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tulle : 핑크, 옐로, 그린, 블루, 퍼플 등 화사한 컬러의 리본 테이프가 드리워진 라뚤의 무대. 그 커튼 뒤에는 ‘남자친구와의 설레는 첫 데이트에 어떤 옷을 입을까?’ 하고 고민하는 귀여운 소녀가 서 있을 것만 같았다. 쇼 시작을 알리는 차분한 음악과 낮은 조명이 술렁이는 장내를 진정시키자 볼륨감 있는 라이트 블루 퍼 재킷에 핑크 코사지를 달고 섹시한 망사 스타킹을 신은 깜찍한 표정의 모델이 등장했다.
‘디자인할 때 늘 사랑스러운 여성의 모습을 떠올린다’라는 조성경은 이번 시즌 <Singing in the rain>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직선적인 실루엣, 로우 웨이스트 원피스, 니트 팬츠, 플리츠 스커트, 스툴 등으로 복고적인 이미지를 더한 1920∼1930년대 소프트 페미니즘을 선보였다.
디자인에 있어 소재와 컬러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녀는 내추럴한 니트와 럭셔리한 퍼, 로맨틱한 새틴 등을 믹싱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모헤어나 캐시미어, 서로 다른 컬러의 퍼를 핸드 니팅 기법으로 엮어 소재간의 믹싱을 강조했다. 특히 데님 재킷의 칼라와 커프스 부분을 퍼로 트리밍하거나 나비와 꽃 모티프를 원단에 프린팅한 후 비드 장식을 곁들인 섬세한 터치가 돋보였다. 컬러는 전체적으로 베이지, 브라운, 핑크, 스카이블루, 옐로, 올리브그린 등 다양하게 제안됐다. 그녀는 동일한 계열의 코디네이션보다 보색끼리 매치시키거나 내추럴과 비비드한 컬러를 함께 표현하는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을 강조했다.
또한 컬렉션 후반에 등장한 저지 소재 레깅스 위에 레이어드된 벨벳 번아웃 원피스는 딱딱하게 차려입은 수트에서 느낄 수 없는 구속되지 않은 내추럴리즘을 선사했다. 의상 자체보다 다양한 연출 방법을 제안한 것이다. 이는 데님 팬츠에 나풀거리는 핑크 원피스를 겹쳐 입고 짧은 길이의 그린 컬러 카디건을 걸쳐 배색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디자이너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의상보다 더 돋보인 것은 다양한 소재와 액세서리였다. 액세서리 라인의 비중을 30%로 늘릴 정도로 소품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컬렉션에도 그녀의 손길이 묻어 있는 액세서리가 많이 등장했다. 진주 목걸이와 니트 핸드백을 비롯해 레드, 블루, 골드, 핑크 등 비비드 컬러로 표현된 복고풍의 슈즈라인은 라뚤의 의상에 곁들여지는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빛을 발했다.
how and what : 쇼장을 들어서는 순간 조용한 공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 사이로 작은 길이 놓여 있고, 그 길을 혼자 걷고 있으면 몇 년 전 그날이 조용히 떠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다. 촉촉한 흙 냄새가 나는가 하더니 어디선가 은은한 아로마 향이 풍겨와 박병규의 겨울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how and what의 디자이너 박병규. 그는 이번 서울컬렉션에 참가한 몇 안 되는 남자 디자이너이며, 또 그 중에 몇 안 되는 여성복 디자이너이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그는 이번 서울컬렉션에서도 지극히 베이직하고 쁘레따뽀르떼적인 의상들을 선보였다. 단, 무대만큼은 지난 4일 간 일률적인 무대에 지쳐 있던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 자리마다 올려놓은 엽서는 매일 지나치던 사무실 건물 밖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에 지난 과거를 담은 듯한 느낌이다.
새 울음소리가 섞인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오고 안개가 자욱한 무대 위로 블랙 컬러의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나타났다. 나무 사이로 놓인 검은 계단을 내려온 모델은 캣워크라기 보다는 공원을 혼자 생각에 잠긴 채 걷는 듯한 자연스러운 워킹을 보여주었다. 무대 앞까지 걸어나온 그녀는 2단으로 만들어진 스탑오버에서 포즈를 잡고 멈추어 서 있다. 뒤돌아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그녀는 기억의 저편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안내한다.
여자의 낮은 목소리가 짙게 깔린 음악이 나오자 절제된 느낌의 미니멀리즘을 반영한 블랙 컬러의 의상들이 줄지어 무대에 나타났다.
코르셋을 변형한 듯한 탑과 타이트한 팬츠를 입은 모델에 이어,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시키는 단발머리의 모델이 스탑오버에서 도도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번아웃한 도트무늬의 스커트는 몸매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비쳐 부드럽고 여성다운 시스루 룩을 보여주었다.
터틀넥의 시스루 블라우스와 앞여밈을 단추로 장식한 재킷 등 블루종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또 헤링본 스트라이프의 모직 소재는 원버튼 코트와 하이 웨이스트 재킷에 사용되어 심플한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듯한 스커트는 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가 주를 이뤘고, 뒤트임과 오른쪽으로 치우친 트임 등으로 포인트
김세나, 권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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