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디자이너 - 이지연 「자렛」 디자이너

지난 2012 춘계서울패션위크 제네레이션 넥스트에 등장한 신인 디자이너 이지연. 그녀의 브랜드 「쟈렛」은 퓨처리즘과 한국적 디테일, 남성적인 테일러링과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마치 원래 하나였던 양 안정적인 변주곡으로 완성해 패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이 디자이너가 독립 브랜드를 운영해온 건 6년째, 이제야 얼굴을 알리기 시작하기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유를 묻자 이 디자이너는 멋쩍게 미소지으며 “제가 앞에 나서는 걸 잘 못해서요”라고 말했다. 그런 연유로 인터뷰며, TV 출연 제의들도 고사해왔다고 한다.
“주변에서 많이들 안타까워 하죠. 같은 시기에 비슷하게 출발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미디어를 잘 활용해 스타가 돼서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디자이너가 아닌 브랜드로 스타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이지연 디자이너의 소신에서 엿볼 수 있듯 그녀는 가치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주력한다. 이번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에서 「자렛」이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F/W 시즌 「자렛」은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년)의 ‘전쟁(La Guerre)’이라는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인다. 일명 ‘불화의 기마상’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작품은 전쟁을 어린 여자 아이에 비유하고 있다.
천진난만한 얼굴의 이 ‘소드 퀸(Sword Queen)’은 전쟁이라는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 숨어 있는 환희,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
컬렉션에 드레스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19세기 억압된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전쟁터를 파티로, 전투복을 드레스로 연상했기 때문이다. 여성스러운 실루엣의 옷에 벨트나 단추 대신 도트 단추를 사용하고 칼 모양을 프린트로 새겨 남성성과 강인함을 부여했다.
적극적으로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하는 이지연 디자이너를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이 디자이너는 “동료 디자이너들”이라고 답했다.
이지연 디자이너는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꿈을 늦게 가진 편이다. 어릴 땐 미술을 좋아해서 미대를 진학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절충안을 찾은 게 의상학과. 영문학도 복수전공했지만 관련 취업이 쉽지는 않았고, 마침 중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함께 일하자는 선배의 제의가 있어 그때부터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
“그 뒤 내셔널 브랜드, 일본계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전하다 우연한 기회에 직접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전개해 나가는 젊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때가 2007년인가 2008년으로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를 유통할 만한 창구도 거의 없던 시절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로 자신의 패션 세계를 구축해가는 친구들을 보며 ‘내 길은 이거다’ 싶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세컨 라벨 「허니자렛」을 론칭하며 대중성이라는 영역을 넓힌 이지연 디자이너는 올해 브랜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정진해 나가는 그녀의 발걸음에서 한국 패션계의 희망이 엿보인다.
최은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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