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GS샵과 협업하는 디자이너 7인방. 왼쪽부터 이석태, 이승희, 앤디앤뎁(윤원정, 김석원), 손정완, 홍혜진, 김서룡. |
‘디자이너 파워’로 중무장한 홈쇼핑 패션 부문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여 재작년 패션 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한 홈쇼핑은 한층 높아진 전문성과 품질로 각광받고 있다.
묶음상품, 떨이판매, 끼워팔기 등 저가 이미지가 강했던 홈쇼핑이 패션 채널로 부상하기까지, ‘대표급’ 패션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있었다.
최근 홈쇼핑 방송엔 젊은층이 좋아하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대거 등장한다. 상품의 품질이나 디자인 역시 런웨이에 오르는 컬렉션 못지 않다.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의 ‘스타일링 팁’은 보는 재미, 입는 재미를 더한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GS샵과 CJ오쇼핑은 지난해 패션 부문에서의 매출이 전년대비 각각 34%와 26.7%씩 신장했다. GS샵은 작년 상반기까지 잡화는 60%, 의류와 속옷은 각각 30%씩 늘었고, TV 부문의 매출 비중도 28%까지 증가했다. CJ오쇼핑 역시 패션 부문의 편성 비중이 40%에 달한다.
◇유통? 제조? ‘새 모델’ 만들었다
CJ오쇼핑과 디자이너 최범석의 공동 개발 브랜드 「제너럴아이디어클래스5」의 방송 화면. |
홈쇼핑 패션 부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데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주효했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부터 홈쇼핑 전문가와 디자이너가 심도 있게 협력하고, 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아웃소싱이 뒷받침되는 등 기획 과정의 집중과 분배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2010~2012년 3년간 매 시즌 20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인 CJ오쇼핑은 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본격적인 빛을 발했다. 장민영 디자이너, 한혜연 스타일리스트와의 협업 브랜드 「엣지」는 한 시간만에 6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어 CJ오쇼핑은 지난해 9월 패션 문화사업을 추진하며 장 디자이너와 함께 여성복 브랜드 「드민」을 론칭, 자사에서만 판매하는 PB의 개념을 넘어 타 채널로 유통을 확대하는 등 기존 관행을 과감히 깼다.
디자이너와의 공동 개발 브랜드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다. CJ오쇼핑은 현재 디자이너 최범석, 최지형, 고태용, 크리스 한, 박승건, 이도이 등과 제휴하고 있다.
지난 연말 방송한 최범석 디자이너의 「제너럴아이디어 클래스 5」 다운 점퍼는 35분 동안 1400장 판매,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또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앤건」은 20분만에 4억원(2500장), 최지형 디자이너의 「더쟈니러브」는 25분간 5억 5000만원(4000장), 크리스 한의 「코발트 바이 크리스 한」은 30분만에 7억원(3800장)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세 명의 디자이너가 16억 50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렇듯 주말 이틀간 CJ오쇼핑과 제휴한 디자이너 7명이 올린 매출은 약 20억원. 연간 매출로 계산하면 백화점 매장 70여 개를 가진 중형 여성복 브랜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디자이너 협업 브랜드의 2013 S/S 컬렉션도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론칭한다. 지난 9일 방송한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클로젯」은 5억원의 매출을, 크리스 한의 「코발트 바이 크리스 한」은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지형의 「더쟈니러브」, 이도이의 「도이디바인」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 GS샵 ‘디자이너 파워’ 장전 완료
GS홈쇼핑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디자이너 손정완의 「SJ.WANI」, 이석태의 「로보」를 통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능성을 점검한 GS샵은 올 시즌 더 업그레이드된 디자이너 라인업을 갖췄다.
손정완과 이석태가 간판 디자이너로서 든든히 자리매김하고 최근 이승희, 홍혜진, 김서룡, 앤디앤뎁(김석원, 윤원정)을 새롭게 영입했다.
이번 시즌 첫 신호탄을 쏜 주인공은 홍혜진 디자이너. GS샵의 가죽 전문 브랜드 「로보」의 디자이너로 발탁된 그는 「더 스튜디오 케이 위드 로보(The Studio K With Robo)」를 론칭했다. 지난달 16일 방송된 ‘듀얼 트렌치(49만8000원)’와 ‘피규라 재킷(49만8000원)’은 29분만에 전 색상, 전 사이즈 완판되며 6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달 초 방송에서는 100분간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SJ.WANI」는 지난 시즌에 이어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달 1일 방송된 ‘아이디얼 믹스 재킷’은 16분만에 3500벌이 모두 매진되며 7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분당 평균 매출만 4300만원에 달한다.
‘싸이’의 의상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김서룡 디자이너는 특유의 선 굵은 디자인과 남성복 시장에서 쌓은 경력을 인정받아 이번 시즌 「쏘울」의 디자인너로 선정됐다. 이달 초 전파를 탄 퍼스트 레이디 트위드 재킷은 21분만에 4200벌이 완판, 8억 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홈쇼핑이 처음 디자이너에 주목했던 시기는 2000년대 초중반. GS샵(당시 LG홈쇼핑)은 2000년 홈쇼핑 최초로 PB 「이소페이스」에 디자이너 신강식을 영입했다. 이후 설윤형, 진태옥, 박윤수, 박항치, 수잔나리, 등 국내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의류와 속옷을 선보이며 점차 패션 부문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현 제일모직 상무 정욱준 디자이너와 출시한 「론(LONE)정욱준」은 2003~2012년까지 10년간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디자이너 1.0’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강성준 GS샵 패션의류팀장은 “앙드레김으로 대표되는 디자이너 1.0시대와 달리 최근에는 유명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가 함께 활동하고 있어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디자이너는 홈쇼핑을 통해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고, 홈쇼핑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줄 수 있어 앞으로도 홈쇼핑과 디자이너의 협업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소비자들, 왜 홈쇼핑으로 몰리나?
소비자들이 올해 홈쇼핑으로 몰린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먼저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된 것이 홈쇼핑엔 오히려 기회로 다가왔다. 백화점 소비를 줄인 소비자들은 지난 겨울 몰아친 한파에 집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 한 홈쇼핑으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홈쇼핑 업체들이 주요 시간대에 배치한 프로그램은 재미 요소까지 강화돼 매출, 시청률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 2009년 CJ오쇼핑이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와 손 잡고 편성한 셀렙샵은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20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정윤기 스타일리스트의 재치와 스타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어우러져 20대 시청자 층이 크게 늘었다. 3년간 누적 매출 1300억원을 올린 셀렙샵은 지난 연말 특집 방송에서도 매출 38억원, 분당 매출액 역대 최고치인 6000만원을 기록했다.
홈쇼핑의 패션 수준이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홈쇼핑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에 발 맞춰 판매 가격이 소폭 상승하더라도 품질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저가상품, 묶음판매 등의 비중이 높았던 홈쇼핑 에서 유명 디자이너 상품을 적절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높았다. 이 과정에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의 유입도 대폭 늘었다.
CJ오쇼핑이 기획한 디자이너 최범석의 패딩은 국내 최고 수준의 생산업체인 태평양물산에서 제작했고, GS홈쇼핑의 PB 「쏘울」은 「프라다」 「샤넬」 「루이비통」 등 세계 유수 브랜드에 납품하는 이탈리아 원사 ‘Tollegno LANAG ATTO’를 사용한다.
홈쇼핑 패션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젊은 소비자 유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CJ오쇼핑 강형주 사업부장은 “홈쇼핑 패션 부문을 강화하며 확대한 디자이너 협업 등의 차별화 브랜드가 올 매출을 견인했다. 내년에는 차별화 브랜드 비중을 25~30%까지 늘리고, 패션 부문에서 3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트렌디 브랜드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GS샵·CJ오쇼핑, 게 섯거라!
지난달 열린 현대홈쇼핑과 서은길 디자이너의 협업 브랜드 「길 바이 서은길」의 론칭쇼. |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이 ‘디자이너 브랜드 열풍’에 가세하며 홈쇼핑계 패션 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현대홈쇼핑과 롯데홈쇼핑은 각각 디자이너 서은길, 박춘무 등과 손잡고 패션 부문을 대대적으로 강화할 것을 밝혔다.
이로써 작년 GS샵, CJ오쇼핑을 포함, 홈쇼핑 4대 업체의 ‘디자이너 브랜드’ 경쟁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 비하이브에서 서은길 디자이너와의 공동 개발 브랜드 「길 바이 서은길」의 론칭쇼를 개최했다. 이달 2일 첫 방송에서도 목표매출에 가까운 실적을 올리며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길 바이 서은길」에 이어 「맥앤로건」과의 협업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박춘무를 간판 디자이너로 앞세웠다. 박춘무 디자이너의 「탑 시크릿 디데무」를 통해 모던한 캐주얼 룩을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할 계획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선수복 제작으로 유명한 신진 디자이너 곽현주의 「스토리 어바웃 곽현주」를 론칭, 톡톡 튀는 감각을 실용적인 패션으로 접목한다.
지난달 열린 현대홈쇼핑과 서은길 디자이너의 협업 브랜드 「길 바이 서은길」의 론칭쇼. |
김하나 기자
kh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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