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디자이너 - 서영수 「서영수.씨」 디자이너

2013 춘계 서울컬렉션을 2주 앞둔 지난 12일, 서울 장안동 엣뮤코리아 사무실에서 서영수 디자이너를 만났다. 벽이며 책상이며 컬렉션 자료가 어지러이 놓여 있는 가운데 서 디자이너는 조용히 피날레에 올릴 니트를 손수 뜨고 있었다. 벌써 여섯 번째 서울컬렉션을 준비하는 그녀지만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지금 마치 폭풍전야 같아요. 디자인이며 가봉까지 다 마치고 옷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음 서울컬렉션을 시작했을 때야 마냥 신이 났지요. 아직 30대라 젊고 혈기왕성하니까 쇼만 올리면 세상이 내것이 될 것만 같은 자신감이 넘쳤거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점점 부담스러워지네요. 관객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더욱 완벽을 기하게 됩니다.”
서영수 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에서 ‘새로운 여성상’을 선보인다. ‘아르미안의 네딸들’이라는 만화의 황후 마누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황후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부드러운 모성애가 공존하는 포스트 페미닌룩을 그려낸다.
그녀의 컬렉션에서 가장 기대되는 아이템은 역시 니트. 아방가르드한 니트 패션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서영수 디자이너와 니트의 인연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과 실이 엮여 만들어내는 독창성에 반해 대학원까지 니트 공부를 한 그녀는 졸업 후 강사 자리도 마다한 채 기계 편직을 배우기 위해 니트 프로모션 회사에 취직했다.
“처음에는 연수삼아 단기로 시작했던 건데 대량 생산 시스템에 재미를 느껴 눌러 앉고 말았어요. 근데 제가 자꾸 색다른 시도를 하니까 문제가 불거지더라고요. 보통 메스 브랜드에서는 정확한 대칭의 니트를 선호하는데, 저는 비대칭속에서도 균형을 이루는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을 만들었죠.”
많지는 않았지만 수요는 분명히 있었다. 나중에는 사장이 “네가 맡아서 해보라”며 거래처를 따로 떼내어 회사를 분리해줬다. 그녀가 디자이너 브랜드를 기획한 것도 프로모션 회사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옷을 만들어 파리 프레타포르테, 홍콩 패션위크 등을 다니며 가능성을 테스트한 서 디자이너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이자이 서영수」를 론칭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거죠. 코디보다는 옷 하나 하나의 작품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거든요. 그 흔한 다이마루, 저지 원단 하나 안 썼을 정도니까요. 그러다보니 보기에는 이쁘지만 입었을 때 과한 느낌이 들었어요.”
집도 차도 다 팔고 월세방에 들어앉을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러한 경험은 서 디자이너가 제 2의 패션 인생을 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엣뮤 서영수」와 「서영수.씨」를 론칭한 서영수는 독창적이지만 편한 옷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샘플을 직접 며칠씩 입고 생활하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크로스 코디를 강화해 활용도를 높였다. 그러자 점차 찾는 이가 늘었다.
여행길에 서영수를 알게 된 외국인들은 자국에 돌아가서도 구매 요청을 해온다.
서영수 디자이너는 인터뷰 끝에 “성원해주는 해외 팬들을 위해 해외 유통망을 늘리는 것이 소망이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세계 무대를 누빌 서영수의 활약이 기대된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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