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세일 시장, 이들이 있어 든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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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리테일러들이 모셔가는 홀세일 브랜드

2013-01-25 오후 2:16:30

탄탄한 상품력, 사입 전환 후에도 바이어 호응



「크라비츠」 「브라운브레스」 「드링크비어세이브워터」 「티라이브러리」.
위탁제가 뿌리 깊은 척박한 시장 환경에서도 꿋꿋이 고집을 지켜 나가는 국내 홀세일 브랜드들이다. 이들은 인디 브랜드로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또 후발 주자들에게 더 나은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사입제’를 선택했다.


최근 셀렉트숍이 기하급수적으로 생겨나면서 국내 리테일 시장도 어느덧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개성 있는 인디 브랜드들의 가세로 시장은 활성화하는 듯 보였으나, 대부분의 리테일숍이 고집하는 ‘백화점식 위탁제’가 질적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리테일 시장 활성화가 정작 소규모 브랜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흘러 나온다. 이 가운데 이들의 도전은 다수의 셀렉트숍이 사입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고, 나아가 리테일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의 이력을 바탕으로 연간 7번의 수주회를 개최하는 「크라비츠」와 위탁제 시스템의 한계를 느끼고 사입제로 전환한 「브라운브레스」. 이들은 탄탄한 상품력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국내 바이어들도 기꺼이 사입해 가는 브랜드들이다. 「드링크비어세이브워터」와 「티라이브러리」는 해외 트레이드 페어를 종횡무진 누빈 결과, 20여 개의 에이전시와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전 세계 바이어들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저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의 도전은 ‘건강한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는 공통된 목적에서 시작됐다. 홀세일 브랜드들은 “한결 원활해진 자금 운용을 통해 규모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품 개발에 더 힘쓸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홀세일을 고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 탄탄한 기획력, 거침없는 신예
지난해 6월 제2회 인디브랜드페어를 통해 국내 데뷔한 「크라비츠」. 30대 청년들이 꾸려가는 이 소규모 브랜드는 국내 론칭 첫해부터 ‘홀세일 비즈니스’만을 고집했다.
지명도도 없고, 이름도 생소한 이 인디 브랜드가 ‘사입제’를 외치는 당당함 뒤엔 중국 시장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뒷받침 됐다.


「크라비츠」는 2007년 중국과 홍콩에서 먼저 데뷔했다. 중국에서 생산 에이전시를 운영했던 최재원 대표는 일본 패션 업체와의 꾸준한 거래를 통해 의류 제작에 있어선 꽤 잔뼈가 굵다. 최 대표의 생산처 관리와 김상규 팀장, 남경범 디자이너 등 젊은이들의 재기 발랄함이 더해져 「크라비츠」라는 독특한 빈티지 캐주얼이 탄생했다.


「크라비츠」가 지난해 기록한 중국 50억원, 국내 첫 시즌 5억원의 매출은 순수 홀세일을 통해 얻은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특히 『매그앤매그』 『스파이시칼라』 등 대부분 위탁으로 운영하는 셀렉트숍들도 「크라비츠」의 상품만은 기꺼이 사입했다.


그러나 홀세일 비즈니스가 안정화되기까지, 고비도 더러 있었다. 탄탄한 기획력과 독특한 디자인, 차별화된 감성 등 상품만큼은 자신 있었던 「크라비츠」는 사업 초반 14개의 직영점을 오픈하고, 일부 위탁 시스템을 병행했다. 그러나 세일즈에 대한 경험 없이, 무리하게 전개한 단독숍의 운영 난제를 풀지 못했고, 2009년 사업은 재정비에 들어갔다.


최 대표는 운영 기조부터 재설정했다. 홀세일 유통을 통해 세일즈는 전문 리테일러에게 맡기고, 「크라비츠」의 강점인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기존 80여 명의 판매직 인건비는 자체 샘플실, 물류 공간 등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비로 사용됐다. 기획력이 뒷받침 되자, 스타일 수도 350개로 대폭 늘었다.
현재 중국 100여개 점포에 입점하고, 일본, 대만 시장까지 진출한 「크라비츠」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라이프스타일 토털 브랜드로 거듭나며 중국 내 프랜차이즈까지 사업을 확대키로 한 것.


이를 위해 「크라비츠」는 올 3월 여성복과 가구 등의 새로운 라인을 출시하고, 추후 키즈, 라이프스타일 소품까지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국내서는 토털 브랜드로서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기 위해 플래그십스토어 오픈도 검토 중이다.


◇ 운영 구조 안정화, 『빔스』도 러브콜
2006년 론칭한 대표 도메스틱 브랜드「브라운브레스」는 2009년부터 운영 기조를 사입제로 전환했다. 소규모 브랜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사입제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라운브레스」는 사입 전환 후 재고 관리가 원활해졌고, 안정적인 시즌 운영과 기획이 가능하게 됐다. 상품이 강화되자 바이어들도 기꺼이 사입제를 받아 들였다. 『마인드카인드』 『고사우스』 『에즈샵』 등 15개의 국내 리테일러들이 이들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바잉하고 있다.


운영 구조가 안정화되자,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현재 「브라운브레스」는 일본,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70여 개 리테일숍에 입점해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국내 브랜드 최초로 일본 유수 셀렉트숍 『빔스』에 입점하기도 했다.  


◇ 오더 프로그램 개발, 바이어에 적극 대응
「드링크비어세이브워터」와 「티라이브러리」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 유명하다. 이들은 정부와지자체의 도움 없이 프로젝트, 화이트, 독일 브레드앤버터(BBB) 등 해외 트레이드 페어를 종횡무진 누비며 홀세일 비즈니스에 발 벗고 나섰다.


무엇보다 이들의 강점은 체계적인 ‘수주 시스템’이다. 「드링크비어세이브워터」는 2010년 3000만원을 들여 온라인 오더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바이어마다 고유 코드를 설정, 그들의 요구에 시시각각 대응했다. 이로써 론칭 첫 시즌에만 1억원을 수주했다.


「티라이브러리」도 지난해 전 세계 세일즈 파트너, 바이어의 주문을 통합 관리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해외 바이어들과 상시 접촉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효율적인 오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그램은 바이어의 요청에 따라 인보이스(주문서)를 발송, 바이어 승인 후 주문 확인서(Order Confirmation)까지, 공급자와 주문자 사이에 필요한 피드백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프로그램은 사이즈, 색상 등 기본적인 상품 정보와 HS코드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각국 통화(Currency)에 맞게 달러·유로·엔화·한화 등으로 세분화, 바이어들의 편의를 높였다. 전 브라우저에서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5명의 전 직원이 흘린 구슬땀의 결과다.



김하나 기자
kh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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