장식은 부분적으로가 아닌, 안에 있는 소재를 모두 덮어버릴 만큼 장식되어 조명을 받을 때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또한 강희숙 컬렉션의 테마인 ‘허영심’을 느낄 수 없을 만한 클래식한 솔리드 블랙, 그레이 컬러의 모 슈트도 자주 등장했지만, 자세히 보면 골드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로 단조로움을 커버했다. 쇼에 계속 등장한 이 골드 액세서리, 다양한 컬러의 진주 귀걸이와 레드, 핑크 컬러의 스트링 힐은 의상의 섹슈얼리티를 더해주는 완벽한 소품이었다.
강희숙의 컬렉션은 레드와 블루, 그린 컬러의 새틴 리본 등을 사용한 다양한 컬러의 믹스로 이번 쇼를 보는 데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한 새틴, 시폰, 가죽, 벨벳, 트위드와 니트를 포함한 울, 퍼 등 여러 가지 소재가 믹스앤매치된 스타일을 감상하는 것도 키 포인트. 특히, 투박해 보이는 브라운 가죽 블루종과 전혀 다른 느낌의 티어드 시폰 스커트를 입은 모델 장윤주도 ‘자기애’에 가득 차 보였다.
테마인 ‘여성의 허영심’을 가장 잘 나타낸 것이 있다면, 단연 플라워 프린트의 시폰 아이템과 자카드 소재의 다양한 아이템. 또한 럭셔리함의 상징인 퍼의 사용도 흥미로운 아이템이었다. 이 퍼는 플라워 시폰 원피스 스커트의 어깨에 트리밍으로 사용되는 등 다른 소재에 트리밍으로 사용되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장윤주가 입고 등장한 트위드 베이지 이브닝 드레스를 끝으로 매혹적이면서 대담한 컬렉션이 막을 내렸다.
그 동안 비교적 ‘얌전한(?) 페미닌 스타일의 라인’을 선보여 왔던 강희숙 컬렉션의 이번 쇼는, 그야말로 ‘이 옷이 과연 강희숙의 옷이 맞는가’라고 느낄 정도로 디자이너의 과감한 변화가 돋보였던 무대였다.
홍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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