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디자이너가 특유의 디자인 파워로 리테일 시대 주역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국내 인디 브랜드 전시회 중 최대 규모인 제2회 인디 브랜드 페어. |
특유의 디자인 파워로 리테일 시대 주역으로 급부상
인디 디자이너 ‘붐(Boom)’이 뜨겁다. 단어 뜻 그대로 인디 디자이너는 2007년 이후 ‘급격한 속도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개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패션 소비 트렌드는 인디 디자이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몇년 사이 패션 기업들이 셀렉트숍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인디 디자이너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조차 없을만큼 늘어나 현재는하나의 커다란 집단을 형성하게 됐다.
이제 인디 디자이너는 한국 패션·유통 업계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패션 아이템을 다루는 모든 기업들은 1020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앞다투어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에 손을 내밀고 있다.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빅3 백화점은 ‘패션 브랜드 공모전’, ‘S-파트너’, ‘신진 디자이너 페어’ 등 여러 가지 이벤트를 열어 디자이너 육성 및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복합쇼핑몰도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요 콘텐츠로 하고 있는 셀렉트숍을 입점시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온라인 유통채널 11번가, CJ몰 등도 인디 디자이너 전문관을 만들어 젊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홈쇼핑까지 가세해 디자이너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한 상품을 내놓아 집안에서도 디자이너 옷을 살 수 있게 만들었다.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들도 인디 디자이너들에 대한 관심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갈수록 커지는 매장을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체 생산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디 디자이너들의 브랜드를 아웃소싱해야 하기 때문이다.
◇ 백화점, 인디스에 문 활짝
백화점들은 1020 영 에이지 소비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개발, ‘뉴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영플라자 명동점 리뉴얼 건을 필두로 빅3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 영입에 나서고 있다. 본점 2층에는 ‘더웨이브’라는 별도의 팝업스토어 전문매장을 열어 1주일 단위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큐베이팅하고 있으며, 『코스』『유니크숍』 등 디자이너 브랜드 셀렉트숍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최근 들어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신규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4월에 연달아 오픈한 『신세계앤컴퍼니』는 100%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만 구성해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또 ‘에스 파트너(S-Partner)’라는 이름의 오디션 형태 입점 박람회를 개최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장 운영 능력과 상품력을 검증해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가두상권의 셀렉트숍을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를 백화점에 유입시키고 있다. 『매그앤매그』『에이랜드』 등을 중동점, 무역점 등에 입점시켰으며, 여러 차례 ‘신진 디자이너 페어’를 개최해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의 상품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패션기업도 “인디와 손잡을래”
라빠레뜨에서 진행한 '인디 브랜드 컴피티션' |
최근 패션기업들은 다른 어떤 유통채널보다 적극적으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방식도 다양하다. 콜래보레이션 형태로 한정판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콘테스트를 통해 인디 디자이너를 선발, 향후 지속적인 릴레이션십을 맺는 경우도 있다.
「보브」에서 세컨드 라인으로 새롭게 출시한 여성 영 컨템포러리 브랜드 「브이엘」은 이번달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함께 협업해 한정판 선글라스 라인을 선보였다. 올해 트렌드인 오버사이즈를 채택해 클래식한 복고풍 느낌을 가미했으며, 과감한 디자인으로 모던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을 표현해냈다.
수입잡화 셀렉트숍 브랜드 「라빠레뜨」는 지난달 ‘인디 브랜드 컴피티션’을 실시했다. ‘인디 브랜드 컴피티션’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미처 꿈을 펼치지 못하는 재능 있는 가방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속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및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경쟁을 통해 선발된 디자이너는 「라빠레뜨」 인디 디자이너 그룹에 소속돼 지속적인 매니지먼트를 받게 되며, 제품 출시 및 홍보에 관련된 모든 비용을 「라빠레뜨」의 후원 아래 콜래보레이션 형태로 출시하게 된다.
◇인디 브랜드의 치솟는 인기, 비결은?
그렇다면 인디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인디 디자이너들이 업계의 집중 관심을 받는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들이 열광할만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디자이너의 개성이 묻어나는 옷은 다른 사람한테는 없는 나만의 옷을 찾는 요즘 소비자들의‘One and Only’ 아이템에 대한 소유욕을 만족시켜 준다.
두 번째 이유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컴팩트한 조직구조다. 대부분의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는 1~3명 체제로 제도권 패션 기업보다 훨씬 더 컴팩트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을 시점에 구애받지 않고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역량 키워야
현재 국내 패션 업계에는 수백개의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가 있지만 사실 하나의 사업체로서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할만한 브랜드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한 시즌 앞선 기획과 오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도 개선돼야 할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국내 대표 인디 브랜드 전시회인 지난 1, 2회 인디 브랜드 페어에 참석한 바이어들에 따르면, “브랜드 수는 넘쳐나지만 정말 디자이너스러운 독특한 상품을 가진 곳은 몇개 없다”며 “특히 여성복 인디 브랜드는 각각 브랜드 이름을 떼놓고 본다면 모두 하나의 브랜드 상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인디 브랜드들이 하나의 사업체로서 제대로된 비즈니스를 하려면 우선 시즌 기획과 오더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전 시즌 재고는 빨리잊어버리고 다음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바이어가 사입하기 편한 시스템, 즉 라인 시트나 오더 시트 정도는 구비하고 있는 것이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조언한다.
◇ 진화하는 인디 디자이너
한편 셀렉트숍이 활성화하고 패션 기업의 콜래보레이션 등 비즈니스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체질 개선을 통해 진화하는 인디 브랜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초기에 인디 디자이너들이 단순히 자신의 디자인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매출 안정화를 기본으로 한 오더 베이스 사입 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즉 기업과의 콜래보레이션, ODM, 수출 등의 형태로 매출을 안정적으로 일으키면서 한편으로는 디자이너 브랜드다운 컬렉션 라인을 만들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시즌 기획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상품력을 키워 바이어들이 사입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바꾸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브이엘과 젠틀몬스터의 콜래보 선글라스 라인 |
한지형 기자
hjh@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