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영상, 패션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승부수

패션 업계는 최근 몇 년간 불황에 곤혹을 겪고 있지만, 어렵기는 연예계 또한 마찬가지다.
요즘 아이돌 시장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신인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일부 ‘스타’만이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뿐 기약 없이 데뷔를 기다리는 연습생까지 합쳐 아이돌 무대는 이미 포화 상태로 빠져든 지 오래다.
한계에 처한 위기 속에서 어떻게 불황을 타개할 것인가. ‘문화 콘텐츠’ 카드를 비장의 무기로 꺼내든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통해 전략을 살펴봤다.
◇문화 콘텐츠로 엔터테인먼트화
SM은 문화,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류 열풍을 타고 K-POP,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더불어 한국과 관련한 문화 산업까지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SM이 주력으로 내세운 것은 ‘한국 활동이 곧 해외 활동’을 모티브로 한 문화 콘텐츠 사업 확장이다. 아이돌을 아티스트로 육성하고 한류를 만들어 글로벌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차원에서 접근해 음악 관련 사업뿐 아니라 매니지먼트, 머천다이징 등과 관련해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SM은 음악을 만드는 회사라기보다는 ‘스타를 만드는 기업’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랑하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 많은 스타를 만들었다.
이수만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신인 선발 기준과 과정에 대해 “다이아몬드의 최고 산지인 남아프리카에서 원석을 가져와 프랑스에서 최고의 세공을 한 다음 가장 큰 시장인 뉴욕에서 파는 형식을 도입했다. 즉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매니지먼트 등 4단계로 나눠 작업한다. 여기에는 SM의 스타라이트 아카데미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이는 대중음악의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이라고 설명하며 문화적 요소를 강조했다.
◇자체 콘텐츠를 바탕으로 ‘SM 타운’
SM은 2009년 이랜드와 손잡고 ‘아렐’을 설립 「스파오」를 론칭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모델로 기용해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스파오」 명동점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매장 내에 SM의 노래방 ‘에브리싱’을 설치하고 음반, 패션 등 소속 연예인 관련 상품도 함께 판매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소속 가수들의 다큐멘터리 영화 ‘I AM’을 제작하는 등 음악과 공연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SM의 사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패션, 외식, 여행, 드라마, 노래방 등 다방면으로 넓게 퍼져있어 대중들은 SM 소속 연예인의 음악과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은 물론 그들과 관련된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여행을 즐기는 등 이른바 ‘SM 타운’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롯데백화점과 ‘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
SM은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해 롯데백화점과 협업한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다. 한류 스타인 아이돌을 키 테넌트로 활용해 상품화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고민한 끝에 롯데에 손을 내민 것이다. SM-롯데의 첫 번째 시도는 ‘SM 타운 팝업 스토어’다. 이달 2일부터 13일까지 본점 영플라자 1층과 지하 1층 이벤트 공간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한류 스타들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 모자, 쿠션, 노트 등 200여 가지 상품을 출시해 12일 동안 6억 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 137억 4200만원이라는 2011년 3분기 소녀시대 단독 매니지먼트 매출액과 비교하면 기간 대비 폭발적인 효율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도 이 같은 수치는 기대 이상의 결과로 놀랍다는 반응이다. 백화점과 엔터테인먼트의 만남, 단순한 스타 마케팅의 일환이 아닌 독립적인 콘텐츠 개발을 통해 성공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안치우 롯데백화점 자주MD 매니저는 “지금까지 캐릭터, 팬시 위주로 마니아, 팬층을 위한 구성이었다면 향후 선보일 기획은 보다 발전적 형태로 대중성을 고려할 예정이다. 가격 대비 상품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상품 자체의 가치를 볼 수 있도록 가격과 상품 기획적인 부분 모두를 고려한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류 스타를 키 테넌트로 활용한 콘텐츠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체계화된 신인 육성 프로그램
기획사의 가장 큰 특징은 연습생 시절을 거친다는 것이다.
최근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를 통해 전문적인 기획력을 선보인 SM은 “신인 발굴, 관리 부분에서 상당히 빠르고 감이 좋다. 특히 1 대 1 맞춤형 트레이닝이 특화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SM은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신인을 발굴, 프로듀싱 단계를 거쳐 데뷔하기 전까지 노래, 연기, 안무, 작곡, 외국어 등 통합적 트레이닝으로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공개 오디션, 전국 순회 오디션, 해외 지역별 오디션, 길거리 캐스팅, 노래방 ‘에브리싱’ 기계를 통한 것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지원자를 받고 있다.
김영민 SM 대표는 소녀시대 관련 인터뷰에서 “스타가 탄생하는 건 좋은 원석을 고른 뒤 심혈을 기울여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소녀시대는 자질을 갖춘 9명 개개인과 그들을 좋은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었던 SM의 시스템, 그리고 이것을 확산시킨 디지털 미디어. 이 세 가지가 맞물려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 염두에
SM의 글로벌 성공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김영민 대표는 2011년 11월 일본 FBS TV의 '토코로, 산마의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누구인가 회의'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SM의 성공 전략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일본에서 K-POP 성공 요인에 대해 철저한 교육 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SM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신인 발굴과 육성이다. 연간 SM 오디션에는 30만 명이 참여하며 이 중 연습생이 되는 것은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오디션 합격이 전부가 아니다. 특유의 합숙 시스템을 통해 노래, 춤, 외국어 등을 철저하게 가르치며, 트레이닝 기간은 평균 3~5년, 동방신기의 경우 7년간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오디션, 트레이닝 비용만으로 연간 최소 30억원에서 50억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매우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외국어와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면서 철저한 현지 마케팅 조사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는 같은 곡이라도 한국판과 일본판은 다른 댄스, 다른 의상, 다른 헤어스타일로 전혀 다른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철저히 일본 문화의 니즈를 파악해 맞춘 것이다. 또 인터넷, 모바일, SNS 등 뉴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해 홍보했다. 세계 각지에서 재생되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소속 연예인의 시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하나의 근거 자료로 삼고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SM의 주 수익원은 국내 음반, 디지털 음원, 해외 매출, 매니지먼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내 음원 시장보다는 음반 시장과 해외 시장, 매니지먼트 시장에 주력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매출의 비중에서 해외 사업 부분이 점차 증가하면서 관련 사업 계획도 다각화되고 있는 추세다. SM은 사업 자체의 수익 창출은 물론 소속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 음악, 공연, MD 사업 등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민경 기자
jm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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