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패션산업, 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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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환 CMG 대표

2014-06-27 오전 11:34:12

 







전환시대의 경영 논리


지속가능 경영을 고민하는 한국 패션산업이 당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사회에 만연된 가치소비 현상이 반영된 ‘Trading Up, Trading Down의 이중적 소비 행태’를 보이는 전환기 소비자의 대두. 둘째, 마이클 포터의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원가경쟁 우위로 철저하게 무장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보편성을 무기로 시작된 로컬 시장 침탈. 셋째, 시장이 성숙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함에 따라 사회적 규제는 심화되고, 동반성장이나 경제 민주화 요구, 또 소비자들의 권리주장 강화와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무 확대. 넷째,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의존했던 채널 노후화에 따른 소비자의 관심 이반으로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네가지 당면한 과제 속에서 수년째 한국의 로컬 패션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성장기부터 익숙한 따라하기 전략만을 추구하면서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해도 틀린 비유는 아닐 것이다. 물론 따라하기 자체를 무조건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쉽게 늘어나는 외형 따라하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따라하기가 필요한 시점인데 지금 로컬 기업들의 따라하기는 그 대상이 축적한 과정이나 내면의 구조를 따라하기 보다는 외형의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에 놓여있다.

단적인 예로 국내 SPA를 표방한 브랜드들 중에 이러한 진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브랜드가 있을지 한번만 생각해 봐도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로컬의 경계심을 허물어트린 글로벌 브랜드


네 가지 당면 문제 중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야기시킨 ‘가격 이미지 왜곡 현상’의 문제는 적어도 한국의 패션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존 브랜드나 상품에 신뢰를 주지 않게 됐다. 그리고 원가 우위경쟁력(Cost Leadership Strategy)으로 무장한 'Zara'나 'H&M', 거기다 'Uniqlo' 같은 새로운 세력들이 내세운 보편성이 기존의 유통 채널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의 경계심 허물어트리면서 기존 패러다임의 타성에 익숙한 로컬 플레이어들을 따돌리고 있다.

이들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Format으로 등장하는 몰형 플랫폼이나 도심형 아웃렛,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 등에서 킬러 콘텐츠의 자리매김을 하면서 국내브랜드들의 설 자리는 점점 혼란스런 경쟁구도로 빠져들었다.


이 와중에 보편성을 무기로 가격경쟁력에서 잉여된 원가를 빅모델을 모든 매체에 노출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미디어 전략에 쏟아 부으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은 로컬의 소비자들에게 차별화 전략까지 함께 구사하는 단계로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다음 단계는 다들 잘 알 것이다. 원가우위전략에 차별화 전략까지 겸비한 다음엔 프리미엄 전략으로 들어갈 것이고 소비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보편성이 탄생시킨 차별화 상품에 빠져들어 무미건조한 브랜드의 상품은 쳐다보지도 않는 90년대 일본의 어패럴 시장처럼 변해갈 것이 분명하다. 


국내 브랜드들이 90년대 성장기부터 트렌드 추구라는 허울에 팽개쳐버린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의 실기(失期)는 패션의 생명력인 차별화 경쟁력을 상실하게 만들었고 설상가상 국가 경제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편입한 로컬시장에서 전혀 실력을 가늠할 수 없는 경쟁자와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의 Local 대 Local 경쟁보다 훨씬 더 치열한 Global 대 Local, Global 대 Global 의 전장으로 한국 패션기업들을 내몰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적 위기와 함께 주변국(중국) 성장에 따르는 기회의 양날을 앞에 둔 한국 패션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글로벌 진출에서 찾아보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본다.



큰 것이 아름다운 시대는 지나갔다


국내 패션 기업들은 2002년부터 이지 캐주얼군을 중심으로 1000억 브랜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즈음 등장한 패션업계의 화두는 브랜드의 적정(Optimum)은 무엇일까? Optimum에 맞춰진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구축이었다. 십 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점 국내 기업들은 광풍처럼 불어 닥친 아웃도어 붐에 편승하여 1조 기업을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선진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경영 즉 Sustainability를 추구하는 와중에도 국내 패션 기업들은 여전히 '1조 브랜드, 큰 것은 아름다운 것이여!', 대마불사를 외치며 속으로는 힘들어 힘들어, 앞이 안보여 하는 것이 우리들 패션기업인의 속내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십 년 전 고민하던 브랜드의 적정과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넘어가 버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가슴 아프겠지만 10여년 전 시장을 주도하던 브랜드들의 현재를 보면 더 쉽게 와 닿을 것이다.


지속가능은 외형적 잣대로 판단 할 수 없다. 아니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속가능은 바로 기업과 브랜드와 구성원 그리고 시장의 적정성 Optimum에서 추구하여야 한다. 넘치건 모자라건 둘 다 문제이므로 적정이라는 기준을 스스로가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지속가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단순한 브랜드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은 절대 아니다.



지속가능을 고민하는 이유는?

지난 세기 말 리프킨 Jeremy Rifkin이 노동의 종말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 세계는 빠르게 고용 없는 성장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물론 급격한 산업사회 성장의 과실을 만끽했던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의 모습은 더욱 그런 측면이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슈나페르Dominique Schnapper가 ‘노동의 종말에 반하여 Contre la fin du travail’란 책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지금 현재의 디지털 사회는 리프킨의 주장대로 고용은 침체되는 가운데도 성장은 그런대로 유지하는 골격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의 패션산업적 해석은 소비의 주체가 되는 경제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비재 산업인 패션 산업은 생존 자체를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태어난 이후 옷을 안 입고 산 적이 없으므로 ‘패션산업은 무한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근거는 바로 산업의 적정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고민하는 지속가능의 실체인 것이다.


한국의 패션 산업이 당면한 문제 중 글로벌 기업의 침투를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을 때 시장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바로 보편성의 과잉이라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 현상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은 당연히 보편성에 입각하고도 차별화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외형적 성장에도 웃지 못하는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은 키워 놨겠다 비교경쟁 우위로 잘 무장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아무런 저항 없이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아웃도어 업계가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활로는?


그럼 나도 누구누구처럼 회사 팔아버리고 유유자적할까?’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패션 기업인의 속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팔 수 있는 회사도 몇 개 없다. 외형만이 미덕인 경영을 하다 보니 기업의 평가도 외형으로만 해온 게 우리 현실이니 팔려고 시장을 접촉해 보니 사려는 사람의 기준에는 회사가 껍질만 있어서 껍질 값만 준다고 하니 팔 수도 없고 계속 하자니 앞이 안보이고…


이게 솔직한 이 글을 읽고 있는 상당수 패션 기업가들의 속마음은 아닐까?


지금부터 회사를 파는 방법과 계속하는 방법에서 기준이 되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 회사를 팔고 싶으면 앞으로 3년동안 이익 경영으로 회계 기준을 바꿔라. 원가 경영하지 말고 R&D투자 경영을 해라. 연구개발비가 기업의 무형자산으로 부풀어 돌아올 것이다. 그래야 팔았을 때 프리미엄 조금 더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회사를 팔지 않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기고 싶은 기업인은 할 일이 더 많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어라! 부채가 아닌 자본시장에서 획득한 자본으로 캐쉬플로우를 가속시켜라. 소유하는 것에서 경영하는 것으로 대 변화를 이끌어라.


지속가능은 소유의 시대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과 기업가는 고용을 하고 잉여를 발생시키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이시대 최고의 명제인 것이다. 캐쉬플로우를 가속할 준비가 되었으면 실전적 전술에 돌입하자. 아직도 늦지 않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 어렵게 생각 하지 말자. BI란 것은 바로 기업문화의 표현이지 어렵게 짜낸 마케팅 행위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기업문화 구축의 출발은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흡수를 기본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 흔히 기업문화 컨설턴트들은 기업 문화 구축의 방법으로 시장의 기대규모와 지배 논리의 변화로부터 출발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더 쉽게 표현하면 바로 문화 구성 요소의 해킹(Hacking)이다.


우리가 Memes라고 말하는 동시대 문화구성 요소의 해킹으로부터 출발하는 기업문화의 구축이 바로 BI의 출발이 되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창업기의 최고의사결정자의 일방적 구호가 아닌 동시대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출발하는 기업문화의 구축이 바로 보편성으로 무장한 골리앗을 상대하는 방패가 될 것이고 또 다른 시장으로 향하는 창으로서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딩(Branding)의 기초골격이 될 것이다.


브랜딩을 무기로 로컬시장을 방어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실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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