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풀어쓰는 패션CRM ② / 패션CRM 의의
권혁민 (동일레나운 CRM 팀장)
지난 호에서는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인 CRM을 연인의 만남과 사랑의 과정에 비유했다.
이제 고객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고객은 제화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좀더 쉽게 표현하면 상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꺼이 돈을 투자해 구입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구입할 이유가 있는 것이지 꼭 구입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객은 작게는 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 주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잠재 고객도 포함한다는 말이다.
필자는 아이가 셋이다. 첫째가 태어날 때만 해도 본가나 처가나 첫째 손주였기에 사랑을 쏟았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면서 형제끼리 사랑받기 위한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억지로 떼를 쓰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셋째가 태어나면서 그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기를 가장 예뻐해 주는 사람에게 좀더 집중하고 그 사람에게 집착을 가지기도 했다.
필자가 뜬금없이 아이들 얘기를 하는 것은 이 과정이 지금의 패션 브랜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볼륨 캐주얼이 등장했을 때 경기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고 경쟁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누구든 그 제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영구한 역사는 없는 법. 지금의 상황은 태동기와 비교하면 거의 전쟁터와 마찬가지다. 수많은 경쟁 브랜드의 탄생, 속에서 고객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상품과 유통에 집중하던 것 외에 다양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야만 고객이 좀더 관심과 사랑을 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패션 브랜드 자구의 노력으로 CRM이 시작되었다기보다는 경쟁 브랜드라는 주변의 상황이 CRM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건을 만들면 팔리던 시대가 있었다. 공급자 위주의 대량생산 체계로 유지되는 기반 속에서는 고객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됐다. 만들기만 하면 팔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효과, 효율성의 증대는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패션시장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방법은 필자 아이들의 예처럼 모든 가족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한 명에게 자신을 사랑하도록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명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를 잘 골라야 한다는 점과 그 상대를 고르고 나면 그 상대를 자세히 관찰하고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상대의 맘에 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적어도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경쟁자보다 더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패션 브랜드는 나름대로의 고객을 정한다. 흔히 포지셔닝을 어디에 할 것이냐에 관한 문제에 있어 대상 고객을 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을 사랑해 줄 만한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을 표현한다. 바로 브랜드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말이다. 또한 자기를 좀더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A급 상권의 유통망을 전개하려 하고 자기를 좀더 잘 표현하려고 매장의 인테리어나 VMD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케팅적인 노력으로 대중을 향해 소리친다. ‘우리 브랜드는 이런 브랜드야!’라고 말이다.
위에서 브랜드가 타겟팅한 고객과 브랜드를 표현하기 위한 상품·유통·마케팅 등의 노력은 누구나 하는 노력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패션 브랜드와 사랑을 주어야 할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에는 무언가 모자란 듯하다.
충성도 있는 고객이라도 한 계절에 한 번 정도 매장을 방문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약 계절에 한 번 만난다면 과연 사랑이 잘 성장해 갈까? 만약 서로 만나지 못할 상황이라면 적어도 전화 연락도 자주 하고 서로의 관심을 채워줄 만한 꺼리들이 계속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것들을 CRM이 해주어야 한다. 바로 관계 유지와 개선을 위한 고객 채널 관리, 고객 캠페인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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