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가 주목하는 ‘패션 코리아’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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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한류 이끄는 주역으로 우뚝

2013-04-02 오후 5:22:31


본격적인 패션 한류의 시대가 도래했다. 전세계가 ‘패션 코리아’에 열광하고 한국 디자이너의 컬렉션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의 중심이라 불리는 파리, 런던, 뉴욕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이 당당하게 무대를 빛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과 서울에서 쇼룸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리차드 천 아이디얼쇼룸 대표는 “최근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해외로 진출하거나,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국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먼저 한국 디자이너에 호기심을 표하거나, 적극적으로 ‘한국 브랜드를 소개해달라’는 해외 바이어의 연락도 잦아졌다. 그만큼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디자이너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처럼 세계 무대를 향해 쉼없이 달리고 있다. ‘패션 코리아’파워를 자랑하며 세계 패션의 중심에 우뚝 설 한국 브랜드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 이상봉, 우영미 韓 대표 주자로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여성복은 이상봉, 남성복은 우영미 디자이너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일찍이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데 일조했고, 선배로서 한류 패션의 가능성을 앞장서 보여줬다. 그 뿐만이 아니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낯선 땅에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 비즈니스에도 안착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2002년부터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하며 파리 진출의 초석을 닦았다. 한글, 단청, 산수화, 한복, 자수, 매듭 등 우리 고유 문화를 패션과 접목하는 것에 노력하고 있다. 한글 전도사가 된 이상봉 디자이너는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복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파리에서 성공한 남성복 디자이너로 손꼽힌다. 1997년 파리 전시회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찾은 그는 2002년 무작정 파리로 떠났다. 파리 진출 10년 만에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됐다. 지난해 수주액은 25개국에서 1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할 만큼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 자랑스런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
‘K-패션’이란 개념이 생기기도 전에 일찍이 해외 시장에 노크해 주목 받고 있는 주요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문영희 디자이너는 1996년 파리 프레타포르테 참가로 본격적인 파리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앞서 1994년 파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비즈니스를 위한 기틀을 철저히 마련해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17년간 꾸준히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3 F/W 파리패션위크에서 오프닝을 장식하는 등 한국의 위상을 높인 디자이너로 우뚝 섰다.


박춘무 디자이너는 1996년부터 파리 프레타포르테 전시회에 참가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그 결과 2013 S/S 시즌에만 리테일가 기준 11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부터 뉴욕 패션위크에 진출한 박춘무 디자이너는 이번 2013 F/W 시즌에 7번째 패션쇼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제5회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국내 대표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


손정완 디자이너는 브랜드 론칭 24년만에 뉴욕 진출울 선언했다. 2011 F/W 시즌부터 시작해 5번째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브룩 쉴즈는 손정완의 홍보 대사를 자처했다. 예상보다 현지 반응이 뜨거워 이른 성공을 점치고 있을 정도다.


정구호 디자이너는 2010년부터 뉴욕에 진출했고, 2012 F/W 시즌부터는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다. 3번째 참가한 2013 F/W 파리 컬렉션에는 파리의상조합 회장 디디에 그랑바흐를 비롯해 톱모델 제시카 스탐 등 4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파리에서 핫한 남성복으로 손꼽히는 정욱준 디자이너는 2007년 시작으로 2013 F/W 시즌 12번째 파리 컬렉션을 열었다. 이번 쇼는 꼼데가르송, 지방시 등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높아진 위상을 증명했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2008년 S/S 컬렉션 참가 디자이너 150명 가운데 주목 받는 6명에 정욱준을 선정했고, 칼 라거펠트는 정욱준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펜디 컬렉션의 피날레에 등장하는 등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송지오 디자이너는 2007년부터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 참가했다. 2013 F/W 시즌까지 파리에서 11번째 컬렉션을 진행했고, 바르셀로나 컬렉션과 싱가포르 패션위크에도 초청되는 등 한 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파리 컬렉션에서는 1억 5000만원 상당의 수주를 올리는 등 가능성을 점쳤다.


이처럼 눈부신 활약은 선배 디자이너뿐만이 아니다. 해외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디자이너들도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신재희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마랑고니를 졸업 후 피티워모에 참가하는 등 이탈리아, 프랑스를 기반으로 이름을 알렸다. 파리 쇼룸을 통해 활발한 해외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며 실력을 다진 최철용 디자이너는 2009년 브랜드를 론칭해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유돈 디자이너는 2012 F/W 시즌부터 세 번 연속 런던패션위크 공식 무대에 서며 영국 패션을 이끄는 신진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국내 스타=글로벌 스타
해외 진출 10년 이상,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 디자이너들은 입을 모아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고 해외에 진출할 것”을 강조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후배들에게 ‘먼저 한국에서 인정받을 것’을 조언했다. 서울 컬렉션으로 먼저 인정받은 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로서 해외에 나가야 한다는 것. 박춘무 디자이너 역시 ‘국내 기반을 안정화한 후에 해외로 나가라’고 권했다.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남성복컬렉션 무대에 선 장광효 디자이너도 서울 컬렉션으로 먼저 인정 받을 것을 추천했다. 장광효 디자이너는 “일찍 해외로 나가서 현지에서 자리를 잡는 것과 국내 시장을 지키면서 서울컬렉션에 충실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내에서 내수 기반을 닦으면서 서울 컬렉션 참가를 통해 실력을 차곡차곡 쌓고 외국 바이어를 만나는 것도 한 방법”라고 덧붙였다.


신진 디자이너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국내 시장에서 손꼽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국력이 상승함에 따라 K-패션도 유명해져서 서울패션위크를 주목하는 해외 바이어, 프레스 등도 상당수 라는 것.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먼저 안정적으로 비즈니스를 안착시켜야 해외 비즈니스도 수월하다는 설명이다. 또 신인에게 해외 진출은 컬렉션보다 전시회가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장에서 바이어를 만나는 과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이미 경계가 사라진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해외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유튜브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세계가 주목한 싸이처럼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가 곧 글로벌 스타라는 것은 분명하다.


 


◇ 컨셉코리아, 뉴욕에 꽃 피우다
2010년 봄 시작한 패션 프로젝트 ‘컨셉코리아’는 2013 F/W 시즌 7번째를 맞았다. 뉴욕패션위크 기간에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해온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패션쇼로 바꿨다. ‘한국의 문화가 흐르다’를 주제로 퓨전 국악 공연을 결합한 이색 패션쇼를 펼쳐 뉴욕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컨셉코리아는 철저히 디자이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다섯명의 디자이너가 매주 모여 함께 회의하고 의논한 결과가 잘 반영됐다. 그동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보니 사진 공개가 애매하고, 활용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패션위크 스케줄 안에 있는 공식행사로 들어가 쇼를 하기로 결정했다. 패션쇼 형태로 선보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고,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욕패션위크의 창시자 펀 말리스는 이번 컨셉코리아 무대를 보고 “한국의 패션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상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패션 한류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라고 감탄했다.
엄격한 선정과정을 거친 컨셉코리아는 2013 S/S 시즌에 이어 2013 F/W 시즌에도 최복호, 김홍범, 계한희, 이상봉, 손정완 등 5명이 선정됐다.


앞서 달리는 선배와 신인 디자이너, 경력도 나이도 천차만별인 이들은 어떻게 한 팀으로 움직였을까. 방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과정은 공정하게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것. 쇼의 스케줄과 장소가 결정되면 순서를 정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2013 F/W 컨셉코리아의 무대도 선후배 간 텃세가 없다는 것을 반증했다. 제비뽑기로 우선순위를 얻은 막내 계한희 디자이너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더욱이 이번 무대는 모델 선정, 헤어, 메이크업 등 쇼를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디자이너가 각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애프터 파티를 열어 프레스, 바이어와 함께 자연스러운 만남을 이어갔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브랜드 특성에 맞춰 미국 현지 쇼룸에 입점하고, 연결망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컨셉코리아는 한국의 패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다. 참가 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 혼자서는 힘든 뉴욕 진출을 한국이라는 팀으로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입을 모았다.


◇ 패션 도시 파리를 매혹한 서울텐소울
서울시는 2010년부터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서울텐소울(Seoul’s 10 Soul)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0개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정해 이들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현지 마케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10년에는 파리 트라노이에 참가한 것이 처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120만 달러의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파리패션위크 기간에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 에꼴 드 보자르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진행된 행사는 디자이너별로 설치된 10개의 개별 무대에서 의상을 입은 모델이 라이브 쇼를 펼쳤고, 디자이너가 모델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등 디자이너의 감성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특히 지난 행사는 파리의상조합협회가 발행하는 공식 프로그램의 스케줄로 소개됐고, 파리 컬렉션 기간 중 비즈니스 네트워킹 도모를 위해 열리는 파티 스케줄에도 서울텐소울의 칵테일 파티가 공식 일정으로 인정되는 등 유럽 시장에서의 한국 패션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텐소울은 신재희, 최철용, 이석태, 강동준 등 10명의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되어 세부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이들은 일대일 미팅, 정기 간담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놨다. 해외 비즈니스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통합 쇼룸 ‘아크렉스’를 통해 체계적인 운영을 추진했다. 서울텐소울은 일회성 이벤트 위주에서 탈피, 현실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가 현지에서 적응하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를 위주로 전면 재구성했다. 디자이너들은 포지셔닝, 마케팅 전략 등 전문 컨설팅을 받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쇼룸과 에이전시를 선정했다. 알프레도 페레이라 아크렉스 세일즈 디렉터는 “한국 디자이너의 역량에 매우 감탄했다. 보수적인 파리 패션계의 이목이 서울텐소울 프로젝트에 집중된 것만 봐도 영향력을 직감할 수 있다”며 한국 패션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쳤다.


프랑스에서 집중 러브콜을 받은 이석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혼자서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까다로운 유럽 시장 진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텐소울을 통해 3년째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린 만큼 한국 패션 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리고 현지 관계자와 심도있는 교류를 맺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민경 기자
jm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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