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u·PARK EUN KYUNG:서울컬렉션의 피날레를 장식할 디자이너 박은경의 쇼를 위해 캣워크에는 다갈색의 모피가 바닥에 깔렸고, 무대 중앙에는 ‘노인슈반슈타인 성’의 그림이 담긴 타원형 액자가 걸렸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숲에 사는 아름다운 요정족 ‘엘프’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 패션쇼에 어울리는 설정이 아닐까. 박은경은 가장 이상적인 공간으로서 엘프족의 마을인 ‘레벤델’을 떠올렸고 실제로 노인슈반슈타인 성이 레벤델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이 이미지는 의상의 버클 장식에도 나타나 순수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했다).
박은경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판타지를 듣기 위해 레벤델의 검은 의자에는 홍은주, 한승수, 김서룡, 우영미 등 NWS 디자이너들과 가수 유열, 아나운서 진양혜가 착석했다.
영혼을 울리는 듯한 여가수의 보이스가 들려오고 블랙 선글라스와 가죽 라이더 재킷, 블랙 행커치프 시폰 스커트를 입은 한혜진이 등장하면서 쇼는 시작됐다. ‘α Metro(Androgy nous in Metro City)’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컬렉션에서 박은경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초월한 순수한 엘프의 이중적인 면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그녀의 생각은 가죽과 시폰이라는 극단적인 소재, 블랙과 비비드한 컬러의 대비로 귀결됐다(박은경은 이에 대해 다양함을 섞어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매직믹스’라고 이름붙였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녀의 엘프는 환상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로 떨어진 듯했다. 라이더 재킷의 한쪽 팔은 나선형으로 분리시켜 단추를 달아 탈착이 가능한 스타일. 망토가 부착된 집업 쇼트 재킷에는 블루 컬러의 퍼가 트리밍됐고 한쪽에만 프린지가 달린 쇼트 레더 팬츠와 썬캡, 모피 토시형 백과 코디됐다. 금세라도 오토바이의 엔진이 켜지면 사라져 버릴 듯한 모델들의 행진이 계속됐다. 버클과 끈과 장식, 지퍼 등의 디테일과 비대칭적인 여밈은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두꺼운 가죽과 경쾌 하게 움직이는 시폰은 그녀의 바람대로 모델들에게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부여했다.
곧이어 등장한 핀스트라이프 수트에도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기 위해 쇼를 한다”는 그녀의 평소 지론대로 평범함을 거부하는 박은경 식 해석이 더해졌다. ‘매드믹스’를 떠올리게하는 독특한 디테일과 실루엣이 그것. 재킷의 한쪽 어깨 부분을 단추 처리하여 슬릿과 같은 효과를 주었고 허리와 팬츠는 단추로 이어진 구조였다. 또 같은 소재의 원피스는 한쪽 어깨를 가죽 버클로 처리하고 가슴과 허리까지 러플을 단 비대칭 스타일을 선보였다. 벨벳 플라워가 프린트된 오리엔탈 풍 원피스는 나선형으로 달린 단추들을 풀면 하나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구조로 제작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울 재킷의 칼라와 포켓 등에 가죽을 댄 핑크 롱 코트는 지퍼를 허리에 달아 쇼트 재킷으로 변신이 가능한 유틸리티적 측면을 강조했다. 여기에 블랙 레이스 탑과 시가렛 팬츠를 코디, 강한 컬러 대비를 이루었다. 여성스러운 엠브로이더리 플라워 쇼트 재킷 역시 디테일을 지퍼와 포켓, 덧댄 가죽으로 처리하여 여성스러움과 러프함이 대조를 이루었으며 여기에 투톤 행커치프 시폰 스커트를 코디시켰다.
마지막 오블리크 네크라인의 가죽 러플 스커트로 판타지로의 안내를 마친 박은경. 이질적인 소재들의 배합과 다양한 디테일의 활용을 통해 새로운 실루엣을 완성한 그녀의 컬렉션은 성을 초월한, 연약한 순수함과 강인함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바치는 연가였다.
마지막으로 박은경은 엘프를 그녀의 컬렉션으로 이끈 이유에 대해, “드루(thru)의 주인공이 엘프처럼 욕심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 신비로운 세대인 젊은이기에 색다른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 새로운 스타일을 웨어러블하게 풀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김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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